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고요展(맥화랑)_20180427

//보도자료문//
‘도자기’라는 동일한 소재를 유화물감과 연필이라는 전혀 다른 재료로 표현해내는 두 작가가 있다. 이들은 서로 다른 재료를 사용하지만 ‘끊임없는 붓질’과 ‘바탕을 가득채운 연필소묘’라는 반복적인 행위를 공통적으로 행한다. 단순히 ‘아름다운 도자기’의 형상을 표현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다. 마음 속 심상이 가시적으로 드러날 때까지 치열하게 행하는 ‘반복’이라는 과정 속에서 작가는 스스로를 다스리며, 이러한 노동에 가까운 행위의 끝에서 인간에 대한 예술적 통찰에 이른다.

권혁 작가는 도자기가 가지고 있는 소박하고 담백한 아름다움을 작가의 시각으로 새롭게 해석한다. 비대칭적이며 오래되고 낡은 도자기의 빛깔 속에서 자연의 시간이 만들어낸 색감과 화려한 듯 깊이 있는 단색의 배경색과의 조화 속에서 또 다른 이미지를 표현하려한다. 마치 도예가가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며 흙을 빗듯 작가 또한 참선의 마음으로 머릿속에 맴도는 이미지를 캔버스에 뜨고, 유약을 바르듯 색을 칠하며, 오랜 시간 가마에 놓고 좋은 빛깔이 나올 때를 기다리는 것처럼 작가 또한 원하는 색이 나올 때까지 끊임없이 붓질의 덧칠로 마음 속 심상을 형상화한다.

이희용 작가는 종이 위에 연필과 지우개라는 소박한 재료만을 가지고 무수한 세월의 흐름을 담은 청자, 백자, 생활자기 등의 국보급 도자들을 그린다. 극사실에 가까운 형상 때문에 마치 흑백 사진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흑연으로 새까맣게 칠해진 바탕 한 가운데 하얗게 빛나는 도자기의 모습 속에서 박제된 시간의 고요함과 신비로움이 느껴진다.

권혁과 이희용, 이 두 작가는 유화 물감과 연필을 여러겹 끊임없이 쌓아나가며 불필요한 것들은 제거해내고 오롯이 ‘도자기’의 본질에 다가간다. 이러한 반복적인 행위는 곧 몰입과 명상으로 이어지고, 빈 여백(공간)을 채워나감과 동시에 번잡한 생각들은 비워진다. 너무 많은 소리와 빛, 정보와 욕망이 넘치는 현대 사회 속에서 우리는 ‘채움’에만 집중하고 ‘비움’의 시간은 잊고 살아간다. 가끔은 모든 것들로부터 스스로를 고립시키고 ‘깊은 고요’ 속에서 내면적 안식과 잃어버린 감각을 되찾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이번 전시를 통해 관람객들에게 ‘깊은 고요’의 시간을 선사하고자 한다. / 맥화랑 큐레이터 김정원

– 장소 : 맥화랑
– 일시 : 2018. 4. 27. – 5. 19.

추PD의 아틀리에 / www.artv.kr / abc@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