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묘한 균열과 흘러내림의 흔적이 있는 흰색 바탕 위에 지도와 핀셋, 플라스틱 빨대, 운동화, 유조선, 그리고 삼각뿔의 도형이 그려져 있다.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그리고 어떤 기준으로 이 이미지들이 모이게 됐고 배열되게 됐는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느슨하게 연결되어 고정되지 않고 떠 있는 분위기 속에서, 신발과 유조선 그리고 지도는 이동을, 핀셋과 빨대는 이동의 경로를, 그리고 삼각뿔은 이동하고 경험하며 생각하는 우리 자신을 의미한다. 이러한 기본바탕에서 징검다리를 건너가는 것처럼 이미지와 이미지사이를 옮겨 다니며 감상자로 하여금 낯선 상황에서 갖게 되는 의문과 생각을 계속해서 떠올리도록 유도하고 있다.
생각의 오브제, 이미지 중독, 연결된 의식들, 문화적 맥락,… 이것들은 내가 우리 주변의 이미지들을 보면서 품게 되는 생각들이다. 현실에서는 다양한 매체들을 통해 수많은 이미지들이 우리가 원하던 원하지 않던 끊임없이 등장하고 사라짐을 반복하고 있다. 원본성과 차용, 텍스트 등 이미지에 관한 다양한 이론적 해석이 시도됐지만 여전히 이미지에 대한 충분한 이해는 미해결의 상태에 있다. 어쨌든 재생산과 공유라는 과정을 통해 이미지는 항상 이동 중의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일관되지 않고 불규칙적이며 우연적인 속성이 다분한 이미지와 그 존재양태에 나는 현 시대를 살아가는 개별 인간들의 삶의 행태와 함께 그 행태를 이끄는 사유와 감성의 심리적 특성이 내재해 있다고 생각한다. 작품을 통해 보여주는 이미지는 거대한 이미지 집합의 파편과 같은 일부일 뿐이다. 하지만 그 이미지들을 관조하면서 그 사이의 빈 공간을 감상자 각자의 상상력과 의식 속의 기억으로 채워나가 보기를 권한다. 창작자의 이미지와 감상자의 생각을 마치 퍼즐을 맞추듯 함께 연결해나감으로서 작품은 진정한 완성에 도달하게 된다. 이러한 창작행위를 통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구조적 특성을 들어내는 것이 나의 작업의 궁극적 지향점이라 말하고 싶다.//작가노트 중에서//
<작가약력>
2009 서울대학교대학원 미술학 박사과정 수료
2004 MFA in Electronic Integrated Arts, Alfred University, USA
2000 서울대학교대학원 서양화전공 졸업
1998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졸업
<개인전>
2016 재배열된 이미지들reorganized images, 갤러리 화인, 부산
2015 內射; 의식 속 지도이미지, 갤러리 미고, 부산
2014 그물망 Knot Net, 경성대학교미술관, 부산
2013 Pathways, 경성대학교미술관, 부산
2012 신발, 경로, 그리고 경계, 포스코미술관 공모선정작가, 서울
2010 틀해체된 오브제들, 김종영미술관 창작지원작가전, 서울
2010 지도공작실 The Map-making Workshop, Space Zip 갤러리
2009 길동맵핑 Mapping the Neighborhood of Gil-dong, 송은갤러리, 서울
2009 맵핑; 경로의 추적, EACT갤러리, 경기도 성남
2009 펼쳐진 지도/접혀진 도시 – Unfolded Maps/Folded Cities, 관훈기획전, 관훈갤러리, 서울
2007 The Library of Images/이미지의 도서관, 김진혜 갤러리, 서울
2005 꿰매진 신발과 구겨진 포장지 그리고 비행장, 2005 새로운 작가 기획공모, 대안공간 풀, 서울
<단체전>
국내외 41여회
– 장소 : 갤러리 화인
– 일시 : 2016. 1. 29 – 2. 4.
추PD의 아틀리에 / www.artv.kr / abc@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