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선, 현실 투사 기제와 존재의 시원인 우주적 조응
– 사유와 탐색의 공간을 비추는 빛 –
최용(문학평론가)
이기성은 사물과 현상의 재발견을 통한 존재 찾기에 천착하는 중진 화가이다. 필자는 이기성의 작업을「존재 확인의 아이덴티티, 가상 현실적 기법」,「내면과 현실의 가소성, 화석화」,「꽃으로 피어나다」몇 편에서 고착화된 현실에 대한 부정에서 출발해 정형화된 현실을 넘어서려는 시도로 읽어낸 적이 있다.
초기 작품 세계를 관류하던 선험적 개념과 소시민적 의식에서 벗어나 중기에 오면서 내적 사유의 힘과 소통의 미학이 원숙한 경지를 더하더니, 근래에 들어 존재의 시원인 우주로 작품 공간을 옮겨간다. 우직하리만큼 고수하던 우연성, 가변성의 프로세스에서 벗어나 의식을 넘어선 무의식 세계를 다룬다. 존재의 내부를 현상학적으로 보면서 반전을 꿈꾼다.
사유와 탐색의 공간을 마련하는 이기성의 신작을 새로움으로 만난다. 빛의 이미지를 통해 존재의 시원인 우주로 시선을 확대하고, 존재와 비존재에서 생명력의 의미를 추출해낸다. 빛은 폐쇄적인 현실 공간에서 개방적인 우주 공간으로 나아가는 이기성의 시도를 뒷받침하는 어셈블리지이다. 내면적 자아와 현실적 자아 사이에 놓인 연결 고리로서 빛이 의미를 갖는다.
빛을 중심으로 초월성의 욕망이 구체화되는 지점을 찾는다. 빛이 굴절되어 나타나는 세계는 어둠과 밝음을 공유하고 창조적인 생성의 공간을 확보한다. 신생, 혹은 태생적 신비를 함축하는 것은 사물과 세계에 대한 이기성의 물활론적 인식이다. 빛, 광선의 이미지가 갖는 강렬한 상징성은 신생의 활력을 더한다. 그는 광선은 빛의 직진, 반사, 굴절의 법칙에 따른다고 보는 기하 광학을 벗어나 빛의 파동성이나 입자성을 화폭에 담아낸다.
빛의 분산은 획일적인 것을 거부하는 이기성의 몸짓이다. 그는 빛의 본질을 빛의 단순한 외형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인간적 꿈꾸기의 장면으로 묘파해낸다. 그가 그려낸 빛, 광선에는 형이상학적이고 초자연적인 힘이 내재하고 있어 우주적 조응력을 연상시키는 요소가 된다. 세속 현실의 분열 속에서 오염되지 않은 순수한 존재가 지향하는 곳은 열려 있는 광활한 우주 공간인 것이다.
현실과 작가 내면의 빛이 확산된 창조적 공간으로 투사된다. 어둠과 밝음의 경계를 해체한 수직적 심화와 수평적 확대의 어울림에서 오는 존재의 고양감을 이기성의 신작에서 읽는 기쁨을 누린다.
– 장소 : 오션 갤러리
– 일시 : 2016. 2. 15 – 3.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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