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노트//
나의 작품은 맑고 편안하며 매우 서정적이다.
이는 수채화가 지니는 특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작품의 소재와 구도에서 느껴지는 시각적 영향도 크다고 본다. 이번 개인전에 전시한 대다수 작품이 수평 구도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수평 구도는 화면을 가로 지르는 수평선을 향하여 시선을 소실점으로 끌고 간다. 즉 관람객의 시선을 화면의 주제에서 천천히 편하게 수평선으로 인도하며 하늘과 철새 그리고 원경에 배치된 회색 톤의 여백과 점으로 머물게 한다. 그런 점경들이 모여 있는 듯 없는 듯 어울려 목가적인 전원 풍경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이는 낙동강이 천삼백 리를 흘러 하구에 와서 쏟아놓은 갯벌 같은 수많은 사연의 퇴적을 수채화의 조형 언어로 풀어낸 모든 요소를 을숙도의 평화롭고 서정적인 느낌으로 귀결시켜 회화적으로 표현했기 때문이다.
나의 작업실은 다대포에 있다
나는 틈이 나면 화구를 챙겨 들고 다대포 주변이나 을숙도 혹은 맥도 생태 공원, 낙동강 하구의 샛강들을 찾아다니며 스케치를 했다. 인상파 화가들이 빛을 찾아 들판으로 스케치하러 다녔듯 나도 빛 좋은 곳으로 스케치하러 다니며 그림을 그렸다. 마음에 와닿는 장소에서 화구를 펼치면 화지 앞에 서서 한참을 현장 풍광에 잠겨 있다. 이는 사물을 바라보며 이해하고 재해석하는 감각의 촉수를 열기 위함이다. 그리고 눈으로 본 것들과 현장감을 오감으로 느껴 본다. 머리로 구도를 설정하고 마음이 회화적 서술 언어로 풀어내면 손끝에서 그 영감을 그림으로 표현한다. 이번 전시회에 출품된 몰운대 해변과 다대포 해변, 을숙도에 가다, 겨울 을숙도 등의 작품들이 현장에서 스케치로 완성한 작품이다.
그리고 수채화는 물의 감성을 잘 읽어내야 한다. 이 말은 물을 잘 다루어야 그 색의 맑고 탁함이 자유롭다. 나는 물과 물감의 비중을 적절히 활용한 습식 기법으로 작업하는 화가다. 종이 위에서 물의 번짐을 자연적인 현상과 나의 인위적인 붓질로 연결이 자유롭다. 때로는 거침이 없다. 통상 우리는 수채화를 지고지순하며 맑고 순수하다고 말한다. 그러한 반면 매우 까다롭고 민감한 작업이다. 이는 자칫 실수하게 되면 작품을 망치기가 일수이기 때문이다. 많은 수채화 화가들이 유화를 시작하면서 수채화가 어렵다는 것을 느낀다고 말하고 있다. 이는 유화의 수많은 덧칠 제작 방법에서 오는 습관적 붓질과 수채화의 물감과 물이 섞일 때 색마다 달라지는 비중의 차이 때문이라고 본다.
이번 전시회의 주제는 을숙도 연가다.
을숙도는 낙동강이 태백의 황지연못에서 발원해 굽이굽이 천삼백 리를 흘러오면서 합수된 물이 만들어낸 섬이다. 을숙도에 서면 시시각각 색이 변하는 하늘이 장관이다. 그 하늘을 나는 철새들은 평화 그 자체다. 광활한 하구의 갯벌에 발을 담그고 생명을 키우는 갈대 또한 을숙도를 다녀간 많은 사람에게 추억을 만들어 주었다. 그러한 기억들은 그리움 되어 회상을 불러온다. 회상의 명제로 전시된 몇몇 작품들은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풍경들이다. 특히 을숙도 나무다리는 화가들뿐 아니라 많은 사진작가들에게도 을숙도의 상징적인 이미지가 되었다. 이번 제9회 개인전은 을숙도에서 관조적 시각으로 바라보이는 풍경을 정직하게 묘사한 것처럼 보여도 눈에 보이는 것과 묘사된 작품의 차이는 현격하다. 그것은 색의 면과 선 그리고 물의 번짐과 붓질로 표현되는 낙동강 하구의 을숙도 풍광을 회화적 느낌과 물의 담론으로 탁월하게 풀어 주관적 시선으로 재해석해 나갔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작가노트//
– 장소 : 갤러리 을숙도
– 일시 : 2017. 7. 7. – 7.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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