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민락동 동방오거리 인근, 조용한 동네 중간에 춘자아트갤러리가 있다. 조금은 삭막할 수 있는 동네에 밤늦도록 불이 켜져 있는 갤러리는 주민들에게 위안과 함께 정서적인 면에 큰 기여를 한다. 개관한지 2년이 지났으니 이젠 동네 토박이 이웃이 되어가고 있는 셈이다. 이곳에서 지난 1월 15일부터 박지희 작가를 초대해서 전시하고 있다. 전시제목은 ‘멀고도 가까운’…
박지희 작가는 부산에서 대학 졸업 후 스페인 그라나다 대학교에서 석사과정을 마쳤다. 현재의 북극곰 시리즈는 스페인에서 시작됐다. 낭만과 여유가 넘치는 스페인은 환경 문제 만큼은 선진국에 속하지 못했다. 작가는 스페인에서의 경험과 지구온난화 등에 관심을 가지면서 북극곰에 대해서도 흥미를 갖게 된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북극의 빙하가 조금씩 사라진다면 북극곰은 어떻게 될까에서 작품들은 탄생되기 시작한다.
이번 전시의 주제인 ‘멀고도 가까운’에 대해 작가는 이렇게 설명한다. “어쩌면 먼 이야기라고 생각한 그들의 일상이 다가오는 가까운 현실이라면 어떨까요. 일상을 지내면서, 본인도 모르게 잊고 사는 것들에 대해 돌아보고자 시작하게 된 그들의 이야기는 어쩌면 우리의 일상에 가까이 다가와 있는지도, 이미 많이 진행되어 있는지도 모르죠. 그렇게 멀다고 생각한 그들의 일상이 우리의 일상 속 무심코 하는 행동들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면, 우린 일상을 과연 잘 보내고 있는 것일까요.”
전시장 한 쪽 벽면에는 북곡금과 어린아이가 등장하는 동화 같은 작품이 있다. 이 ‘딩동’ 시리즈는 2012년 작가가 스페인에 있을 때부터 시작한 작품이다. “이미 다들 잘 알다시피, 사람들의 무분별한 개발로 멸종 위기동물은 더 늘어납니다. 북극곰은 그들 중 하나입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서 그들의 서식지가 점점 녹게 되고, 그들의 공간은 점점 줄어들게 되어, 어느 날 작아진 얼음 조각을 타고서 북극곰이 대륙에 도착하게 된다는 상상으로, ‘딩동’이라는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그들을 돕는 하나의 실천적 방안으로, 길가에 버려진 박스와 매일 마다 버려지는 영수증과 신문으로 그 이야기들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작가는 북극곰을 통해 주변 환경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고 일상에서 익숙하고 무심히 지나칠 수 있는 것들을 소재로 삼고 있다. 그래서 관객들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풍경 또는 행동을 한 번 더 돌아볼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진다. 전시장 한 벽면에서 보여주고 있는 북극곰의 ‘글쎄’ 시리즈처럼 우리는 고민하고 난처한 일을 종종 겪는다. 그럴 땐 ‘아마 긴 여행이 될지도 몰라’라는 작품에서 석양을 따라 서쪽으로 달려가는 북극곰들처럼 자유를 동경해보면 어떨까. 박지희 작가의 일곱 번째 개인전은 춘자아트갤러리에서 2월 6일까지 이어진다.
– 장소 : 춘자아트갤러리
– 일시 : 2016. 1. 15 – 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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