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현展(해운대아트센터)_20151020

박은지 평론

갊을 품은 삶을 위한 직접적 서술 ● 정사각형 흑백의 격자무늬 ‘QR코드’. 이것은 조정현의 작업을 관통하는 요체(要諦)다. QR 코드는 1994개발된 이후 스마트폰의 확산, 무선 인터넷 기술의 급속한 발전에 의해 상용화 되었다. 신속한 대응(Quick Response)이라는 소기의 목적 그대로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의 실시간 매체 이동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정보의 습득이 용이하게 하며 이 같은 이점으로 광고마케팅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그렇다면 조정현의 작업들에서 QR코드는, QR코드가 내속된 조정현의 작업들이 전달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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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QR코드를 통해「이우환에 관한 서술」은「조정현에 관한 서술」로 연계된다. QR 코드로 연결된 온라인상에서 작가 이우환과 관련된 어떤 이야기를 기대했던 감상자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할 수도 있다. 그도 그러할 것이 이우환과는 연령대, 생김새도 너무나도 다른, 더군다나 그 어느 곳에서도 알려지지 않은 한 청년이 자신을 마주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 청년은 앞서 언급했듯이 바로 작가 조정현 자신이다. 그는 찡그린 표정으로 QR코드가 삽입된 명함을 입에 물고 있다. 명함은 자신이 누구인지를 보여주며 따라서 그 사람에 대한 정보를 담고 있으며 명함에 QR코드 역시 조금 더 상세한 정보창과 연계된다. 다시 명함 속 QR코드를 따라 가면 작가 조정현의 블로그가 열리며 그곳엔 조정현의 작업들이 위치하고 있다. 이우환에 관한 서술로부터 출발하여 도착하게 된 조정현의 작업들, 이러한 연계가 주는 의미를 보다 확실하게하기 위해서 다음 작품들로 넘어가보자. ● 조정현은 이우환의 모노하(物派)를 차용한다. ‘수 억 원을 호가하는 이우환의 점’에 자신을 표현하는 QR 코드를 위치시키면서「Correspondence(조응)」을「Qrrespondence(QR코드로 응답)」으로,「Dialogue(대화)」를「Qrlorue(빠른대화 혹은 QR 코드를 이용한 대화)」로 바꾸어 놓았다. 그곳에는 작가 소개, 제작연도, 출처만 다를 뿐 이우환의 그것을 검색했을 때와 동일한 포맷의 화면이 열린다. 조정현이 이우환과 그의 작업들을 끌어들이는 이유는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그것은 첫째로 QR코드를 찍는 행위가 ‘관심’을 필요로 하는데 있다. QR코드는 온 오프라인의 경계를 허물었지만 실시간으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감상자가 코드를 ‘찍는 행위’가 수반되어야 하며 이는 또 다시 감상자의 찍고자 하는 관심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이우환의 작품들은 그 미학적 예술적 가치 외에도 그의 작업 특징인 점 하나가 수 억 원을 호가하는 생존하는 작가 가운데서도 고가의 작품으로 일반인에게도 잘 알려져 있으며 이는 감상자의 관심을 끌어오는데 충분한 요건이 된다. 다음으로 이우환의 작업들은 그것에 매겨진 억대의 가격을 차치하고서 그 미학적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작품에 대한 미학적 예술적 가치의 인정과 작가로서 공인된 사회적 지위는 갊을 품은 삶을 살아가는 작가들이 그토록 원하는 삶의 모습이지 않은가. 조정현의 작업들은 조정현 자신의 갊의 품을 삶에 대한 있는 그대로의 솔직한 발언인 것이다. ● 얼핏 보기에 QR 연작들에 담겨있는 조정현의 갊을 품은 삶은 ‘작가의 명성=고가의 작품’의 등식 안에 성립하는 것 같다. 여기서 끝을 맺는다면 조정현은 이우환을 힘입어 자신을 그와 같은 선상에 놓고자 하는 것에 그치고 만다. 그러나 우리는 그의 작업을 관통하는 요체가 QR 코드임을 다시 상기할 필요가 있다. QR코드는 스마트 폰에 최적화 되어 있으며 스마트폰은 기술적으로 언제 어디서나 사용가능한, 우리에게 가장 가까이 있는 유비쿼터스 매체이다. 조정현은 QR코드와 스마트폰을 이용하여 작품을 우리에게로 끌어오며 지금-여기, 나의 손 위에 현재화 시킨다. 자발적 검색활동을 요구하는 QR코드와 스마트 폰을 통해 내 손위에 위치하는 작업들, 그는 이우환을 끌어들여 그것을 ‘자기화’ 시킴으로 해서 작업 노트에서 언급하고 있듯이 “10억 100억 명의 감상자”와 만나고자 한다. 결국 조정현이 QR 코드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는, 그의 갊을 품은 삶은 ‘소통’에 있으며 작가가 요구하는 이러한 소통은 관람자의 참여를 통해 의미를 더욱 견고하게 한다.//박은지

– 장소 : 해운대아트센터
– 일시 : 2015. 10. 20 – 10.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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