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라는 자연
티엘 갤러리 관장 구본호
도시(都市)란 도회적인 사회집단·마을이라는 뜻이며, 자연(自然)은 인간의 영향이 미치지 않은 그대로의 현상과 그에 따른 물질을 뜻한다. 도시는 인간의 손에 의해 만들어진 비자연적인 것인데, 도시와 자연이 하나의 접점을 이룰 수 있을까?
우리의 옛 선조들이 산수화를 그릴 때 자연에 은신하거나 자연을 조망하는 시각이 부각되었다면, 현대인에게 도시는 또 하나의 자연이다. 낭만과 묵가적 서정을 이야기하던 지난날의 자연이 아니라 희망과 욕망이 넘치는, 어쩌면 한숨과 탄식이 가득한 삶의 현장이다. 말 대신 차를 타고 달리는, 달 대신 가로등을 보며 길을 걷는, 달을 보며 휴식하는 것이 아니라 붉고 푸른빛의 반짝이는 네온사인 아래서 피곤한 일상을 달래는 곳이다.
“신은 인간을 창조했고, 인간은 도시를 창조했다”는 말처럼 도시는 인간이 만든 모든 문명적 산물의 공간적 응집체로 느껴진다. 실상 도시는 하나하나의 개체적인 구조물들의 집합이다. 흔히 도시의 모습을 그리라고 하면 모두가 빠뜨리지 않는 구조물, 거기엔 고층빌딩과 아파트와 산비탈의 집들이 있다. 도시풍경은 우리가 도시에 살아가면서 느끼는 것, 그리고 그 도시를 형성해 가는 풍경들, 서로 겹치고 겹쳐서 쌓이는 도시 퇴적층의 구조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자연의 의미는 ‘스스로(自) 그러하다(然)’라는 뜻이다. 사람의 힘을 더하지 않은 저절로 된 그대로의 현상 또는 사람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우주의 질서나 현상을 뜻한다. 자연의 철학적 의미에 따르면 인간의 의식으로부터 독립하여 존재하는 객관적 실재 또는 사람과 물질의 고유성이나 본연성이라고 한다. 그래서 자연의 반의어를 인공(人工), 인위(人爲)로 보는 것이다. 이런 인위적인 집체가 도시다. 도시를 보는 예술인은 도시도 하나의 자연이다. 도시가 삶의 터였고, 인간의 본연성이기 때문이다.
“도시라는 자연”전시에 참여한 김민지, 김종흠, 한승협 등 3명의 작가는 도시를 화폭에 옮기고 있다. 정확하게는 도시라는 자연을 화지 위에 옮긴다. 인간에 의해 조성된 도시의 구조물은 돌과 나무와 같다. 자연에 놓여진, 자연스러운 풍경들이다. 그렇게 되어져 보이는 풍경이 자연이다.(글, 구본호)
– 장소 : 티엘 갤러리
– 일시 : 2015. 1. 16 – 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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