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노트//
Use it up, wear it out, make it do or do without
이 탈
‘세계’는 시간의 ‘세(世)’와 공간의 ‘계(界)’를 조합하여 만든 시공간의 함축적 단어이다. 세계는 자연세계까지 포괄하는 현실세계, 초월세계, 거시세계, 미시세계, 가상세계 등 대문자세계-World’를 뜻하기도 하고, 수학적 세계, 인간의 세계, 동물의 세계 등 소문자세계-world’를 뜻하기도 한다.
양파를 조각 낼 때 양파는 조각들의 전체이다. 그러나 이때의 양파를 ‘세계’로 보지는 않는다. 철수, 영희, 동수 등을 인간‘세계’라고 하지 않는 이유와 같다. 이는 상호간 아무런 관계도 맺지 않고, 아무런 사건도 일어나지 않았기에 그것을 세계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즉 ‘세계’란 전체이지만, 그 ‘전체’란 ‘질적 다양체의 ‘운동성(運動性)’을 갖추고 있을 때에 ‘세계’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듯 세계는 전체를 말하기도하고, 부분을 의미하기도 하듯 무수한 레이어를 이룬다.
세계는 성장을 목적으로 한다. 따라서 수직적이다. 그러나 World와 world의 세계는 성장만을 중요시하지 않는다. 따라서 World와 world의 세계는 수직적 성장이 아닌 수평적 배열이 목적이다. 즉 다양성에 ‘운동성’이 부여되어 관계를 형성하는 틀이‘세계’인 것이다.
얼음을 던지면 던질 때마다의 파편이 달라 보인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얼음은 얼음의 입자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얼음의 세계는 얼음이 또 다른 어떤 존재와의 관계를 통해 얼음의 본질적 세계로 인지되는 것이다.
총알이나 폭탄 등은 전쟁을 구성하는데 필요한 도구로 인식된다. 이것은 근대 이후 전쟁에 대한 관념이기도하다. 따라서 폭탄 등을 사용해 분쟁을 해소시킬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보편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총알이나 폭탄은 이러한 인간의 분쟁 등을 이해하지 못한다. 방아쇠든 점화스위치이든 인간의 작동을 떠난 폭탄이나 총알은 스스로의 메커니즘에 의해 작동된다. 또한 폭탄 스스로는 전쟁이데올로기를 가지고 있지 않으며 날아든 폭탄은 전쟁을 해야 할 최초의 목적까지 파괴 시켜버리기 때문이다.
이러한 전쟁과 폭탄과의 관계는 예술작품의 생산과소비, 유통구조와 흡사하다. 예술은 전쟁이나 평화 등에 대해 발언하기도, 표현하기도 한다. 그러나 예술은 현실의 전쟁을 억제하거나 평화를 만들지는 못한다. 그럼으로 예술표현은 관념적이다. 인간이 필요로 만든 총알이나 폭탄이 분쟁이나 전쟁을 해결하는 하나의 도구이긴 하지만 폭탄이 전쟁을 해야 할 인간의 문제를 이해하지 못하듯 예술작품의 생산과소비, 유통 등의 메커니즘은 예술 스스로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나는 use it up, wear it out, make it do or do without.을 제시한다. 이는 위에서 열거한 개념을 통해도출된 문구이다. 이것은 예술의 목적이나 작품이 당면한 시대에 대한 반응을 의미한다. 어느 시대나 당대의 예술표현은 시대를 닮았다. 그럼으로 본인은 이번 전시를 통해 이 시대의 단편적인 키워드를 제시한다. use it up, wear it out, make it do or do without.처럼 어떠한 관념이든 개념이든 사건없이 나열되거나 모호한 읽을거리를 제공함으로 기표적 의미가 상실된 독립적의로써 it의 의미는 이 시대를 통해 환기된 it의 상징을 의미하게 된다. //작가노트
– 장소 : 퍼스트아이콘
– 일시 : 2015. 6. 5 – 6. 30
추PD의 아틀리에 / www.artv.kr / abc@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