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 작업실이 있는 김재홍 작가를 갤러리 서린 스페이스에서 만났다. 갤러리를 방문한 날, 큰 키와 훤칠한 외모의 작가는 전시를 위해 작품 디스플레이를 하고 있었다. 작년 봄에 만났으니, 꼭 1년 만에 다시 만난 것이다. 꿈틀거리는 강아지풀 같은 그의 작품들이 전시장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전시장을 둘러보며 이번에는 작품 속에 어떤 인물들이 숨어 있나 흥미롭게 살펴봤다.
전시장 벽면에 소울(soul)이란 주제가 붙여져 있다. 무수히 많은 점을 찍어 선을 이루고, 이 선들은 전체적인 면 이미지를 구성해서 작품이 완성된다. 작품 속에는 유명 연예인부터 안중근 의사까지 다양한 인물들이 들어 있다. 김재홍 작가는 생명이 지닌 진화의 특성을 점에서 선으로, 다시 그것을 이미지로 형상화 하는데, 이러한 이미지는 우연이 아닌 내면의 이야기를 표현했다고 작가는 밝힌다.
김재홍 작가는 내면의 이야기 또는 울림을 이미지화 하여, 캔버스에 여러 인물들을 담고 있다. 특히 이번 전시에 눈에 띄는 작품은 안중근 의사의 얼굴을 이미지화 한 작품이다. 독립운동가 안중근 의사의 작고 때 나이가 현재 김재홍 작가의 나이와 비슷할 것 같다. 전시장 메인 자리에 위치한 안중근 의사 얼굴에 뭔지는 모르겠지만 숨어있는 이야기가 있을 듯싶다.
김재홍 작가는 작은 점을 찍어 강아지풀 같은 형태를 이루고, 또 이것들이 모여 사람의 얼굴이 담긴 이미지를 만든다. 같은 얼굴이 아닌 모두 다른 얼굴들을 캔버스에 담기 위해서는 세밀한 작업들이 필요하다. 선의 곡선이 어떤 방향을 하느냐에 따라 작품 속 눈코입의 형태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형태와 더불어 중요한 것은 그라데이션으로 변하는 색상들이다. 이러한 작업을 위해선 컴퓨터에서 색의 수치를 조정해가며 색을 참조하는 방법도 사용한다고 한다.
그의 작품은 조그마한 점을 찍어가며 작업하기 때문에 작품 한 점 완성하는데 꽤 긴 시간이 걸린다. 아마도 이러한 과정이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해내지 못할 작업일 것이다. 그만큼 작가는 작품 한 점 한 점에 땀을 쏟아내고 있다. 최근에는 반가사유상 작업을 하고 있는데, 안타깝게도 전시 오픈 하는 시점에는 미완성 상태라 보지 못했다. 작가의 관심이 조금씩 그 폭이 넓어져 가고 있다는 뜻일 것이다.
갤러리 서린 스페이스는 김재홍 작가를 전속 계약하여 지원하고 있어 작가는 어느 정도 안정적인 환경 속에서 작업하고 있다. 서린 스페이스는 또 얼마 전에는 신진작가 공모전을 개최하여 올 해 5월 달에 초대하여 전시를 하기도 했다. 기성작가 외에도 신진작가를 발굴하고 전시 기회를 줌으로써 지역 미술 분야에 많은 공헌을 하고 있다.
서두에 밝혔듯이 김재홍 작가는 생명이 지닌 진화의 특성을 이미지화 하는 작업을 한다. 그의 작품 속 인물이 다양해지고 그 속에 담긴 내용이 깊어지는 것처럼 작품은 계속 진화하고 있는 중이다. 아직 30대 초반의 작가에게 물리적 시간으로 봐서 계속적인 진화가 기대된다. 그 자신과 함께 작품이 진화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전시는 7월 18일까지 계속된다.
– 장소 : 서린 스페이스
– 일시 : 2015. 6. 3 – 7.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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