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가지 色, 은유展(해오름 갤러리)_20150519

해운대 달맞이길 해월정 인근에 있는 해오름 갤러리에서는 세 여류 작가의 전시회가 진행 중이다. 김미숙, 박은정, 조영숙 작가의 3인展인데 전시 주제는 ‘세 가지 色, 은유’이다. 현대 미술에서 보여주는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 속에서 회화의 입지는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이번 전시에 참여한 세 작가는 ‘회화’로서 보여줄 수 있는 각자의 개성을 모아서 발표 해 보자라는 각오를 단단히 한 듯하다.

세 작가는 부산에서 오랫동안 활동 중인 중견 작가들이다. 독특한 점은 김미숙, 조영숙 작가가 평면 회화 작가인 반면 박은정 작가는 도자 작업을 주로하는 작가다. 박은정 작가는 스스로의 작품에 대해 ‘회화스러운 도자기’로 표현한다. 얇은 판 위에 마치 여러 조형물들이 얹어져 있는 듯한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작가는 작가노트에 다음과 같이 서술하고 있다. “창 너머 세상은 언제나 신선한 예감의 소문들로 일렁이지만 나는 아직 여기에 있다. 창 너머로 멀리 바라보면 떠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삶에서 멀리 떠나기란 쉽지가 않다. 나의 창 너머의 풍경은 슬립캐스팅기법으로 성형된 도판(陶板)에 종이를 오리듯 사물을 오려 조각하고, 입체적 부피를 가지진 식물을 중첩시켰다. 일상을 대면하는 익숙한 사물과 식물의 형태는 백유와 흑유로 처리된 창_공간에 숨은 듯 중첩되어 미묘한 질감과 함께 나타난다. 중첩된 형태와 질감의 이미지는 소중한 꿈의 출구로 생각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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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숙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붉은 동백꽃을 자주 등장시킨다. 그동안 작가는 작품에서 꽃을 은유의 대상물로 주로 사용하였다. 기존 작품에 등장한 꽃들이 왜곡되고 단순화 된 이미지였다면, 이번 전시에서 보여주는 작품에서는 사실적인 느낌을 많이 부각시켰다. 특히 토종 동백의 붉은 색을 사용하여 꽃이 가진 찰나의 아름다움과 허무함, 덧없음, 안타까움 등의 감정을 이끌어 은유적으로 표현한다. 작가의 이러한 심상은 작가노트에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동백나무 아래가 온통 붉은빛이다. 후드득 떨어져 서럽다한다. 내 팔레트가 온통 붉은색이다. Chinese Red… Rose murder… Vivid pink… 그래서 내 팔레트는 서러운 은유적 현현이다.”

김미숙 작가는 최근 ‘REST’시리즈를 발표 해 오고 있다. 작가는 하얀 캔버스에 스케치를 하고 작품 속에서 쉼을 찾아가는 작업을 시작한다. 하지만 정작 작가 자신의 쉼은 없다. 끊임없이 그림을 그리고 나서야 비로소 쉼이 기다리고 있다. 그녀의 작품에는 휴식을 상징하는 소파, 실내 공간, 쉬고 있는 여인 등이 등장한다. 인간은 자연 속에 있을 때 편안함을 느끼는 것처럼 작품 속 자연을 닮은 무늬를 채워 넣고 있다. 이러한 색과 무늬들은 자연과 더불어 ‘쉼’을 찾고자 하는 내면의 세계를 뜻하고 있다. “사람은 누구나 꿈을 꿉니다. 꿈속에서 현실 속 직접적 경험이나 현실과 무관한 판타지일수 있는 꿈을 꿉니다. 현재를 살아가는 삶에서 찰나의 순간이나 현실 속, 상황 속에서도 꿈을 꾸며 삽니다. 이처럼 인간의 삶은 현실적 삶에서의 비현실적 세계를 꿈꾸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 그림을 통해 나타내고자 하였습니다.”

세 작가가 가지고 있는 개성과 색깔은 분명하지만, 그들은 공통된 시선으로 이번 전시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 강조하는 있는 ‘회화’를 통해 희노애락과 ‘스스로 그럴 듯 한’ 자연을 은유적으로 표현한다. ‘세 가지 色, 은유’展은 5월 31일까지 해오름 갤러리에서 계속된다.

– 장소 : 해오름 갤러리
– 일시 : 2015. 5. 19 – 5.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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