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숙(문화예술학 박사, 갤러리세인 대표)
개인전 때마다 기다려지는 작가가 있다. 임미강 작가의 개인전을 기다린다는 것은 새순이 돋아나는 봄의 문 앞에 서 있는 전령이 된 기분이다. 그녀의 작품은 새로운 감각을 일깨워주기 때문이다. 이 봄날의 꽃과 달은 어떤 풍류를 노래할까. 붉은 접시와 파란 접시의 대조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파란 접시 바닥에 놓여 진 붉은 펠트와 노란 한지는 동백과 개나리가 피어난 꽃길로 보인다. 사뿐사뿐 그 길을 함께 걸어 보실래요. 봄 처녀의 마음을 사로잡는 꽃들의 향연을 어느 경치 좋은 정자에 앉아 음미하며, 고운 펠트 천에 감쌓은 도자기를 끌러 본다. 작가는 도자기에서 잘 다루지 않았던 펠트와 한지를 혼용한 작업을 발표하며 아래와 같이 적고 있다.
“도자재료가 갖지 못한 시각적 아름다움과 텍스쳐의 다양성을 접목시켜 사각 판넬 안에 도자기와 함께 회화적 표현을 시도해보고자 한다. 또한 한지를 이용한 한국화 이미지의 수묵화작업의 접목 또한 표현의 다양성 추구의 예라 하겠다.”
작가는 홍익대학교 도자기공예과에서 학사, 석사를 마치고 독일 퀼른 국립미술대학교, 독일 니더라인 국립미술대학원에서도 수학하였다. 개인전 23회, 그룹전 100여 회 이상을 개최하였다. 특히 20여 년 동안 꾸준히 해외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가하여 실험적이고 글로벌한 시간으로 작업을 발표해오고 있다. 이러한 경험은 국내 도자기 분야를 소개하는 촉매제 역할은 기본이고 재직하고 있는 충남대 디자인창의학과 학생들에게도 유익한 경험을 나누는 가르침이 된다.
조형예술은 인간 정신을 표현하는 예술이다. ‘조형’의 어원은 “빚어져서 형태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물감이나 나무, 돌 등 물질적인 사물을 이용해 작가의 촉각이 기본이 되어 작업으로 창작된다. 이번 전시에 작가 임미강이 다루는 재료는 흙, 펠트 그리고 한지다. 그 동안 가장 오랜 시간을 다루었던 흙을 속성을 알기 때문에 그와 연관된 사물에 관심을 갖고 표현도 확장해갔다. 처음에 펠트는 도자기를 안전하게 포장하기 위한 재료였다. 그렇지만 펠트는 포장에 그치지 않는다. 작품을 감싸는 재료가 독립적인 작품이 된다. 펠트와 도자기의 조화는 형태와 색으로 균형감과 세련미를 물씬 풍긴다. 또한 한지는 작가가 회화적인 감각을 표출하는데 용이하게 사용한다. 접시형태의 사각도자기와 한지의 조화가 자연스러워 매끄럽다. 기존에 발표한 개인전에서 작가가 타 재료와의 융합을 아주 효과적으로 활용해, 기존 발표된 작품과 차별화를 꽤하는데 일조를 하는 것을 새삼 확인한다. 작가는 1990년대 전후 진보적인 여성도예그룹인 ‘흙의 시나위’의 멤버였다. 그 당시그룹에 활동한 작가들도 여전히 고유한 자기정체성을 갖고 작업을 확장하고 있다. 작가 임미강은 30여 년 이상 창작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매 전시마다 몸과 마음을 다해 작업에 임하는 뿌리의 근원은 작가로서 첫 발을 딛은 그 단단한 젊은 시절을 겪었기 때문이다. 봄 향기 그윽한 날, 풍류를 떠나지 않아도 된다. 전시장이 풍류이다. 달빛에 비친 꽃 그림자, ‘花月皿’에서 피어난다.
– 장소 : 갤러리 세인
– 일시 : 2016. 3. 29 – 4.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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