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일보 기사//
고찬용은 대구지역을 넘어서 전국적인 활동을 보여주고 있는 수채화가이다. 서양화가 대부분이 유화나 아크릴화를 그리는데, 어찌보면 한물간 듯한 수채화를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구의 수채화가하면 많은 이들이 ‘고찬용’을 떠올리지만 이미 주류에서는 벗어난 듯한 그림을 우직하게 그리고 있는 그는 나름 수채화에 대해 할 말이 많다.
“50여 년간 수채화만 고집해왔습니다. 수채화가 한국적 정서에 맞고 표현기법이 무궁무진해 작가가 새 기법을 개발할 여지가 많지요. 그런데도 수채화를 저급하게 여기는 인식이 많아서 안타깝습니다. 수채화가 가진 매력에 비해 너무 과소평가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그래서 그는 더욱 수채화를 놓지 못하고 있다. 유화는 재료적 한계가 있지만 수채화는 이런 한계가 적다. 작가가 노력하면 표현기법이나 재료 사용에 있어서 각자의 독특함을 만들어내기가 비교적 쉽다. 고 작가의 경우 붓과 나이프를 직접 개발해 그림에 맞춰서 쓰는데 수채화를 오랫동안 그리다보면 이처럼 자기만의 재료를 통해 고유한 표현기법을 창조해낼 수 있는 것이다.
그는 수채화가 서양에서 들어왔지만 한국화와 맥을 같이한다는 점에서 더욱 매력을 느낀다고도 했다. 수채화는 한국화의 큰 특징인 여백의 미, 절제의 미를 보여줄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한국미술사에서 수채화의 역할이 컸던 것도 수채화가로서의 자부심을 느끼는 점이라는 말도 곁들였다.
고 작가의 말에서 느낄 수 있듯이 서양에서 건너온 수채화를 그리지만 그는 한국화에 대한 애정이 큰데, 이것은 한국적인 그림을 그리고 한국의 이야기를 그림에 담아내고 싶어하는 개인적인 바람에서 비롯됐다. 그가 자연풍경을 고집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대학에서 그림을 전공할 때는 유화, 수채화를 가리지 않았고 수채화를 그리면서도 인물화, 정물화, 풍경화를 골고루 그렸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인가 풍경화를 그리는 것에 더 열중하게 됐습니다. 인물화와 정물화는 대상이 한정돼 있고 화면의 구성이 다양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입니다. 이에 비해 풍경화는 자연의 광대함과 변화무쌍함을 담을 수 있어 매력적이었습니다.”
고 작가는 이런 자연의 모습을 그만의 표현기법으로 새롭게 만들어갔다. 주변의 풍경을 그리지만 그의 내면을 거쳐 나온 풍경에 그만의 표현기법으로 재해석된 그림은 고찬용만의 수채화를 만들어냈다. 그는 수채화물감만을 고집하지 않는다. 석채와 수채화물감을 적절히 사용해 색다른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또 붓질의 횟수를 절제한 것도 그의 작업적 특징이다. 붓을 많이 쓰면 설명하는 그림이 된다고 말하는 그는 이를 통해 예쁜 그림이 아니라 가슴에 와닿는 그림을 그리려는 것이다.
아련하면서도, 때로는 몽환적 이미지를 주는 것도 그의 그림만이 가지는 남다른 특징이다. “저 나름대로 현실적 색과 이상적인 색을 구분하는데 현실적 색을 배제하고 이상적인 색을 많이 사용함으로써 아련한 이미지를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그의 풍경화는 단순히 자연의 아름다움만을 느끼게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기억 속에 묻어두었던 아름다운 추억을 더듬어내게 하는 힘이 있다.
대구를 중심으로 꾸준히 수채화의 대중화에 힘을 쏟았던 그가 처음으로 부산에서 개인전을 연다. 부산 역시 수채화가 활성화되었던 곳이라 11일부터 19일까지 부산 해오름갤러리에서 여는 22번째 개인전에 대한 그의 기대는 크다.
해오름갤러리 노인숙 대표는 “대한민국 화단의 큰 나무인 고 작가의 작품은 바쁜 일상을 견디며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수채화가 주는 편안함을 선물하는 작품들”이라며 “이번 전시는 순박한 풍경화에 녹아있는 아늑함을 느끼고 즐기면서 치유의 시간을 갖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남대 미술대학과 동 교육대학원을 졸업한 고 작가는 대구수채화협회장, 한국수채화협회 부회장 등을 지냈으며 현재 한국미술협회 부이사장, 한국수채화협회 대구지회장, 대구수채화아카데미 대회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영남일보 김수영기자//
– 장소 : 해오름갤러리
– 일시 : 2016. 5. 11 – 5.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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