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과 풍류-3인 묵향展(미광화랑)_150207

글 : 미광화랑 김기봉 관장

미광화랑에서는 2015년 새해를 여는 첫 전시로 부산 근대화단의 형성에 크게 기여하며 한 시대를 풍미했던 부산 한국화 화단의 선구자 운전, 윤재, 청초 이 세 분들의 유묵을 모아 “멋과 풍류 – 3인 묵향 展”을 기획합니다.

가난하고 핍절했으나 멋과 풍류가 있었던 지난 시절을 되돌아보며, 물질의 풍요 속에서도 도리어 정신의 빈곤과 이웃과의 불신 및 불통으로 각박하고 메마르게 살아가는 지금의 우리들에게, 향수와 진정성이 깃든 귀한 작품들을 편안히 감상해 볼 뿐 아니라 온고지신(溫古之新)의 깊은 의미까지도 다시 되새겨보자는 취지로, 오랜 준비의 시간을 거쳐 정성스럽게 전람회를 기획하였습니다. 각 작가 당 15점 전후로 귀한 작품들을 선별하였으며, 여기에는 문기 어린 달필의 행 · 초서 화제(畵題)가 돋보이는 운전 허민 선생의 산수 · 화조 · 인물 등의 작업들, 일필휘지의 호방한 모란그림의 대가 윤재 이규옥 선생의 고진감래와 모란 · 산수 · 신선도 등의 작업들, 한국인의 풍속과 서민들의 일상을 자신만의 화풍으로 구축해낸 청초 이석우 선생의 총화도(협동) · 농악 · 귀로 · 목동 · 초기 풍속화 등의 작업들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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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람회는 가히 부산 · 경남 한국화단의 “3大家”라 칭해도 결코 넘치지 않을 이 세 어른들(芸田 許珉, 潤齋 李圭鈺, 靑艸 李錫雨)의 유작들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절호의 기회이기도 합니다. 이번 전시 “멋과 풍류 – 3인 묵향 展”은 민족의 대명절인 구정을 기하여 모든 부산 시민들께는 물론, 특별히 연세가 지긋하신 어르신들께 지난날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볼거리들을 제공하고, 젊은이들에겐 근자에 보기 드문 귀한 교육의 장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합니다. – 미광화랑 김기봉 관장 –

□ 운전(芸田) 허민(許珉) (1911~1967) : 경남 합천 출생, 본관은 김해, 영남지방의 한학자 중재(重齋)김황(金榥)선생으로부터 한학을 배웠으며, 해강 김규진과 이당 김은호의 사사로 화업에 입문하여 1934년 조선미술전람회에서의 초입선 이후 선전에서 내리 8회를 연입선 하였으나, 부와 권력을 멀리했던 대쪽 같은 선비적 품성과 중앙화단과의 교류가 활발치 못했던 점 등으로 인해 대중적으로는 널리 알려지지 못했다. 그러나 활달한 행초(行草)의 화제가 돋보이는 화조그림, 산수풍경, 인물화 등에서는 감히 대충 흉내 내거나 쉬이 범접하기 어려운 고고한 기품이 서려있기에, 조선의 꼿꼿한 정신을 대변할 수 있는 몇몇 최후의 작가들 중 한 분으로 꼽히기도 한다. ‘동의보감’을 최초로 국역하였을 뿐 아니라, ‘열하일기’를 번역해 내기도 한 출중한 한학자이기도 하다.

□ 윤재(潤齋) 이규옥(李圭鈺) (1916~1999) : 경남 진양 출생, 일본미술학교를 졸업했고, 한국 동양화 6대가 중 1인인 이당 김은호를 사사해 조선미술전람회에서 수차례 입선했다. 1969년부터 1990년까지 부산 동아대학교 회화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수많은 후학들을 양성하였으며, 부산시문화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채색과 수묵농담으로 일필휘지의 호방한 붓질을 구사해 산수, 인물, 화조 등의 다양한 소재의 작품들을 왕성하게 제작하였으며, 그 중에서도 특히 모란 그림이 대단히 뛰어났다.

□ 청초(靑艸) 이석우(李錫雨) (1928~1987) : 충북 청원 출생, 서울대학교 미대에서 근원 김용준의 가르침을 받았으며, 수학 후 통영을 거쳐 부산에 자리 잡으면서 동아대학교에서 후진을 양성했다. 부산시문화상을 수상하였고, 한국예총 부산지회장을 역임했다. 한국인의 풍속과 서민들의 일상을 위트와 해학으로 표현하면서 자신만의 현대적 화풍을 구축해냈다는 평단과 화단의 평가를 받고 있다.

– 장소 : 미광화랑
– 일시 : 2015. 2. 7 – 3.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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