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초 충남 보령에서 활동하는 박주부 작가로부터 전화가 왔다. 10월 달에 한 번 놀러 오란다. 그런데 이후 이런 저런 사유로 가지 못하고 늘 마음의 짐이 되어 시간만 흘렀다. 박주부 작가는 올 해 5월 부산 정준호 갤러리에서 개인전 때 처음 만났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 박주부 작가로부터 보령박물관에서 개관 2주년 기념으로 전시회를 한다는 연락을 받았다. 마음의 짐도 풀 겸 해서 주말 보령으로 발걸음 했다. 보령오석으로 유명한 그 곳은 보령시 초입부터 석재업체들이 눈에 많이 띄었고 마을 입구마다 오석으로 만들어진 표지돌이 놓여 져 있었다. 그만큼 이 지역에 오석이 많이 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작가를 만나 보령박물관으로 향했다. 이번 전시는 박 작가가 직접 기획을 했는데, 보령 출신의 작가와 타지의 작가들을 골고루 초대했고 형식적으로는 구상과 비구상을 적절히 선별해서 전시를 꾸몄다. 장르적으로도 평면과 입체작품을 모두 감상할 수 있도록 배치를 했다.
전시장을 들어서면 변영환 작가의 ‘쩐’ 입체작품에 먼저 눈길이 간다. 작가는 동전과 지폐를 이용하여 작품을 만드는데, 전시를 보러온 한 아이가 과연 진짜 돈인지 가짜 돈인지 궁금해서인지 여기 저기를 만져 본다. 입구 좌측 벽면으로는 류영도 작가의 작품 속 여인이 당당한 모습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작가는 단순한 여성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기 보다는 여체의 당당한 포즈와 자기주장이 뚜렷한 현대 여성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 옆으로 대구에서 활동하는 방복희 작가의 작품이 눈에 들어왔다. 방 작가는 직접 만난 적은 없으나 SNS에서 자주 소식을 접하는 작가이다. 가상공간에서 작품을 보다가 실제 작품을 보니 마치 오랜만에 만난 친구처럼 반가웠다. 미인도 시리즈로 유명한 이동연 작가의 작품도 눈길을 끈다. 헤드폰을 끼고 스마트 폰을 들고 있으며 한복이 잘 어울리는 현대 미인도를 무겁지 않게 그려내고 있다.
그 밖에도 원로 작가인 이혜경 작가의 작품, 신형범, 박주남 작가 등의 작품도 볼 수 있었다. 박주남 작가는 이번 전시를 기획한 박주부 작가의 친 형이다. 임용빈 작가는 글씨의 농담을 통해 이미지를 구사하는데 이번 전시에는 법정스님과 간디의 초상화를 그린 작품을 선보였다.
전시촬영을 마치고 박 작가와 무창포항에서 식사를 했다. 무창포 해수욕장 앞에는 석대도라는 섬이 있는데, 매월 1~3회 바닷길이 갈라져서 걸어서 섬에 들어갈 수 있다고 한다. 박주부 작가는 이번 전시를 계기로 앞으로 매년 이러한 전시를 계획하고 있었다. 이곳에서 느낀 예술은 그렇게 거창한 것도 그리고 고매한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민들이 작품을 보고 감성적으로 윤택 해지고 이로서 삶의 활력소가 된다면 그 역할을 다하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그렇게 음력 10월 말 보령의 밤은 깊어갔다.
– 장소 : 보령박물관
– 일시 : 2015. 10. 23 – 1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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