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노트//
밤의 골목
여름이 다해가는 어느 날, 막걸리 한잔에 얼큰해진 걸음을 집으로 돌린다.
풍납동 바람드리 6길이다. 술에 취한 날도, 작업에 지친 날도, 하루 종일 빈둥거리기만
한 날도, 언제고 받아주는 나의 골목이다.
다닥다닥 붙어있는 창들도 색을 잃은 밤, 오늘따라 유독 진한 어둠에서 잠든 이들의 깊은 한숨을 느낀다.
골목은,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직장과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우리의 무거운 발걸음을 남몰래 위로하며 ,또 스스로를 지탱하며 견뎌온 것이 아닐까……
이런 오랜 동무와도 같은 골목이 개발이라는 이름 하에 도시 곳곳에서 사라져간다. 도시의 나무가 가지치기 당하듯.
우리는 위로와 희망이 필요한 시대에 살고 있다.
우리시대의 골목은 그 안에 많은 사연을 안고 있다. 또한 어떻게 한 시대가 만들어지고, 현재와 미래로 이어지는지를 보여주는 연결고리와도 같다. 이런 골목을 떠나보낸 도시의 적막감을 우리는 감당할 수 있을까……
잘못 들어선 길의 끝은 막다름이다
옳은 길로 가는지, 막다른길로 가는지는 끝까지 희망을 가지고 가보는 방법밖에는 없다
골목의 끝에 서서 당당히 희망과 꿈을 외치고 싶은 건 지금을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의 바람일 것이다
2016 여름이 가는 어느 날
이 민 혁
– 장소 : 갤러리 예동
– 일시 : 2016. 10. 15 – 1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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