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주경업
연방 웃고 떠들어대며 두 눈 부릅뜨고 위세 떨며 세상을 가지고 논다. 들창코에 화등잔만한 눈 뜨고 송곳니 뻔쩍이며 부스스 턱수염 휘날리면서 방문객을 조롱하듯 에워싸고 있다.
중국 은나라의 도철문 이래, 우리나라의 와당에서와 흙벽돌 전(塼)에서도 소재가 되어 온 도깨비는 큰 입으로 고리를 물고 있는 쇠로 된 문고리에서는 손에 와 닿는 친근감마저 준다.
벽사 의미로부터 화복의 정령으로 신비스런 신력을 갖고 있다고 믿어온 ‘돗가비’에게서 그 이원을 찾을 수 있는 도깨비는 수없이 많은 ‘도깨비 이야기’로 우리와 더 친근해 있다.
미술교사 시절의 ‘률(律)’작업의 젊음의 혈기를 다스리는 과정이었다면, 도깨비 소재의 조형작업은 또 하나의 조형언어의 발견이다. 공예고등학교 심볼마크를 구상하면서 이 학교를 다녀가는 학생들이 다재 다능으로 사회에 기여하기를 바랐던 작가의 작은 소망의 주제 ‘도깨비’가 이젠 전업화가로 지향하는 선생의 창작세계 바로미터가 되었다.
한국의 민속에서 찾은 도깨비를 서양화 느낌으로 평명에서 준평면 릴리프 작업으로 전환해가고 있다. 자연을 해체하면서 찾아왔던 소재를 무의식 속에 녹아 있는 민속세계로 눈을 돌린 것이다. 장족의 발전이다.
십 수 년 전 전북 장수군 계남면 도깨비마을 잔치에 초대되어 전시회를 열면서 마을 어른들과 나누었던 도깨비 이야기는 그의 작업세계를 한층 밀도 있게 받쳐 주었다. 그리고 ‘김용달의 도깨비’를 탄생시켰다. 도상을 허물고 해체하고 단순화시키며 그 속에 작가의 기를 불어 넣었다.
도깨비를 청해서 풍요와 초복을 바랬던 소박한 우리네의 심성을 고스란히 승화시킨 그의 그림에서 흐르는 기는 아주대학교 기계공학부 대학원 회전전자파기 연구측정팀으로부터 품질검증보증서까지 받았다.
털보도깨비, 여자도깨비, 벙어리도깨비, 아이도깨비, 푸른도깨비, 붉은도깨비가 전시장 곳곳에서 금방이라도 쫓아 나올 듯하다. 그래서 도깨비잔치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주경업//
– 장소 : P&O 갤러리
– 일시 : 2017. 10. 14. – 10.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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