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과일을 주제로 한 전시를 몇 차례 관람했다. 바나나를 그리는 청신, 모과와 대추 그림의 김광한, 복숭아를 그린 김대섭, 물기 묻은 복숭아를 그린 손만식, 딸기와 자두를 그림 정창기 등의 과일 그림들이 최근에 본 작품들이다. 그런데 이번 갤러리 조이에서 전시하는 이창효 작가는 자두 작품만 가지고 이번 전시에 참여했다. 꽤 넓은 전시공간에 가득한 자두 그림들은 보는 이로 하여금 신선한 기운을 받게 한다.
대구권에서 주로 활동하는 이창효 작가는 오랫동안 자두만 그린 덕에, 이젠 ‘자두’ 하면 이창효 작가를 떠 올리곤 한다. 자두 그림으로 대한민국미술대전 특선을 받은 작가는 독특한 빛깔과 질감 등으로 다른 화가들이 그린 자두 그림과는 뚜렷이 구분된다. 무엇보다 그의 자두에는 ‘분’이 가득하다. 과당 성질인 ‘분’은 과수원에서 갓 딸 경우 그 표면을 뽀얗게 둘러싸고 있다. 자두를 따기 위해 손으로 만지면 분은 조금씩 닦이게 된다. 과수원에서 소비자까지 오는 과정에서 분은 거의 손실되기 때문에 집에서 먹는 자두에는 분이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붉은 색은 시각적 또는 감정적으로는 흥분을 일으키고 미각적으로는 침샘을 자극하는 색깔이다. 전시장에 꽉 찬 자두그림에서 느껴지는 시원함은 마치 몸이 과일 속에 빠져 있는 듯하다. 일부 작품은 전통적인 용기 위에 담긴 자두가 아닌, 캔버스 전체에 자두가 꽉 차게 그려져 있다. 이창효 작가는 이러한 형태를 풀프레임이라고 표현한다. 캔버스에 가득 찬 자두의 형태와 배열의 이 작품은 현대적인 느낌이 도드라져 보인다. 사실 최근에는 콜렉터들이 이런 그림을 선호한다고 귀띔 한다.
이창효 작가는 자두에 대한 아련한 유년의 추억이 있다. 여름이면 어머니를 졸라 자두나무를 키우는 외갓집에 보내달라고 떼를 쓰곤 했다고 한다. 외사촌들과 자두 밭을 누비면서 따 먹는 맛있는 자두는 당시로서는 최고의 재미였을 것이다. 자두 물에 윗도리 젖는 것조차 모를 만큼 맛있던 시절… 당시 어머니의 나이보다 훨씬 많은 지금도 이 기억은 아스라이 남아있다.
『이창효 작가의 소재는 어릴 적 고향과 어머니에 대한 기억이다. 가족의 안위를 위해 정갈한 정한수에 정성을 담던 어머니, 자두(오얏, 에추) 와 문살, 장독 등으로 작가의 마음 한켠에 자리하고 있는 유년의 기억. 장독위에 가득담긴 한소쿠리 탐스러운 자두는 모두의 고향이자 각자의 마음속에 살고 있는 어머니이다. 밭에서 방금 수확 한 듯 싱싱함과 새콤한 미감을 느끼게 하는 잘 익은 자두는 한여름의 뜨거운 태양과도 같이 색깔이 매우 검붉다.』<갤러리 디엠 임현숙>
자두만 그리면 질리지 않느냐는 물음에 “자두는 매일같이 그려도 질리지 않습니다. 그냥 보기에는 비슷하게 보이지만 품종도 다양하고 형태와 빛깔도 여러 가지입니다. 저는 이 자두 작업을 평생 작업으로 생각합니다. 일반 관객들이 쉽고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고 싶습니다. 그래서 제 작품으로 인해 좋은 느낌을 받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라고 답한다.
갤러리 조이 최영미 대표는 “자두작품의 붉은 색은 우리 전통색인 오방색의 하나로 잡귀와 악귀를 쫓는 의미가 담겨 있으며 가족의 건강과 무병장수의 마음을 담아 작가는 작업했습니다. 힘과 에너지, 생명력 그리고 환희, 행복감, 사람의 감정과 열정을 자극하는 붉은 색의 자두가 새콤달콤한 에너지도 우리의 잠든 세포를 깨우는 활력이 되어 보는 이들에게 희망이 되고 기쁨이 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라고 설명한다.
뽀얀 분과 초록색 자두 잎이 독특한 이창효 작가의 ‘자두 이야기’는 갤러리 조이에서 9월 20일까지 이어진다.
– 장소 : 갤러리 조이
– 일시 : 2015. 8. 20 – 9. 20
추PD의 아틀리에 / www.artv.kr / abc@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