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은展(해운아트갤러리)_20151009

인간이라는 존재란 무엇인가. 가장 광범위하고도 근본적인 질문이자 나의 모든 작업을 관통하는 주제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위의 큰 담론 중 인간의 이기심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나를 포함한 인간이라는 존재는 스스로를 고등 동물이라 칭하며 모든 생물체들 중 가장 상위의 범주 안에 넣어두고 있다. 그리고 인간의 범주 안에 속하지 않는 그 아래의 모든 것들은 ‘그 외’ 가 되어 인간에 의해 해석되어지고 분류된다. 오로지 상위의 이들이 바라보고 생각하는 것들이 정의가 되어버려 결국 ‘그 외’는 인간에 의한 것 이 되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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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인형이라는 개체가 있다. 인간이 만들어 놓은 이 개체는 주로 즐거움, 애정, 사랑 등을 표방한다. (물론 해석에 따라 종교적, 문화적인 관습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나에게 있어서 인형이라는 존재는 보이지 않는 폭력이자 조용한 억압이다. 인형이라는 개체로 주도되는 권력은 아직 그 사회의 체제를 학습하지 않은 사람들(특히 아이들)에게 강력한 힘을 발휘하여 눈에 보이지 않는 폭력적 학습으로 진화하게 된다. 예를 들어 본 전시에 사용된 강아지 인형은 귀엽고 작은, 인간이 함부로 다루어도 되는 존재로의 담론에 젖어들어 결국 사람들에게 강아지는 원래 인간보다 하등하고 막 다뤄도 되는 개체라는 강박관념을 심어주는 계기가 된다. 긍정적인 의미를 가진 이 개체는 오히려 소리 없이 인간들을 그 이상으로는 생각하지 못하게 짓누르고 있다. 그들이 만들어놓은 정의와 허상에 그들 스스로가 속아 넘어가는 꼴이다.

나는 이번 전시를 통해 보는 이로 하여금 인류가 분류해놓은 개체들의 편견과 그것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았을 때의 이질감, 그리고 더 나아가 이 현상과 마주하게 되는 인간의 이기심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작가 노트 중에서//

최정은 / Jungeun Choi
작업 홈페이지: jungeunchoi.com
개인 블로그: jungeunchoi.me

2013년 Goldsmiths University of London, Fine Art 전공 졸업
2015년 해체둔벙 – (구)백제병원
2015년 멍(개인전) – 해운아트갤러리
2014 부산 미술제 – 부산 문화 회관
2013년 Chain Re:action / 체인리액션 – Menier Gallery in London
2013년 Goldsmiths University of London Degree Show – Goldsmiths University of London

– 장소 : 해운아트갤러리
– 일시 : 2015. 10. 9 – 10. 15

추PD의 아틀리에 / www.artv.kr / abc@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