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수는 대학에서 건축미술을 공부하고 전공을 살려 오랫동안 현장에서 일 해왔다. 고등학교 때까지 화가가 되고 싶었지만 부모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한 박주수는 대학 졸업 후 건축 관련 일을 해 오면서 현장에서 마주치는 목재, 연장, 철물 등을 작품 소재로 이미지화 하고 싶은 열망은 식지 않았다.
해운대 달맞이고개에 있는 갤러리 이듬에서는 개관 10주년 기념전으로 박주수를 초대해서 ‘잠재된 기억’이라는 주제로 전시하고 있다. 박주수는 캔버스 대신 주로 집성목 판넬을 사용하는데 녹슨 경첩과 못, 철망 등을 판넬 위에 붙이는 작업이 독특하다. 채색을 위해 물감 뿐 만 아니라 건축 현장에서 사용하는 페인트와 시멘트 등도 사용했다.
전시장 벽면 한 쪽에는 가로로 긴 작품이 세 점 있다. 두 작품 속에는 먹선을 그리는 먹통이 그려져 있는데 과거에 사용했던 먹통과 현재 사용하고 있는 목통을 나란히 전시 해 놓았다. 예로부터 건축에서 먹선 작업은 중요한 일에 속한다. 또 옆 작품에는 먹선 위로 줄을 타는 피에로가 그려져 있다. 먹선을 타고 있는 피에로는 희로애락과 산전수전을 겪은 작가의 모습이 아닐까. 조르주 앙리 루오는 그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피에로를 가장 인간적인 모습이라고 말하지 않았던가.
미술에 대한 열정과 깊은 체험을 바탕으로 ‘잠재된 기억’을 깨운 아티스트 박주수의 다음 전시를 기대 해 본다.//추준호//
– 장소 : 갤러리 이듬
– 일시 : 2018. 1. 16. – 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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