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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양산에서 개최되는 김태헌 개인전 타이틀은 <그리고_쓰고_놀子>이다. ‘그리고 쓰고’는 김태헌 작품의 형식적 측면을 뜻한다. 이를테면 김태헌 작가의 작품은 ‘그림+글’로 구성되어 있다고 말이다. 김태헌은 ‘그림+글’로 구성된 작품을 ‘그림일기’로 명명한다.
김태헌의 일명 ‘그림일기’는 199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1999년과 2000년 지역신문인 ‘분당뉴스’에 그림+글 형식의 ‘그림일기’를 연재한다. 당시 분당뉴스의 일부는 2001년 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다방에서 개최된 김태헌 개인전 <화난중일기(畵亂中日記)>에 전시된다.
김태헌의 ‘화난중일기’가 충무공 이순신의 ‘난중일기(亂中日記)’ 형식에 그림(畵)을 접목시킨 것이란 점에서, 그의 ‘그림일기’는 단순히 작가 자신의 사적 이야기로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그가 바라본 사회와 경제 그리고 정치, 문화도 다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미술평론가 류병학은 김태헌의 ‘그림일기’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김태헌 작가의 ‘그림일기’는 잠언(箴言)과 잠화(箴畵)로 표현되어져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관객/독자는 작가가 제안하는 삶의 지혜를 곱씹어야만 합니다.”
김태헌은 17년간 꾸준히 ‘그림일기’를 작업하면서 다양한 매체들을 채택한다. 이를테면 그는 드로잉과 글로 시작한 ‘그림일기’에 회화 그리고 오브제, 사진 등을 작업의 영역에 포함시킨다. 물론 그 각각의 매체는 독립적인 것이 아니라 서로 접목된다. 회화에 드로잉의 접목뿐만 아니라 오브제에 화화가 접목되기도 한다. 따라서 그의 ‘그림일기’는 매체들의 경계를 해체시킨다. 그 점에 관해 류병학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김태헌은 기존 미술의 장르 구분을 철지난 경계 짓기로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오늘날 관습에 의존하고 스타일에 의해 움직이는 장르 미술은 일종의 ‘죽어버린 미술’로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이죠.”
갤러리 양산 전시장 4면에는 김태헌의 드로잉, 회화, 오브제 등이 접목된 44점의 작품들이 한 줄로 빼꼭하게 설치되어 있다. 그런데 그 작품들은 어른의 시선이 아니라 아이의 시선이 만나는 위치에 설치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전시된 작품들이 어른이 서서 볼 수 있는 위치가 아니라 ‘어른’ 관객이 적어도 상채를 숙이거나 무릎을 꿇어야만 볼 수 있는 위치에 전시되어 있다고 말이다. 따라서 ‘어른’ 관객은 당황한다. 김태헌의 연출 의도를 들어 보자.
“몇 년 전 미국 LA 갤러리에서 전시회에 초대된 적이 있었어요. 당시 갤러리 딜러께서 ‘빅보이(BIG BOY)’로 부르더군요. 편하게 말하자면 ‘애 어른’인 셈이죠. 철이 안든 어른 화가(?)인데, 아마 저의 작품에 세상을 바라보는 아이와 어른의 시선이 동시에 있기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동안 어른의 시선으로 작품을 전시했던 것과는 달리 이번에는 아이의 시선으로 작품을 연출해 보았습니다.”
갤러리 양산에 전시된 김태헌의 그림들에는 장난감 자동차와 비행기부터 말과 코끼리 등 각종 동물인형과 레고 그리고 ‘미키’ 인형과 ‘에반게리온’ 피큐어 또한 연필에 이르기까지 아이들이 좋아하는 오브제들이 접목되어 있다. 각종 장난감과 인형은 아이들이 놀이할 때 사용한다는 점 때문일까, 김태헌은 자신을 스스로 ‘놀子’로 명명한다. 김태헌은 대표작인 <붕붕>에서 ‘놀子’를 다음과 같이 언급해 놓았다.
“붕붕(鵬鵬)은 장자의 이야기에 나오는 붕새이며, 말풍선이며, 손오공이 붕붕 타고 다니던 근두운이며, 그림 속 이미지들을 연결하는 일종의 접속사다. 화면을 흔드는 작은 울림이다. 그림을 가볍게 해주는 장치다. 꿈틀거리는 내 욕망의 이미지다. 일종의 팔색조인 셈. 이 모든 의미를 관통하는 것은 ‘놀자’다. 소요(逍遙)다.”
<장자(莊子)>에 등장하는 ‘소요(逍遙)’는 아무 거리낌 없이 자유롭게 거닌다는 뜻이다. 따라서 ‘소요’에는 목적지가 없다. 김태헌은 세속의 욕망을 벗어나 자유자재로 거닐 듯 국내 지역뿐만 아니라 해외의 지역도 방문하여 ‘에-어른’의 시선으로 본 세상을 ‘그리고_쓴다.’
아트북 <빅보이>
갤러리 양산 김태헌 개인전에는 ‘아트북’도 전시된다. 김태헌은 그동안 몇 권의 ‘아트북’을 발행했다. <천지유정(天地有情)>(갤러리 피쉬. 2004), <1번국도>(그림문자. 2004), <김태헌 드로잉>(아르코미술관. 2006), <그림 밖으로 걷다>(갤러리 스케이프. 2007), <붕붕>(그림문자. 2010), <검은말>(TABLE STUDIO. 2010)이 그것이다.
따라서 이번 스페이스 몸 미술관의 김태헌 개인전을 위해 발행된 <빅보이>(UPSETPRESS/알마 출판사)는 6년 만에 제작되는 ‘아트북’인 셈이다. 최근 어린이만을 위한 그림책이 아니라 어른도 읽고/보는 ‘그림책’이 유행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미 오래전부터 ‘어른을 위한 그림책’을 제작하고 있는 김태헌에게 ‘아트북’이란 무엇일까? 작가의 답변이다.
“처음엔 그림에서 못 다한 이야기를 하려다보니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활자가 쌓이다보니 글과 그림을 함께 묶으려 했고, 그 적당한 방식이 책이 되었죠. 그 점에서 책은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며 소통하는 또 다른 전시공간입니다.”
김태헌이 작품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이 바로 관객/독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이다. 그는 ‘빅보이’의 시선으로 경험한 삶의 지혜를 관객/독자와 커뮤니케이션을 하기 위해 ‘그림+글’로 편집된 ‘아트북’을 제작한다. 따라서 김태헌의 ‘아트북’에는 세상을 바라보는 아이와 어른의 시선이 동시에 있다.
김태헌은 누구인가?
김태헌은 1998년 <공간의 파괴와 생성_성남과 분당 사이>(성곡미술관/내일의 작가)로 미술계에 주목받으면서 <민중미술 15년전>(국립현대미술관), <청계천 프로젝트>(서울시립미술관), 광주비엔날레, <BIG BOYS>(Andrewshire Gallery, 미국 LA) 등 국내외 다양한 그룹전에 초대되었고, 10여 차례의 개인전을 개최한 바 있다.
그는 2007년 중앙일보 공지영 연재소설 <즐거운 나의 집> 그림작업을 했으며, 경기일보에 <경기, 1번 국도를 가다>라는 타이틀로 그림을 연재하기도 했다. 그의 작품들은 금호미술관, 성곡미술관, 부산민주기념관, 경기도미술관, 아라리오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등에 소장되어 있다.//보도자료//
– 장소 : 갤러리 양산
– 일시 : 2016. 10. 12 – 11. 12.
추PD의 아틀리에 / www.artv.kr / abc@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