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초 벚꽃 감상은 기대한 만큼 아쉬움도 컸다. 벚꽃으로 흠뻑 들썩이던 창원에서 부산 해운대로 향하는 길, 한두 방울 빗방울이 뿌리다가 결국은 장대비로 변했다. 진해 군항제의 하이라이트인 주말에 날벼락을 맞았다. 4월 초의 벚꽃 감상은 이렇게 지나갔다.
오션갤러리에서 첫 개인전을 갖는 문세화 작가를 만났다. 문 작가의 트레이드마크인 해변과 깨알 같은 군중은 누구나 작품을 한 번 보면 기억에 오래 남는 강점이 있다. 그녀의 작품을 보면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란 말과 히키코모리 단어가 떠오른다. 히키코모리는 외부와 단절하며 집단으로부터의 일탈을 의미하는 단어다. 작가는 왜 눈이 부실만큼 푸르른 하늘과 바다와는 대조적으로 군중 속 외로움을 그려내고 있는 것일까?
작품 속에는 해변을 걷는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그들은 비슷한 행동, 방향성을 가진다. 어떠한 목적의식을 가지고 움직이는 한 덩어리 같다.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풍속도 같기도 하다. 질서에 따라 차를 타고, 질서에 따라 엘리베이터를 타고, 공중화장실에서도 질서를 지킨다. 현대인들은 ‘질서’ 강박관념에 빠졌는지도 모른다. 작가는 작품 속 이런 상황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작품에서 사회 체계의 존재는 거대한 기계처럼 보이며 개개인은 이 틀 속에 각자의 가치를 드러내며 작은 부속품과 같아 보이기도 합니다. 이들은 한 곳을 바라보며 똑같은 목적을 가지고 수동적으로 움직입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속에서 사람들은 공존하고 있으며 각자의 개성이 특별하게 보이기를 바랍니다. 이러한 개개인이 모여 형성된 군중이라는 형태는 곧 개인이 갈망하는 삶과 자아를 찾아나서는 모습으로 형상화되어 있습니다.”
작가는 언젠가 휴양지에 갔는데 막상 도착한 휴양지는 떠나기 전에 상상하고 그리던 상황이 아니었다고 한다. 막연히 즐겁고 편안해야 할 휴양지가 작가에게는 혼란을 느끼는 상황으로 변한 것이다. 어쩌면 당시 작가는 서두에 표현한 히키코모리 상태였는지도 모른다. 작가는 비록 휴양지에 왔지만 분주한 인파들 사이에서 좀처럼 휴식을 취할 수 없었다. 자신이 느끼는 감정과 에메랄드 바다빛은 이후 현재의 작품으로 표현되기 시작했다.
『나는 현대인의 자화상이 타인과 조화로운 형태로 나타나길 바라며 한 명 한 명 개개인의 모습을 개성 있는 모습들로 표현하고자 한다. 작품 속에 나타난 나의 모습은 항상 어딘가를 응시한 채 사색을 하고 있다. 이는 평안함의 시간을 꿈꾸는 나 자신의 바람이기도 하다.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군중 속에서 느꼈을 외로움과 내가 생각하는 삶의 이상향이 작품 속에서 공존하며 표현되고 있다. 우리는 군중에서 벗어나 자신을 들여다보며 성찰할 수 있는 진정한 휴식의 시간과 여유가 필요하다. 그리고 눈앞에 보이는 하나의 목적이 아닌 인생의 큰 목표를 세워 볼 수 있는 에메랄드빛 바다를 닮은 휴식이 필요해 보인다. 그 여유로운 휴식을 통해 진정한 자아를 발견할 수 있으며 때로는 밀물처럼 밀려오는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마음이 생기기 때문이다.』<작가 노트 중에서>
조금은 심각해 보이는 작품과는 달리 문세화 작가의 성격은 밝았다. 인터뷰 내내 웃음을 잃지 않았고, 비록 첫 개인전이지만 작품 속에 자신의 주장이 잘 담겨져 있다. 부산 토박이인 작가는 늘 바다를 바라보며 작업을 한다. 해변을 거니는 사람들을 관찰하고 느꼈던 생각이 작품의 모티브가 된 것 같다. 작품 속을 잘 찾아보면 어딘가에 작가 자신이 그려져 있다. 군중들과 조금 떨어져 뒷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 힌트다. 현실의 무게와 중압감을 날려버리기 위해 날아가고 있는 작품 속 풍선처럼, 우리 삶이 조금 더 자유롭고 원하는 방향으로 가기를 바라는 작가의 바람이 오래토록 기억에 남는다. 이번 전시는 4월 23일까지 오션갤러리에서 계속된다.
– 장소 : 오션갤러리
– 일시 : 2015. 4. 3 – 4.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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