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행숙展(갤러리 아리오소)_20160701

예술작품과 사람을 아우르는 다채로운 이야기를 담을 ‘예술人사이드’는 우리 곁의 예술인들을 찾아가 그들의 진솔한 삶과 창작열을 전합니다.

사람들은 서양화가 최행숙을 ‘일필휘지’의 작가로 부른다. 검은색만을 사용해 100호에서 400호 대작까지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한 번의 붓질로 화면을 가득 채운다. 붓이 한 번 지나간 흔적 자체가 작품의 내용이자 주제인 셈이다. 지난 17일 창원 사파동 그의 작업실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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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평 남짓한 작업실에 들어서자 빽빽히 들어찬 캔버스가 시야에 들어왔다. 거침없이 획을 그은 듯한 선이 작업실을 가득히 채웠다. 동적인 선이 흡사 갓 잡은 힘센 물고기가 캔버스 위를 팔딱팔딱 훑고 지나간 듯하다. 작고 가녀린 몸에서 나온 남성미 넘치는 선에 한참이나 시선을 빼았긴 뒤 그가 입을 뗐다. “물감을 붓고 나면 온몸을 모두 써 마치 무당이 작두를 타듯 그림을 그립니다. 그러고 나면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입니다. 팔을 제대로 들지 못할 만큼 그리고 또 그렸습니다.”

온몸을 던져 선을 그려나갔고, 그만의 작품세계도 화단에서 인정을 받기 시작했다. 모든 게 순조로웠지만 난관에 부딪힌 순간이 찾아왔다. 선으로 하는 자기 작업에 단조로움을 느끼며 슬럼프를 겪었다.

벽에 부딪힌 듯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1년 가까이 붓도 놓아야만 했다. 그렇지만 그려야 살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에 이내 붓을 다시 들었다. 선으로 하는 작업이 그를 붙잡았지만 그래도 선을 통한 작업으로 난관을 풀어나가야 한다고 그는 생각했다. 모노크롬 작가(한 가지 색으로만 그리는 그림)인 그가 변신했다.

‘터닝 포인트’가 있었다. TV에서 우연히 아리랑 공연을 보던 중 농악대원이 눈에 들어왔다. ‘상모’의 화려한 움직임에 반했고, 그 역동적인 찰나의 느낌을 화폭에 옮기고 ‘아리랑’이라 이름 붙였다. 화려한 컬러를 캔버스에 입히자 더 활력 넘치는 그림이 탄생했다. 고요함 속에 깃든 강렬한 리듬감과 뜨거운 생명력이 붓끝에 일순 몰려왔다.

그런 그가 최근 진일보한 작업을 하기 시작했다. 그의 회화 작품 아리랑에 국악 아리랑의 선율을 입혀 아리랑과 아리랑을 접목한 것이다. 그가 생각하는 아리랑의 공통분모인 ‘뜨거움과 강렬함’을 한데 모아 콘서트의 무대 배경으로 꾸몄다. 문화유산과 관련된 음악은 많지만 회화는 찾아보기 어려운데 착안해 만든 것인데, 오방색의 붓질과 아리랑의 풍부한 소리가 어우러져 강렬한 리듬감을 자아낸다.

“아리랑 작품을 배경으로 국악콘서트나 사물놀이의 배경 영상 등으로 꾸미면 더욱 신명나는 마당이 될 것입니다.” 최행숙 작가는 이번 달 초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국악원에 이런 아이디어를 담은 제안서와 영상을 보내놓은 상태다. 3월 대구, 6월 창원과 울산 등 개인전에서도 접할 수 있다.

당찬 욕심도 드러냈다. “우리 국악과 회화, 장르 간 컬래버레이션(공동작업·협력)으로 세계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문화상품을 만들고 싶습니다. 한국적인 정신을 담은 작품으로 당당히 진출하고 싶습니다.”//2016. 2. 18. 경남신문 도영진 기자//

– 장소 : 갤러리 아리오소
– 일시 : 2016. 7. 1 – 7.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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