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문//
부산 금정구 범어사 앞에 새로 개관한 갤러리 파란에서 류회민 초대전을 1월 14일부터 2월 15일까지 개최합니다. 류회민작가는 부산대학교 예술대학 미술학과와 홍익대학교 동양화과를 졸업하고 부산에서 사생을 기반으로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는 류회민 작가는 철저한 사생을 기반으로 한 작품 24여점이 출품되었습니다.
류회민 작가의 작품은 한지에 먹이라는 매우 전통적인 재료를 사용하고 많은 한국화전공자가 다루는 풍경이라는 소재를 취하고 있으나 그만의 매력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작가들이 힘들어하는 체험과 사생을 통하여 작가의 사회의식과 자연관을 표현하고 있으며 수묵이라는 표현 보다는 먹그림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그의 작품은 흔한 발묵과 운필을 중심으로 한 80년대부터 한국화단에서 유행하였던 방식이 아닌 한지에 농묵과 메마른 붓질의 무수한 반복의 방법을 사용하며 대작중심의 작품을 통하여 차곡차곡 쌓여진 먹선과 점들은 우리가 장대한 자연을 대하면서 느낄 수 있는 무게감과 신비함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다소 진부하다고 느낄 수 있는 풍경이라는 소재를 짙은 먹을 사용한 그의 작품에서는 어떤 다양한 색이나 현란한 테크닉이 사용된 작품보다도 현대적인 감각을 느낄 수 있으며 감상자가 몰입할 수 있도록 합니다.
그의 수도자적 작업과정을 통한 그의 작품은 휘황한 욕망을 추구하는 현대인이 자신을 돌아보고 정화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여 주는 검지만 맑은 물과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류회민의 작품에 대하여 검은 먹색이 가장 섹시하다고 한 것은 매우 적절한 표현이라 하겠습니다.
「시커먼 먹색이 현란한 색깔들의 엄청난 기세에 눌려서 맥을 못 추고 있는 게 현실의 상황인 것 같다. 핑크색에 길들여진 눈들로서는 칙칙하게 보여 지는 먹의 검은색들이 눈에 들어올 리 없을 것이다.
색의 욕구는 끝이 없어서 기본색들이 점점 혼색되거나 세분화되어서 눈이 멀 정도의 무수히 많은 현란한 색깔들로 만들어져서 물감공장으로부터 쏟아져 나온다. 색에 취한 이들에게 무채색을 대표하는 검은 먹색은 수용이 용납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럴수록 나의 먹은 점점 더 짙어진다. 평면에 아무리 수성의 먹을 쌓아올리고 또 올려보았자 결코 질감은 생겨나지 않는다. 그래도 멈추지 않고 변화가 생기기를 기대하면서 계속 적묵질을 반복한다. 그렇게 하다 보니 어느새 먹은 초농묵을 뛰어넘어 번들거리는 지경까지 이르게 되었다.
오로지 먹을 주 재료로 해서 작업하기 때문에 먹색만으로 일루전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먹색의 유동적 흐름에 역점을 두고 작업하지 않을 수 없다. 먹이라는 유일한 재료로서 대상을 모노톤으로 표현할 수밖에 없는 한계를 극복하려면 먹색의 다양한 변화와 깊이에 노력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
그림을 그리면서 무엇보다 가장 먼저 신경을 쓰는 것은 그리지 않는 빈 공간이다. 보통은 주어진 화면공간 안에다 그리고자하는 대상물의 묘사나 표현에만 몰두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그렇게 하다 보면 자칫 크건 작건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 빈 공간을 소홀히 하거나 그 중요성을 잊고 작업하게 된다. 나의 경우 필체의 흔적이 닿지 않는 그리지 않은 빈 공간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대상물의 위치 선정과 동세를 결정하는 윤곽선이 어떻게 빈 공간과 만나 작용하여 전체적인 화면구성이 조화를 잘 이룰 것인지에 대해 철저히 고민하고 계산한다. 무심결에 오직 그리는 것에만 치중해서 작업하다보면 그림은 비록 매우 만족스럽게 그려졌다해도 그리지 않은 빈공간과의 부조화로 인해 그림은 실패작이 되고 만다. 그런 무수한 실패의 경험으로 체득한 결과 때문에 작업 전에는 주어진 화면과 그리려는 목표물을 놓고 신중을 기해 그릴 공간과 빈 공간과의 자연스런 관계를 여러 방법의 위치 선정을 시연해가며 가장 적절한 적용방법을 찾고 비로소 작업에 들어가게 된다.
좀 더 구체적으로 분석하자면, 비어있는 공간의 크기와 동세 그리고 산의 능선과 하늘이 맞닿아 생기는 공제선 같은 그 경계면의 유려한 선의 움직임을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이다. 여기에는 그림에 따라 제법 큰 면적의 공간뿐 아니라 산과 산 사이의 콩알만 한 작은 여백이 생성되기도 하는데 그 어떤 공간도 의도하지 않고 비워둔 것은 없다. 빈 공간의 형태가 나름의 중요한 조형요소로 자리 하게하기 위해서 때로는 실재하는 산의 능선도 필요에 따라 기울기나 모양을 잘 맞게 변형시켜서 실재의 산의 형태와 크게 다르지 않은 범위 내에서 변화를 주기도 한다. 때로는 원경의 산을 살짝 그려 넣어 공제선의 흐름에 시각적 안정감을 찾아주어 비어있던 흰 공간도 상대적으로 화면구성의 한 부분으로 훌륭한 가치가 나타나도록 한다.
그리고 작품이 다 완성되어 프레임이 씌워 졌을 경우 화면의 형상이 어떻게 보여 질 것인가에 대해서도 예상을 해보고 공간을 계산하기도 한다. 프레임의 안쪽선과 만났을 때 바로 인접한 여백의 공간이 어떻게 보일지를 가늠하여보고 그에 맞추어 가장 적절한 화면구성을 하게 된다. 이렇게 안팎으로 여백의 중요성은 단순히 묵흔이 없는 비어있는 공간이 아니라 그림의 완성도를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조형기호로서 결코 허투루 다루면 안 되는 절대적인 것이다. 단순히 그려지지 않은 비어있는 공간으로서 치부되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그려진 큰 덩어리보다 더 매우 중요한 조형의 한 요소로 자리매김하는 것이다.」<작가 노트 중에서>
갤러리 파란은 부산 금정구 범어사 앞의 둥지가든 내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부산의 미술계와 인연을 맺고 부산의 열정 있는 작가들과 활력 있는 미술계에 매력을 느끼고 특히 젊고 실험적인 작가들의 발표의 이 부족함을 체험하고 개관하게 되었습니다. 부산의 작가들이 더 넓은 곳으로 나아가는데 도움이 되고자합니다.//보도자료문//
– 장소 : 갤러리 파란
– 일시 : 2017. 1. 14. – 2. 15.
추PD의 아틀리에 / www.artv.kr / abc@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