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래는 해운대 아우디 빌딩의 6층과 7층 두 곳에 전시장이 있다. 개관 1주년이 다 되어 가는데, 아우디 빌딩 속에 있고 외부적으로 크게 표시가 없어 갤러리가 있다는 것을 모르는 시민들이 많다. 그러나 그동안의 전시를 살펴보면 얼마 전 전시가 끝난 로라 랑케스터展처럼 쉽게 접하기 힘든 거장들과 신진 작가를 발굴하는 전시를 꾸준히 해 오고 있다. 2015년 새해에는 영 아티스트 프로젝트와 아우디 디자인 챌린지 수상작들을 기획하여 전시 중에 있다.
6층 전시장에는 신진작가를 육성하기 위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박재찬, 홍지철 작가를 초대해서 전시하고 있다. 갤러리를 들어서면 복도 쪽 양 벽면에는 홍지철 작가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고, 안쪽 큰 공간에는 박재찬 작가의 공 형태를 설치한 작품과 제작 과정을 담은 영상이 나오고 있었다. 바닥에 있는 둥근 작품들을 가까이에서 보니 약간 딱딱한 재질처럼 느껴진다.
홍지철 작가의 작품에는 흑인 소년과 미국의 상징물인 자유의 여신상, 고층 빌딩이 등장한다. 작가는 작품에 실제 커피를 사용하여 커피 생산에 노동력 착취를 당하고 있는 아프리카 흑인들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표현하고 있다. 작품 속 흑인 소년의 머리는 커피 가루를 뿌려 거친 질감을 표현한 반면, 현대사회를 풍자한 이미지나 배경에는 사포와 물감을 이용해서 매끈한 느낌을 나타내게 했다.
박재찬 작가가 만든 공 모양 작품을 만드는 과정은 풍선을 분 상태에서 물에 탄 석고를 넣어 풍선 안 쪽 면에 골고루 묻힌 후 일정 시간이 지난 후에 풍선을 벗겨낸다. 그러면 풍선 형태의 석고 모형이 나타난다. 이러한 형태를 전시장 한 쪽에 펼쳐 놓고 또 한 쪽 면에도 펼쳐 놓은 후 그 중간에 길을 열어 놓았다. 갤러리 래 최솔미 큐레이터는 “흔히 풍선 속에는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은 비어있는 상태(空)로 흔히 인식하지만, 사실 공기로 충만해 있음을 작가는 알려주고 있습니다. 작가는 말로써 명쾌하게 정의내리기 힘든 공간에 대해 풍선과 석고라는 매개체로 다양한 시도를 하며 공간에 대한 의미를 찾아가고 있습니다.”라고 설명한다.
7층 전시장에는 2014년 아우디 디자인 챌린지 수상작들을 전시하고 있다. 아우디 코리아는 2013년 첫 아우디 디자인 챌린지 이후 이번이 두 번째 디자인 공모전이다. 공모전은 뮤직 디자인, 모션그래픽 디자인, 제품 디자인, 가구 디자인 등의 분문으로 나누어 참신한 아이디어와 질적 수준을 평가하여 선정했다. 전시장에는 각 부문별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뮤직 디자인의 경우 실제 아우디 승용차에 탑승하여 음악을 들을 수 있도록 하는 재미있는 설정이 돋보였다. 특히 1차 선발된 공모자들에게는 전문 멘토들이 작업 완성까지 함께 도움을 줬다고 한다. 뮤직 디자인 부문에는 정원영 피아니스트, 제품 디자인에는 성정기 디자이너, 모션그래픽 디자인에는 박서원 디렉터, 가구 디자인에는 하지훈 디자이너가 멘토 역할을 했다.
영 아티스트 프로젝트와 아우디 디자인 챌린지 수상작 전시는 갤러리 래의 참신한 기획과 함께 기업체의 문화 발전을 위한 노력이라고 평가되며, 침체되어 있는 미술계에 마중물과 같은 역할을 하리라 생각된다. 현재 각 갤러리들이 신년 기획전을 개최하고 있다. 올 해는 그 어느 해 보다 갤러리, 작가, 컬렉터, 관객들이 풍성해 지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란다.
– 장소 : 갤러리 래
– 일시 : 2015. 1. 7 – 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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