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 중동에 있는 갤러리 아인(Gallery I IN)에서는 김민경 작가의 8번째 개인전 ‘위장된 자아(Camouflaged selves_in the mirror)’를 전시하고 있다. 작가는 5년 전 가수 이승환의 10집 앨범 표지 작업을 해서 일찍이 언론에 알려진 적이 있다. 홍익대학교와 동 대학원 조소과를 졸업했으며, 이번 전시에서는 거울에 반사된 위장된 자아를 통해 관객들의 상상력을 불러일으킨다.
전시장을 들어서면 밝고 화려한 색감과 부조 형식으로 만들어진 작품들이 흥미로워 보인다. 작가는 흙으로 인체 모형을 제작한 후 여러 방향에서 사진을 찍고 컴퓨터 그래픽을 통해 사진과 사용할 색상을 매치시킨 후 인화를 한다. 인화를 한 사진은 사이텍(saitec) 액자에 고정한 후 합성수지, 플라스틱, 레진 등을 이용하여 토끼 귀, 가발, 안경 등을 꼴라주 형식으로 부착한다. 즉 작업의 과정은 입체-평면-입체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작가는 그동안 ‘위장된 자아’라는 주제로 수년 간 전시를 해 왔으며, 이번 전시에서는 ‘in the mirror’라는 부제를 사용했다. 거울을 들여다보면 가끔 거울 속 자신이 정말 자기인지 의문스러울 때가 있다. 거울 속 나는 안경을 착용하고, 화장을 하며, 새로 산 옷을 입고, 명품백을 들고 서 있다. 대부분 타아를 의식함으로써 이처럼 위장을 한다. 작품 속 인물들은 거울을 통해 반사되고 있지만, 반사된 모습 속의 헤어스타일과 색상 등은 서로 다르게 구성되어 있다. 위장과 실존, 실제의 나와 가면 속 나, 그리고 반사된 나는 실제 다른 모습을 하고 있지는 않을까?
하지만 작가는 ‘위장된 자아’라는 다소 심각한 제목과는 달리 발랄하고 강렬한 색상, 동일 인물에 형형색색의 헤어스타일을 작품에 적용하고 있다. 작가는 ‘위장된’ 모습들을 오히려 경쾌한 색상으로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작가는 현대인들의 위장된 모습을 있는 그대로 담담하게 표현하면서 관객들에게 작품을 통해 ‘거울 속에 비춰진 위장된 자아’를 상상할 수 있는 여지를 주고 있다.
작품에 사용된 여인 조각상이 작가를 닮았다. 작가에게 물어보니 일부러 자신의 얼굴을 닮게 하려했던 것은 아니며 20~30대의 평균적인 여성의 얼굴이라고 한다. 같은 조각상의 얼굴에 토끼 가발을 하고, 안경을 쓰고, 헤어스타일을 바꾸니 분위기가 조금씩 달라 보인다. 김민경 작가는 인터뷰 내내 밝고 웃음을 잃지 않았다. ‘위장된 자아’라는 심각한 의미를 극복하고 밝고 화려한 색상을 사용함으로써 균형감각을 잃지 않고 있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시대는 아직도 살아 볼만하고 또 조금씩 변화해 가리라는 희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는 갤러리 아인에서 3월 28일까지 계속된다.
– 장소 : 갤러리 아인
– 일시 : 2015. 2. 24 – 3.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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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경 작가 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