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자료문//
부산 서양화단이라는 도저한 강물의 흐름을 거슬러 거슬러서 끝까지 올라가보면 마침내 그 상류의 최초 발원지에 이르러 우뚝한 2인의 거장을 대면하게 됩니다. 이 두 분은 모두 일제강점기인 1930년대 후반기에 일본으로의 유학길에 올라 도쿄(東京) 제국미술학교(帝國美術學校)에서 수학했고, 이후 부산에 정착해 선구자적 영향력으로 현재 부산 화단의 수많은 원로작가 선생님들께 지대한 미술적 감화를 끼쳤을 뿐만 아니라, 탁월한 작업들을 통해 마치 우람한 거목과도 같은 인상으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는 걸출한 작가들입니다.
1913년 평양에서 출생한 송혜수 선생님은 주로 관전이 아닌 재야적 성향의 독립전(獨立展)과 자유전(自由展) 그리고 도쿄에 있던 조선인 유학생들의 모임인 백우회(白牛會) 등을 통해 활동하면서, 동료인 이중섭(李仲燮)이나 문학수(文學洙) 등과 더불어 가장 민족적인 작가로 일본 화단과 평단의 주목을 받아왔습니다. 일평생 생계를 위한 직업 없이 무애의 자유정신을 간직한 전업의 작가로 일관하면서, 소와 여인이라는 가장 일상적이고도 보편한 소재들을 통해 우리 민족에 대한 사랑과 식민지 현실에 대한 저항을 환기시키고 있을 뿐 아니라, 지극히 향토적이며 동시에 초현실적 뉘앙스를 풍기는 작업들 속에서 설화성과 에로티시즘(eroticism)이 녹아든 예술의 지극한 원초경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1918년 부산에서 출생한 김종식 선생님은 일본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부산, 경남 일원의 중, 고등학교와 대학의 강단에서 줄곧 교편만을 잡았지만, 1950년대 전반기에는 토벽(土壁)의 동인으로 활동했고, 그 이후 마치 초탈의 무아경을 보여주는 선기(禪氣) 넘치는 필세와 황홀한 버밀리온(vermilion)의 색조를 통해 대상을 감각하고 표현하는, 그리하여 ‘화가의 눈’을 보여주는 개성 넘치는 자신만의 작업을 꿋꿋이 견지해왔습니다. 추상과 구상을 모두 섭렵했지만 추상이나 구상 그 어디에도 편입될 수 없는 지극한 동양적 정신을 표현하는 자신만의 회화세계를 형성해 온 작가는 자유롭고 어디에도 구애되지 않은 예술혼을 천마(天馬)의 형상으로 표현하며 높은 정신성과 품격을 화면 가득히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번 전람회는 이 두 선생님들의 드로잉만을 모아서 보여주는 특별한 전시회입니다.
송혜수 선생님은 생전에 아무리 작은 드로잉 한 점이라도 결코 허투루 다루지 않았다고 합니다. 큰 캔버스의 유화 작품들을 대하는 태도와 손바닥만 한 종이 쪼가리 드로잉 한 점을 대하는 태도가 전혀 다르지 않았다는 것은 그만큼 회화의 발상과 근원으로서의 드로잉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었다는 의미에 다름 아닌 것입니다. 이 전람회가 본격적인 작업의 시작, 즉 회화 원류로서의 드로잉을 살펴보는 과정을 통해 선생님의 미의식 전반을 유추해 볼 수 있는 내밀한 감상의 즐거움을 제공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김종식 선생님의 경우는 실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수효의 드로잉을 남겼다고 합니다. 평생 그린 드로잉이 약 3만 점, 1953년 부산역전 대화재로 불타버렸다는 드로잉 1만 점 정도를 빼더라도 지금껏 전해지는 드로잉이 대략 2만 점이 넘는다 합니다. 이것은 거의 쉬지 않고 매일 몇 점씩을 하루도 빼지 않고 평생을 끄적거려야 겨우 가능할 수 있을까 말까한 엄청난 작업량입니다. 이는 드로잉 행위가 작가의 생활 그 자체였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확고부동한 증거이기도 합니다. 선생님은 화집도 유화 화집(1988)을 내기 전에 드로잉 화집(1987)을 더 먼저 출간했을 정도였습니다. 이번 전람회에는 마침 부산일보사에서 출간된 ‘김종식 화집(1988)’에 실려 있는 드로잉 9점 전부를 한 점도 빠짐없이 출품하게 되었습니다.
진실로 예술에는 큰 그림과 작은 그림의 차별이 없습니다. 유화와 수채화와 드로잉의 차별도, 캔버스와 종이의 차별도 없습니다. 오직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절절한 울림, 바로 그 진실의 넓이와 높이와 깊이만이 존재할 따름입니다. 전시에 출품되는 두 분 선생님들의 드로잉 작품들을 통해 드로잉이 지니는 독특한 예술의 정수를 체험하는 귀한 시간이 되시기를 바라며, 이제 저희는 많은 지역 미술애호가 여러분들의 애정 어린 방문을 기다리려 합니다.
앞으로도 부산 미술계의 발전과 문화적 고양을 위해 더욱 애쓰는 인디프레스 부산이 되고자 합니다. 지역의 작가 선생님들과 미술애호가 여러분들의 따뜻하고도 부드러운 성원과 격려를 다시 한 번 부탁드립니다.//보도 자료문//
– 장소 : 인디프레스 부산
– 일시 : 2017. 7. 15. – 7. 30.
추PD의 아틀리에 / www.artv.kr / abc@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