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초 해운아트갤러리에서 미니아트페어展을 개최했다. 23명 작가들의 작품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재미있는 전시였다. 이후 한 통의 이메일을 받았다. 해운아트갤러리에서 미니아트페어展 후속으로 열리는 개인전인데, 촬영 요청이었다. 가을 접어들면서 곳곳에서 전시가 시작되면서 스케줄을 맞추기가 힘든 상황이었고 연속으로 간다는 것이 부담스러웠지만, 이메일을 보내 온 작가는 이번이 첫 개인전이라고 한다. 부산대학교에서 한국화를 전공한 정혜리 작가는 3년 전 석사청구展 이후 이번 첫 전시를 위해 많은 준비를 했던 것 같다. 작가에게 첫 개인전이란 얼마나 큰 의미가 있겠는가. 다른 스케줄을 조정 하고 토요일 오후 해운아트갤러리를 찾았다.
해운아트갤러리는 50평이 넘은 큰 공간이다. 일전 23명의 작가들이 미니아트페어를 개최할 정도의 공간에 개인전을 하기란 만만치 않은 곳이다. 전시장에는 작은 작품부터 100호 이상의 작품을 3개 연결한 큰 작품까지 선보였다. 대부분 화폭 속에는 자연의 풍광이 담겨져 있다. 한국화를 전공한 작가는 은은한 작품부터 강한 느낌의 작품까지 다양한 이미지를 선보이고 있다.
정혜리 작가는 고향이 통영이다. 고등학교 때 진학을 위해 부산으로 왔지만 거의 20살 때까지 통영에서 자란 셈이다. 한국의 나폴리 ‘통영’… 전혁림, 김기림, 김상옥, 윤이상, 유치환, 김춘수, 박경리 등 다방면의 예술가들을 배출한 예향이다. 정혜리 작가의 작품 속에는 통영 풍경이 자주 등장한다. 물론 통영이 아닌 곳도 있다. 김해와 같은 부산 인근에 나가서도 마음에 드는 풍광이 있으면 사진을 찍고 현장에서 스케치도 한다. 하지만 현실적인 풍경은 통영이 아닌 다른 곳이라 할지라도 작가는 고향의 느낌을 염두 하면서 작업을 했던 것 같다.
정혜리 작가는 한국화 방식으로 작품을 그리지만 채색 방식과 농담이 다양하다. 작품을 그리는 방식은 작은 점을 찍어서 그리는 점묘법 방식으로 작업을 하는데, 작가는 그러한 ‘점’을 그릴 때마다 작가가 가진 정서를 진하게 묻힌다고 한다. 노을이 수면을 비추는 서정적인 작품도 있고, 동굴에서 바깥을 바라보는 독특한 풍경의 작품도 있다. 작품들에는 생명을 상징하는 물이 자주 등장한다. 생명의 물은 많은 예술가들을 배출한 통영의 정기를 고스란히 표현했을 수도 있다.
작가는 현재 부산대학교와 브니엘국제예술중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대학원 졸업 이후 이런 저런 일 때문에 첫 개인전이 늦어졌다. 앞으로 1년에 한 번씩은 개인전을 준비할 예정이라고 한다. 두 번째 개인전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도 작가의 숙제이다. 내년 여름쯤 예상이라고 하는 개인전에는 또 어떤 달라진 작품이 등장할지 궁금해진다. 이번 전시는 9월 22일까지 해운아트갤러리에서 계속된다.
– 장소 : 해운아트갤러리
– 일시 : 2015. 9. 12 – 9.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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