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 일본 작가 유오타 모토오(魚田元生) 선생으로부터 두꺼운 서류 봉투를 우편으로 전달 받았다. 유오타 작가는 2년 전 청사포에 있는 갤러리 아트숲에서 만난 적이 있다. 당시 1시간 가까운 인터뷰 시간동안 웃음을 잃지 않고 편안하게 인터뷰를 해줬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서류 봉투 안에는 야마토 키요미(大和聖美)라는 작가의 전시소식을 담은 팸플릿과 언론에 보도된 내용 등이 담겨 있었다. 야마토 작가는 일본 여류 화가로서 주로 서도(書道)를 조형화 하여 작품을 만들고 있다.
갤러리 몽마르트르 이윤희 큐레이터를 통해 작가와 주말에 미팅 시간을 잡았다. 약속 시간에 야마토 키요미 작가는 유오타 모토오 작가와 함께 갤러리를 찾았다. 서툰 일본어로 인사를 하고 유오타 작가가 준비한 자료들을 하나씩 살펴보았다. 최근 미국과 중국에서 전시했던 자료들과 각종 팸플릿들을 설명 해 주고, 그동안 했던 전시와 올 해 전시할 소식도 전해 줬다.
전시장에는 많은 작품들이 빼곡히 전시되어 있었다. 우리나라의 한지 같은 재질 위에 쓰여 진 알아보기 힘든 문자들, 이러한 문자들은 티셔츠나 연등처럼 생긴 구형 밖에도 그려져 있었다. 글자의 형태는 한자 같기도 하고 일본 글자 같기도 하다. 심지어는 중간 중간 한글의 형태도 눈에 띈다.
작가는 인터뷰에서 “제 작품의 테마는 ‘글자의 세계’입니다. 서도(書道)는 20년 이상 해 오고 있지만 최근 2~3년 전부터는 좀 더 컨템퍼러리의 세계를 표현하려고 일본의 한자, 히라가나, 한글, 영어, 아랍어 등 여러 나라의 글자로부터 영감을 받아 작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읽을 수 있는 글자’ 형태는 아니며 예술적인 관점으로 작품을 만들고 있기 때문에, 관객 여러분들께서는 그런 점을 느꼈으면 합니다.‘라고 설명한다.
두 작가가 속해 있는 NPO(국제예술우주센터)는 ‘생명’을 테마로 예술을 통한 국제 교류전을 해 가고 있는 법인이다. 야마토 작가의 추상적인 서도 작품이 생명과 무슨 관계가 있을까? 여기에 대해 일본 근대미술 사상연구가인 미야다 테츠야는 “죽음의 세계를 투철 하는 제스퍼의 작품군에 대해 야마토의 작품에서는 생명력이 약동한다. 이 차이는 야마토가 ‘생명’을 의식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고 나는 억측한다. 그것은 게마인샤프트(Gemeinschaft:공동체)로부터 게젤샤프트(Gesellschaft:사회)에 이르는 윤리관은 아니다. 더 작은, 섬세한, 비근한 생명을 소중히 한다는 당연한 사실을 실행으로 옮기는 것은 용이하지 않다.”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면서 미야다 테츠야는 다음과 같이 마무리 한다. “돌멩이와 같은 생명을 마음의 한 켠에 담아 제작을 반복하는 일. 모든 권력을 무(無)로 하고 권위를 박탈하는 것. 현대미술의 발상에 의해 국경은 사라지고 인종을 넘는 시선은 진짜 지구를 형성한다. 그 같은 기운을 야마토의 작품은 가지고 있다. 현대 미술은 스토리텔링에 의해 성립한다. 그것은 자기를 해방하고 다시 태어나 시대를 살아가는 힘이 된다.”
서도(書道)의 전통적인 표현방법을 탈피하고 각 나라의 정신이 담겨있는 문자를 통해 ‘생명’을 불어넣는 야마토 키요미의 전시는 갤러리 몽마르트르에서 1월 31일까지 계속된다.
– 장소 : 갤러리 몽마르트르
– 일시 : 2015. 1. 20 – 1.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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