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 병 일(철학박사, 미학)
이성재李成宰 작가의 창작년보를 크게 3기로 나눈다.
제1기는 1970~1970년 말의 등단시기, 제2기는 1980~1990년의 정립시기와 제3기는 2000년 이후의 완숙기의 트리아데이다. 그러니까 50년 전 이성재 작가는 대학 재학 중 동아국제미전과 대학미전에서 회화와 조소 부문에 입선을 하며 그의 창작소양은 명증의 인식과 함께 등단의 첫 계단을 밟았다.
당시 그의 객관적 실재는 수학과정의 통일된 자유스러움 속에서도 자연법칙에서 벗어나기보
다는 오히려 순수한 작품제작의 체계적인 배움과정을 통하여 얻어지는 형식 속에서 반사적 결실을 종합적으로 얻게 되는 귀한 결과라고 생각된다.
이성재 작가의 노정露呈은 한결같이 단청이나 연화문 등의 전통 색상인 청, 적, 황, 백, 흑을 가려내어 우리네 일상생활의 관습적인 항상성 속에서 토속적인 모티브를 설정하여 매끈한 색면 위에 독자적인 전통의 새로운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그가 갖는 작품의 특성은 변형 그리고 수정을 앞세우기보다는 자립적이며 질적으로 규정시킨 구성주의 형식을 취하고 있는 가운데 무브망적이며 새로운 것을 찾기 위한 재현적 목적의 암시가 강했다.
이성재 작가의 재현적 논리는 다분히 주체와 객체의 대상을 그의 일상에서 걷어내어 다양스러운 미감을 채집하여 고전과 현대, 전통과 독창성을 도입하여 진부함을 결부시켜 작품의 무미건조함을 즐거움으로 승화시키는 대항적 성격을 갖는다.
1974년 동맥창립전과 탑화랑 초대전에 출품된 작품과 Work현대미술전에서는 객관적인 대상의 핍진逼眞경향의 작품으로 참여하였으며 대상으로서의 제작과정은 자연법칙을 인식하는 틀에서 주어지는 가능성과 함께 자기세계에 필연적으로 형성되는 의식과 방법을 무난하게 확인하며 계획적으로 창작에 임하게 된다. 다시 부언하면 실재의 본질을 자신의 개성과 부대적인 재현 형식을 통하여 형식form의 재창조라는 점을 강조하며 포괄적 형식은 인상이나 정신 안의 잠재적인 평상감정, 명료성, 조화의 의미를 통하여 소여물로 남기고 있다.
1975년 개최된 제1회 부산미전에 출품된 ‘루75-1’은 앞으로 그가 아직까지의 객관적 실체의 작업을 접고 앞으로 나아갈 비구상 작품 세계를 예견하는 단초의 근저가 되었다. 이 시기부터 그의 일면관은 자유방임적인 세계로 들어서며 그동안 선험적으로 격리되어 있던 등단시대를 접고 창작행위 Act of creation의 새로움을 찾게 된다.
비슷한 시기인 1976년 이성재 작가는 옛 부산사범대학 출신의 김종근, 김동규, 김홍규, 김종철, 박만천이 1963년에 결성한 혁爀동인전에 합류함과 동시에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개최된 앙데팡당전에도 출품하며 그의 표현성은 자신도 모르게 권태로부터 분절되며 용해됨과 동시에 새로운 인식의 조명을 받게 된다.
이즈음 그는 아직까지 관습적인 사고에서 서서히 거리를 두며 경험으로 주어진 세계와 에너지, 무브망, 칼라 등의 지각적인 요소를 종합하여 기존의 심상으로부터 이탈하여 서서히 자율성을 갖게 되는 정신적 직관의 세계로 진입하게 된다.
이 시절을 엄격히 조명하면 이성재 작가의 작품은 문화의 혼재성을 경험하면서 고정관념을 탈피하고 표현의 본질과 이상의 가치와 함께 원초적 사고에 대한 대항적인 시뮬라크르의 반란시기로 본다
2000년에 들어서며 그는 과거의 구상적 형식작업에서 서서히 인식능력의 자유로운 유희가 일어나며 선묘작업에 들어서게 된다. 선이란 그 자체가 실증적인 대상으로서의 특성을 가진다. 또한 상상의 지각과 함께 주어진 이미지를 변형시키는 능력이 있다. 이런 과정 속에 그는 물고기, 닭, 타조, 애호랑이, 탑, 인체와 같은 설정숏의 조합을 통하여 픽토그래프적인 작품과 함께 컨셉튜얼의 작품이 선보인다.
당시 이성재의 선묘작업은 수직, 수평, 사선의 교차방식을 취하고 반복적인 변용을 통하여 단조로움을 탈피한다. 그리고 명색明色과 청색淸色의 대비적인 색가를 통한 색면파色面波작업을 한다.
그는 애초의 작업은 선의 방향과 전달, 소밀에 주안점을 두었으나 대작이 아닌 에스키스나 리드를 설정하여 원작의 밑그림 역할을 하였다. 그 후 2010년 ‘상황狀況’ 시리즈의 100호의 선화작업에 본격적으로 몰입하게 되는데 이 시기를 종합적으로 상황 시리즈의 완숙기로 보고 있다. 본래 그는 면 상호 간의 분할을 위한 이념을 표상으로 잡고 시각적으로 양성量性시켜 굴신의 선으로 묘화하여 선의 동적률에 의하여 감정을 표출한다.
작품에서 표현하는 진료적인 창작이념은 이미 형상적인 상상과 통합되어 절대성과 함께 끝없는 재현 속에 리드미컬한 오르파즘 요소가 가미되어 있다. 물론 보는 이에 있어서 영감은 개인적일 수 있으나 화면 가득히 번다煩多한 조형적 요소는 거리를 두었을 때는 정적과 몽상의 이미지로, 가까이 다가서면 매끈한 색면 위를 스크래치 되어 긁고 간 메타피지컬한 선형의 흔적과 함께 사이사이에 조합되어 삽입된 종속의 칼라피스로 작품의 본질을 여과 없이 소화해낸 창조의 이미지다.
한편으로는 계획된 듯하면서도 자유방임적인 상황 작업은 묘침으로 사유를 발생시키게 하는 기의와 기표의 동시적 시각물이며, 이러한 개념의 형성은 일련의 자의식 체계로 자리 잡고 있으며, 균일한 침정의 틴트색판을 가시화시켜 초월적인 호소력으로 보는 이에게 카타르시스 심상으로 유도하여 판타지세계로 이끌어 내고 있다.
오늘 이성재의 작품은 새로운 정식화의 변화와 함께 선과 선의 유기적 율동의 대화를 통한 부드러움으로 조화를 준 화면 안에 하드에지의 부가적 요소를 합입시켜 질서 있는 모나드單子의 집적을 배치하고 있다.
선과 모나드의 배치, 선이란 자체의 실증적 대상의 특성을 살려 이성재 작가는 그의 상상적 아우라의 지각행위 속에서 이미 주어진 해답을 얻고 있다.
그에게는 이미지를 변형시키는 능력의 기술記述과 함께 새로운 창작세계를 이끌어 갈 수 있는 광휘성이 함께 하고 있다.//민병일//
– 장소 : 갤러리조이
– 일시 : 2017. 6. 2. – 7.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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