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니갤러리 개관기념 초대전 조규철 · 핫토리 2인전에 붙여
글 양홍근
수영구 민락동에 소재한 써니갤러리가 개관초대전으로 부산의 조규철 선생님과 일본 후쿠오카현에서 활동하는 핫토리(服部大次郎)선생님, 두 원로 화가의 2인 전을 연다.
우리 부산과 가까운 이웃 일본 사가현의 두 원로의 수채화 작품을 한자리에서 본다는 것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두 분의 작품은 모두 수채화를 매체로 하지만 작품의 경향이나 내용 등 여러 면에서 많이 다른 경향을 볼 수 있다. 이는 두 분의 살아온 삶의 여정이 다르기 때문이겠지만 뚜렷한 공통적 유사점이 있다. 이는 두 분 모두 각기 본인의 향토에 남다른 열정과 애정을 갖고 두 지역에 수채화 발전에 혁혁하게 이바지했다는 점이다. 이런 점들로 인해 후배들에게도 귀감이 되는 점 또한 공통점이다.
조규철 선생님은 부산수채화협회를 창립하는데 앞장선 초대회원이면서 회장을 역임하는 동안 협회의 발전에 지대한 공을 남겼다. 특히 아시아수채화대전을 통해 부산에서 아시아의 수채화를 한자리에 모아서 아시아수채화의 교류와 발전에 많은 업적을 남겼다. 대한민국수채화작가협회 이사장을 역임하기도 했으며 현재는 협회의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선생님의 경력을 보면 알겠지만 작가 활동 전반에 걸쳐 수채화에 남다른 애정을 가진 것을 볼 수 있다.
선생님의 작품을 보면 이전에는 마애불상을 소재로 많은 작품을 남겼다. 세월의 온갖 풍파 속에서도 굳건한 모습을 지닌 불상을 보면 선생님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된다. 선생님의 작품에서 불상의 모습은 종교적 의미라기보다는 선생님의 인생과 성품을 담고 있는 듯하다. 마애불의 부릅뜬 눈은 세상을 향한 질책이라기보다는 자신의 삶을 관조해보라는 의미로 보이며 이는 선생님 자신을 향해 메시지를 보내는 자의식으로도 보인다.
최근에는 드로잉을 기반으로 한 추상표현 경향의 작품을 보여준다. 자유롭고 경쾌한 드로잉 선이 수채화와 만나면서 혼합하며 번지고 엉키면서 생긴 우연적 효과와 특유의 리듬감이 풍요롭게 자아내는 선생님의 수채화 경륜을 누구라도 볼 수 있다. 최근의 작품에는 이런 자유롭고 경쾌한 수채화의 순간 미가 단순화된 형상의 틀 속에 들어가면서도 그 풍부함은 남아있다. 선생님의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선생님의 지나온 삶을 들여다보게 되며 언제나 따뜻한 인정 속에서 담백하고도 질펀했던 삶의 정감이 가득 담겨있다.
핫토리 선생님 또한 일본 수채화 발전에 끼친 점은 두 분의 공통점이다.
선생님은 현재 대한민국수채화작가협회 명예고문이며 사가미술협회 이사이다. 오랜 작가생활에서 사가현 예술문화 공로상을 수상하는 등 많은 상을 수상하며 국내에 많은 전시와 국제스케치여행 등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핫토리 선생님의 작품은 표현적으로는 사실에 기반을 두고 있다. 주로 사과를 소재로 사실적 경향의 작품을 해오다가 근래 작품에는 Surrealism적 요소와 결합한 형태를 보인다. 사과는 인류 역사 이야기 속에 자주 등장하며 많은 상징적 요소를 지닌다. 아담과 이브의 이야기, 백설공주 이야기, 뉴튼의 만유인력 이야기, 스피노자의 이야기까지 사과가 등장한다. 인류는 많은 이야기 속에 유독 사과를 등장시키며 사과에 상징적 의미를 담았다. 핫토리 선생님에게도 사과는 어린 시절의 특별한 기억으로부터 그려온 것이 지금까지 사과를 그리는 의미라고 한다.
초기 작품은 사과의 형태와 색상에 매료되어 낙과한 사과를 보며 만유인력의 의미를 새기며 작품을 했고 최근의 작품을 보면 사과의 형상에 오랫동안 간직한 자아의식을 Surrealism적 형태로 결합해 독특한 경향의 작품을 해오고 있다.
광안리 바다가 인접한 곳에 아담하게 단장한 써니갤러리에서 두 원로작가의 깊은 인생이 담긴 작품을 한자리에서 볼 것을 상상하면 절로 마음이 훈훈해진다. 모쪼록 두 분의 전시회가 성황리에 개최될 것을 기대하며 오래도록 따뜻하고 훈훈한 작품을 보게 되기를 기원해 본다.//양홍근//
– 장소 : 써니 갤러리
– 일시 : 2017. 5. 18. – 6.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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