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이
2015년 봄. 어김없이 나에게 40대가 찾아 왔다. 그리고 봄 햇살의 따스한 사랑처럼 나의 일상 드로잉은 시작되었다.
이제껏 일기와 드로잉을 분리시켜 진행해오던 이야기들을 한 권의 책과 지인의 드로잉을 보면서 한 순간 바뀌게 되었다. 드로잉과 함께 나의 감정을 적는다는 것이 너무 흥미로웠다. 하지만 요즘 SNS 홍수 속에 살고 있는 나, 공인으로서 한편으로는 작가의 일상을 너무 드러내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도 앞섰다. 하지만 그런 걱정도 잠시 많은 사람들의 공감하는 글로 반응이 왔고 솔직해진 작가로서의 모습에 격려를 받았다. 작가로서의 삶이 지극히 현실에서 벗어날 수 없고 미술 기능인으로 장기를 발휘할 수 있는 일상드로잉 이라는 장르는 그 리얼함에 있어 좀더 사람들에게 호기심 어린 반응과 관심을 받을 수 있는 행위였다. 이는 지면에 멈추지 않고 나의 연감으로 얻어진 새로운 재료로 드로잉 되기 시작 되었다.
드로잉은 현장에서 즉석으로 이루어 졌고 드로잉에 익숙한 나의 손 기술이 지극히 제한적인 재료를 사용함으로써 우연적으로 얻어지는 드로잉 효과는 조금 더 재미난 형태로 완성할 수 있게 되었다. 정말 자유로웠다. 필력에서는 느낄 수 없는 제한된 자유. 어릴 적 한쪽 기억으로 한 선으로 그리기를 떠올리며 되도록 한 번에 드로잉을 끝낼 수 있도록 자르기와 이어 붙이는 것을 제한하고 한쪽은 형태가 보이지만 어느 한쪽은 구태여 표현 하지 않아도 드로잉을 보는 이가 상상 할 수 있게 열어 둠으로써 더 많은 상상을 할 수 있게끔 드로잉을 하나하나 완성하였다. 작가의 절제된 표현이라는 것은 작품을 완성을 하는 내내 작가의 심상이 드러나는 행위로 의도적인 행위를 강행함으로써 내가 정말 표현 하고 싶은 곳을 집중함에 따라 어떤 면을 더 알리려고 하는지 확연히 드러난다. 상상계의 의도적 실현이라고 말해야 할까? 대상의 재현이 어떠한 나의 생각에 의해 동화 조형되는 그리고 작품이 탄생되는 그런 행위들? 항상 나의 상상계는 일상 속에서 움직이고 일상의 한 부분에서 재조합 되어 새로운 예술품으로 탄생한다. 오래 전부터 이어온 사람들에 대한 궁금증, 그리고 인물의 표현, 지극히 구상적이었던 초창기 인물화에서도 알 수 있듯 뛰어난 테크닉에서만 볼 수 있는 리얼함은 내가 진정표현하고 싶었던 인물의 심상의 특징과 심적 표현에는 한계가 있었고, 실상 리얼한 표정 연기를 그렸더라도 그 이상 뛰어넘는 나의 손기술의 유희적 자유로움에는 많은 한계가 있었다. 그로 인한 추상화 시작은 나에게 많은 생각을 집어넣을 수 있게 한 원동력이 되었고 그것은 또 이야기를 구성할 수 있게 밑바탕이 되었다. 그것으로 멈추지 않고 곧 이어 새로운 재료를 이용한 사람들과의 소통 작업으로 가능성을 열었다. 현재 와이어를 이용한 선 드로잉이 나오기 까지는 멈추지 않으려는 생각과 사람들에 대한 연구, 한편으로 내 자신이 외롭지 않으려고 무의식적으로 애쓰는 이런 행위가 나의 작품으로 탄생 되고 있다. 언젠가 만났던 얼굴들, 그리고 무수히 스쳐 지나간 많은 사람들, 앞으로 나에게 다가올 사람들은 어떤 모습일까? 눈이 기억하는 사람, 머리가 기억하는 사람… 난 가슴으로 기억하는 사람을 아직도 만나고 싶은가 보다.//수이//
– 장소 : 갤러리 시선
– 일시 : 2016. 8. 31 – 9. 10.
추PD의 아틀리에 / www.artv.kr / abc@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