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 노트//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내재한 불안감
용두산공원(유년의 기억을 찾아서)작업은 오래된 것, 변화하는 것, 새로운 것 사이에 존재하는 시간의 의미에 대한 관심이었고 나아가 그 속에서 나의 유년시절을 찾아가는 과정 이었다. 이번 자갈치 작업의 경우는 자갈치가가 품고 있는 오랜 가치들이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들어가게 되고 그러면서 그 공간과 생활하거나 관계하는 사람들이 불안해하는 모습들을 몸으로 느껴가는 과정의 기록이었다.
용두산공원의 작업을 하면서 자갈치에도 간간히 방문했다. 올 때 마다 사진을 찍었지만 자갈치가 품고 있는 전통시장의 모습들 이외에는 별로 보이는 것들이 없었다. 굳이 찾자면 과거보다 좀 더 많아진 관광객들 외국인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새벽에, 한 낮에, 오후 늦게 부지런히 들락거렸다.
용두산의 전시를 끝내면서 본격적으로 자갈치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새로운 것들이 눈에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자갈치 역시 개발이라는 대 명재를 피 할 수는 없었다. 환경의 변화는 그것이 발전이라는 이름으로 지구가 존재하는 이상은 있게 마련이다. 다만 조금 천천히 일어날 수도 급격히 일어날 수도 있는 차이지만…
재개발의 소용돌이 속에서 겉으로 드러난 현상들은 잠잠한 것 같았지만 태풍전야 속에서 불안에 모습들도 보이기 시작했다. 빠른 변화 속에 존재하는 불안감… 다만 고민은 눈에 보이는 이런 현상들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것이었다. 불안감의 표현은 일차적으로 부자연스러운 몸짓을 통해 보여주려고 했고, 장노출의 형식을 빌어서 빠른 변화와 그 속에 존재하는 또 다른 형태의 불안감을 보여주고자 했다.
시장에 거대한 펜스가 드리워지면서 더 이상은 그 현장 깊숙이 들어갈 수 없었던 점은 안타까웠다. 그러나 산성 같이 높이 가려진 벽을 통해 어떻게 변할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과 미래 닥쳐올 변화에 대한 또 다른 불안감을 표현하고자 했다.
최민식 선생 이후 많은 사진가들이 자갈치를 다녀갔다. 처음 자갈치를 방문했을 때의 막연한 느낌에서, 작업을 진행하면서 조금씩 느낌이나 방향성이 정리되고 구체화 되어 갔다, 그게 바로 “자갈치-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내재한 불안감”이다.//작업 노트//
– 장소 : 갤러리 폼
– 일시 : 2017. 10. 27. – 1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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