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햇살 가득한 아담한 포구에 여유로운 주말 오후, 청사포에 있는 갤러리 아트숲을 찾았다. 아트숲에서는 지난 1월 30일부터 ‘내가 사랑한 그림’이란 주제로 5명의 작가가 참여한 전시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그룹전은 개인전시와는 달리 관객들에게 다양한 장르를 보여주고, 부담 없이 감상할 수 있도록 기획했다. 평소 갤러리 아트숲이 관객들과의 ‘소통’에 중점을 해 왔던 취지와 부합된 전시라고 볼 수 있다.
전시장에서 이상식 작가를 만났다. 작가는 1년 전 부산 작업실을 정리하고 현재 통영 도산예술촌에서 작업 활동을 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작품들은 주로 스테인리스, 나무, 원석 등을 사용하여 단순한 구도의 작품들이다. 목금토(木金土) 재료를 이용하여 표현한 자연의 모습은 한 폭의 풍경화를 보는 듯 했다. 또한 작가가 만들어낸 자연 속에는 여러 이야기들을 품고 있다. 이상식 작가는 최근 샌드페이퍼를 이용한 작업을 하고 있다고 한다. 회전하는 샌드페이퍼 위에 여러 종류의 나무 흔적을 새겨 넣는 방식의 이 작업은 향후 준비하는 개인전에서 선을 보인다고 한다.
전시장 입구의 작은 방 소품실에는 김미희 작가의 도자기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작가는 평소 분청기법을 이용하여 자연스러운 질감을 표현하는데 투박하지만 정감이 묻어나는 작품들이다. 소품실 왼쪽에는 옅은 갈색의 다양한 형태의 자기 작품들이 있고 오른 쪽에는 짙은 코발트블루색의 세련된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소품실 앞에는 김혜진 작가의 선인장 작품이 걸려 있다. 캔버스에 그려져 있는 유리병에는 예쁘게 피어 있는 선인장들이 들어있다. 작가는 사교육에 혹사당하고 있는 아이들을 생각하며, 많은 물을 주지 않아도 건강하게 생육하는 선인장에게 너무 많은 물을 주는 것이 아닌가 하는 모티브에서 선인장 작품을 선보이게 됐다고 한다.
전시장 중앙 왼쪽 편에는 전미경 작가의 녹색 잎과 수면을 그린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작품 제목 Green Sleep은 Green의 낯빛을 품은 수면(睡眠 :잠자다)같은 수면(水面)을 의미한다고 한다.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수면(水面)은 세상의 경계를 의미하는데, 작가는 세상을 수면 위의 세상, 수면, 수면 아래의 세상으로 분류하고 있다. 작가는 그 경계에 늘 서 있으며, 수면은 곧 나의 피부의 표피와도 같다고 설명한다. 박주호 작가의 작품 속에는 밥이 등장한다. 밥의 재료인 ‘쌀’은 곧 나의 ‘살’이 된다. 작가는 이 부분에 대해 ‘살은 육체이며 죽으면 땅으로 되돌아가 거름이 되고 그 거름으로 다시 쌀이 된다는 윤회적 생각은 이 단순 명료한 그림에 힘을 더한다. 밥 한 그릇이 말하는 돌고 도는 인생사이다.”라고 작업노트에서 밝히고 있다.
다섯 작가 모두 자연과 인간에 대해 표현하고 있다. 자연은 자신을 훼손한 인간을 포용한다. 자연의 포용은 무한함이며 사랑 그 자체다. 작가들의 작품에서 사랑이 느껴지는 것은 그 이유가 아닐까 싶다. ‘내가 사랑한 그림’展은 2월 28일까지 계속된다.
– 장소 : 갤러리 아트숲
– 일시 : 2015. 1. 30 – 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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