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광화랑에서는 한 미술 수집가의 작품을 모아서 선보이는 특별하고 의미 있는 전시를 진행하고 있다. 작가는 부산 화단의 원로작가인 서상환 화백. 이번 서상환 구작전(舊作展)은 작가가 60~80년대에 작업한 대표작들로서 당시 이 작품들을 수집한 컬렉터는 현거 장충열 선생이다. 전시 제목에서도 나타나듯이 작가와 컬렉터의 아름다운 동행을 기획한 이번 전시는 관객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전달하고 있다.
작가는 젊은 시절 중등교사로 재임하다가 어떤 계기를 통해 미술학원을 운영한 적이 있었다. 안정적인 교직생활을 떠나 시작한 미술학원은 수입도 일정치 않고 겨우 생활을 꾸려나갈 정도였다. 그 때 부산일보 기자를 통해 장충열(당시 부산일보 근무) 선생을 소개 받았다. 장충열 선생은 작가가 마음껏 작업을 할 수 있도록 물감, 캔버스 등 미술 재료를 제공하였고, 이로 인해 작가는 작품에만 전념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칠순을 훌쩍 넘긴 서상환 작가는 부산 화단에서 ‘영원한 현역’이란 수식어가 따라 붙는다. 서양화와 판화 등 여러 장르를 넘나든 그의 작품들은 기독교 신앙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데, 독특한 점은 그의 기독교 사상 바탕에는 토착적인 샤머니즘과 여러 종교를 포함하고 있다. 이러한 자유로운 사상은 그의 작품이 종교화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신과 자연과 인간을 캔버스에 그려내고 있다.
『예술품을 수집한다는 것이 대체 무엇일까요? 그것이 그저 물건을 모으는 일만은 아닐 것입니다. 재화로서의 물건은 그것이 아무리 값비싼 것이라 해도 결국은 나의 죽음과 더불어 나로부터 격절되고 소멸됩니다. 예술품이 예술품으로 성립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방식은 물건 그 자체로서 존재하는 방식이 아니라 하나의 표상으로서 존재하는 방식입니다. 우리는 이 전시를 보면서 한 수장가가 작품을 수집해 나간 내역이, 또 그 배경으로서의 풍경이, 자본의 풍경이냐 정신의 풍경이냐를 생각해보게 됩니다. 그것이 정신의 풍경일 때에야 비로소 우리는 그 수집의 결과물들을 통해 형언하기 어려운 심대한 감동을 받게 되는 것입니다. 또한 이것이야말로 컬렉션이 가지는 본연의 참 뜻이기도 합니다.』<김동화의 전시서문 중에서>
갤러리에서 만난 서상환 화백은 고령의 연세인데도 예술에 대한 열정만큼이나 건강 해 보였다. 젊은 시절 장충열 선생과의 인연을 설명하며 잠시나마 추억에 잠기기도 했다. 작가의 예술에 대한 열정과 그동안 걸어온 작품세계에 대한 이야기는 몇 시간을 이야기해도 부족할 듯 했다. 미광화랑 김기봉 대표는 이러한 작가와 컬렉터의 우정 어린 관계에 대해 ‘고흐와 테오’가 연상된다고 설명한다. 2014년 성탄절과 2015년 신년에 즈음에 기획된 뜻 깊은 ‘서상환 구작전(장충열 컬렉션)’은 1월 12일까지 계속된다.
– 장소 : 미광화랑
– 일시 : 2014. 12. 23 – 2015. 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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