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초 갤러리 아트숲에서 우오타 모토오(魚田元生) 작가를 처음 만났다. 당시 작가는 인터뷰 내내 웃음을 잃지 않고, 미리 준비한 도록을 보여주며 오랫동안 설명해 주었다. 대체로 작가들은 자신의 작품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지 않았던 터라 작가에게 감사함까지 느꼈었다. 올 해 초, 갤러리 몽마르트르에서 개인전을 한 야마토 키요미(大和聖美) 전시장에서 우오타 모토오 작가를 다시 만났다. 2년 전 그대로의 모습으로 건강해 보였다. 이후 작가와 나는 퇴근시간 지하철 안에서 만날 정도로 신기한 인연으로 이어갔다.
우오타 모토오 작가는 이번에 서울에서 첫 개인전을 갖는다. 한국과 30년간 교류를 해 오면서 서울에서의 개인전은 인연이 아니었었나보다. 전시장에서 야마토 키요미 작가와 줄리아나 윤(Juliana Yun) 관장을 만났다. 오래 전부터 잘 알고 지내던 친구처럼 서로의 근황도 묻고 식사도 같이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작가는 수원을 경유해서 5월 말 일본으로 귀국한다고 했다.
이번 서울 전시 역시 작가가 그동안 꾸준히 작업 해 온 ‘Ecdysis and Rebirth(탈피와 재생)’ 시리즈의 연장선에 있다. 처음 그의 작품을 보면 언뜻 이해하기 힘든 형체들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여러 작품들을 살펴보면 공통된 내용이 눈에 들어온다. 그것은 인체가 자주 등장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인체들은 왜곡되거나 뒤틀린 모습들을 하고 있다. 갖가지 기계 부품들이 등장하고 어떤 작품은 인체의 일부분, 또는 인체 여러 부분들을 모아 놓은 듯한 이미지도 있다.
작가는 60년대 말 실리콘으로 제작한 ‘남과 여’(스루가다이 화랑)라는 작품을 통해 당시 전위적인 작가로 알려졌다. 라텍스로 만든 인체는 남녀 두 사람의 몸통 피부를 본을 떠서 제작했는데, 목이 없고, 아래로 늘어뜨린 양손, 근육 등도 형상화 했다. 당시 원폭 피해를 연상시킨 이 작품은 관객들에게 전쟁과 핵폭탄의 두려움을 상기시켜 줬다. 생명에 대한 외경은 실제 그가 세 번의 큰 사고를 당하고 기적같이 구사일생을 하면서 더욱 뚜렷하게 추구하고 있다.
『묵직했던 죽음으로부터의 생환이 그의 ‘탈피와 재생’ 시리즈로 표출되었다고 생각한다. 탈피와 재생을 반복하여 시간의 흐름에 인간의 무한대의 가능성, 미완의 우주를 향해 전진하고 날아오르는 ‘생명’에 희망의 등불을 계속 밝히고 있다. 주제에 ‘생명’이 더해짐으로, 그의 화업은 설득력을 더했다. 인간은 무엇을 목표해야만 하는지가 영원한 숙제라고 말할 수 있다. 우오타 모토오 선생의 의식이 침전하고 표백되어, 그것이 작품으로 살아난 것이 ‘인간 식물원’ 시리즈일 것이다. 생명의 복제화, 새로운 생명 창조에 위기감이 더해진다. 어두움 속에 숨 쉬고 있는 인체 부위가 생명의 영성과 존엄한 신비로 부유한다. 사는 것이 죽음에 가까이 하는 것, 죽음을 상상하는 것으로 살아가는 인생의 도정, 탄생에서 죽음까지 제 양상을 삼키는 연못이 보인다. 칠흑 같이 무구한 ‘흑’에 우오타 모토오 선생은 집착한다. 그 흑이 그의 고동이 되어 다가온다.』<광주시립미술관 명예관장 하정웅>
우오타 모토오 작가로부터 세 번의 선물을 받았다. 갤러리 아트숲 개인전 이후, 야마토 키요미 전시장에서 만났을 때, 그리고 이번 서울에서 만났을 때도 자그마한 선물을 받았다. 사소하다면 사소하게 느껴질지 모르는 선물이지만, 애살있게 챙겨주는 작가의 정성에 감동 받았다. 항상 웃음을 잃지 않고 사진을 찍을 때면 ‘브이’를 만드는 우오타 모토오. 탈피와 재생을 통해 지구 환경과 생명의 소중함에 대한 경각심을 작품 속에 표현하는 작가의 활동을 오랫동안 보고 싶다. 전시는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에이원 갤러리에서 계속된다.
– 장소 : 에이원 갤러리
– 일시 : 2015. 5. 12 – 5.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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