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서문//
법계의 현상을 예술로 형상화하는 화가에게 작품은 곧 수행이다. 굳이 ‘수행작가’라 별칭하지 않더라도 사유와 각성의 화두를 붙잡고 50년 외길을 걸어온 화가라면 일상도 작품도 모두 구도를 향했을 터, 백낙효의 작품은 선과 색 너머에 닿아있다.
애벌레를 거쳐 성충이 되고 마침내 나비가 되고 나면 꽃의 결실을 돕는 자연의 습성에 순응하는 백낙효의 작품에 미천한 존재란 없다. 나비는 모든 것을 꿰뚫어 본다는 천안통(天眼通)에 비유되고, 천리 밖 미물의 소리부터 법신불(法身佛)의 음성까지 듣는다는 박쥐 역시 깨달음의 대상이다. 천년이 지나면 용이 되어 승천하리라는 꿈을 품은 잉어, 다소곳이 피어나는 자태만으로 만다라가 됨직한 연꽃, 이 모두가 성찰을 향한다.
신비로움과 더불어 생명력을 느끼게 하는 백낙효의 독특한 기법 역시 인간이 추구하는 최상의 이미지를 재현하기 위한 도구다. 이른바 ‘릴리프 기법’으로 불리는 입체기법은 캔버스에 젯소(Gesso)를 활용해 외곽선을 형성하고 채색한다. 지금까지 시도된 적 없는 방법으로 백낙효가 형상화하는 세계는 참신하면서도 평온하고 독특하면서도 조화롭다. 그리고 정성스럽다.//
– 장소 : 문화주소 동방
– 일시 : 2018. 1. 22. – 3.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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