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고 볶고 싸워도 힘든 일상을 견디게 하는 큰 힘은 가족이 아닐까.
연오재 갤러리가 새해를 맞아 선보이는 전시 ‘홈 스위트 홈(Home Sweet Home)’에선 유쾌한 가족의 일상을 표현한 작품들이 선을 보인다. 회화작가 조장은과 조각가 김경민은 여성작가 특유의 섬세한 감성을 잘 녹여냈다.
김경민 작가는 주변의 소소한 풍경과 인물을 예리한 시선으로 포착해 경쾌하게 조각으로 변신시킨다. “작가이자 세 아이의 엄마, 한 남자의 아내로 살고 있다”는 김 작가의 소개에서 알 수 있듯, 작품은 가정에서 벌어지는 일상의 모습을 재미있게 잡아냈다. 아내와 아이를 모두 자전거에 태워 나들이 가는 아빠, 아이를 등에 태운 남편과 행복한 웃음을 짓고 있는 엄마는 대한민국 평범한 가족의 모습이다.
김 작가 작품의 주인공들은 언제나 웃음을 짓고 있다. 김 작가는 “최대한 무심히 작품을 바라보라”고 주문한다. 보이는 대로 직관적인 느낌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사회적 변화를 끌어내는 무거운 주제가 아니지만, 작품으로 인해 작은 변화라도 생기길 바라는 작가는 “현대인들에게 작품을 통해 따뜻함과 치유의 기쁨을 전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 작가의 이름은 생소해도 사실 김 작가의 작품은 공공미술로 전국 거리에서 많이 만날 수 있다. 부산에도 문현동 부산은행 본점 앞에 김 작가의 대형 조각 작품이 있고, 김해 아이스퀘어몰의 아빠 조각도 김 작가 솜씨이다.
연오재 갤러리에서 함께 전시되는 조장은 작가의 그림은 조각과 절묘하게 어울린다. 조 작가는 일상의 이야기와 고민을 그림일기 같은 작품으로 전달한다. 얼른 결혼하라고 딸을 구박하면서도 마음속으로 그 누구보다 딸을 내어주고 싶지 않은 아빠의 속마음을 그린 작품을 보며 유쾌하게 웃다 보면 어느새 마음이 찡해진다. 얼마 전 부산으로 시집 온 조 작가의 개인 이야기에 주변 사람들의 부녀 에피소드도 더해 이 시리즈가 탄생했다.
조 작가 회화는 한 번 보면 잊히지 않을 정도로 강렬한 느낌이 있다. 특유의 선명한 원색 때문이다. 한국화를 전공한 조 작가는 한국화 물감과 아크릴 물감을 혼합해 자신만의 색감을 만들어낸다. 분홍, 빨강, 녹색, 노랑, 보라 등 튀는 색을 조화롭게 그림 안에 녹여낸 건 조 작가의 만만치 않은 내공을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가족 이야기가 담긴 작품들이 유난히 실감 나고 정겹게 다가온다. ▶김경민·조장은 ‘Home Sweet Home’ 전=23일까지 연오재 갤러리. 051-731-1150.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부산일보 2016년 1월 7일 게재//
– 장소 : 연오재
– 일시 : 2015. 12. 23 – 2016. 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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