//부산일보 기사//
부산의 한 기업인은 2년여 전 이탈리아 피에트로산타를 여행하다가 석고상 하나를 사서 국내로 들여왔다. 6개월 후 보수를 위해 관련 전문가를 만난 그는 석고상이 ‘심상찮은 작품’임을 알게 된다. 그로부터 1년여간 관련 논문을 확인하고 이탈리아 현지 르네상스 미술 전문가의 감정을 거쳐 내린 결론은 놀라웠다. 르네상스의 거장 미켈란젤로가 만든 대리석 조각 ‘메디치 마돈나'(Medici Madonna)의 오리지널 캐스트 조각상이었기 때문이다.
부산미술협회(이사장 오수연)가 오는 6월 17일까지 옛 한국은행 부산본부(부산 중구 대청동) 건물에서 개최하는 ‘미켈란젤로 메디치 마돈나 특별전-The Original Plaster Cast, 플로렌스에서 부산까지’ 전에서는 이러한 사연을 가진 메디치 마돈나 석고상을 만날 수 있다. 주한이탈리아대사관과 이탈리아문화원 특별후원으로 열리는 전시에는 르네상스 미술과 메디치 가문과 미켈란젤로의 관계, 미켈란젤로의 생애를 소개하는 영상과 전시패널 등 다양한 해설자료도 함께 선보인다.
미켈란젤로의 대리석 작품 ‘메디치 마돈나’는 이탈리아 피렌체(플로렌스) 산 로렌초(San Lorenzo) 성당의 세르레시아 누오바 제단(祭壇)에 있다. 미켈란젤로가 1521년 제작을 시작했지만, 미완성 상태로 남겨졌다. 캐스트 조각상은 운송 기술이 발달하지 못했던 중세 유럽에서 많은 사람이 작품 감상이나 교육 목적으로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원작을 석고로 똑같이 복제한 것을 말한다. ‘메디치 마돈나’ 석고 조각상은 전통적인 캐스트 방법을 사용해 1780년에 주조된 것으로 추정된다. ‘메디치 마돈나’의 경우 다른 작품보다 캐스트 석고상 수가 적어 러시아 모스크바의 푸시킨박물관과 이번에 공개된 것 등 세계에서 두 점뿐이다. 미켈란젤로의 캐스트 석고상은 작품도 한정돼 있어 사실상 그 가치를 따지기 힘들다.
전시 자체도 매우 이색적이다. 사실상 ‘메디치 마돈나’ 단독 전시라 할 정도로 오롯이 이 작품에 집중돼 있다. 전시장의 ‘메디치 마돈나’는 전시 맨 마지막 공간에 검은 천으로 둘러싸여 있다. 천을 젖히고 안으로 들어가면 16세기 이탈리아의 음악이 흘러나오면서 석고상을 배경으로 8분가량 디스플레이 영상이 다양한 조명 속에 수시로 모습을 바꾼다. 무릎에 아이를 앉혀 왼팔로 감싸고 있는 성모의 모습이 경건함을 자아낸다.
이탈리아 측은 이번 전시를 위해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르네상스 미술전문가인 마르코 카르미나티는 관련 책자를 발간했고 이코 밀리오레 밀라노 국립건축대학 교수는 부산을 찾아 전시 준비를 총괄했다. 두 사람 외에 20명 가까운 이탈리아 관계자들이 전시에 직간접으로 참여했고 15일 열린 개막식에는 마르코 델라 세타 주한이탈리아 대사 등이 참석했다.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황금 폼파스상’ 등 디자인 분야에서 세계적인 상을 받은 이코 교수는 개막 기자회견에서 “전시장에 설치된 다양한 영상 등을 통해 공부하고 ‘메디치 마돈나’를 관람하면 어떻게 르네상스가 발전했고 미켈란젤로가 어떻게 많은 걸작을 탄생시킬 수 있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2018.5.17. 부산일보//
– 장소 : (구)한국은행 부산본부
– 일시 : 2018. 5. 16. – 6.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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