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소개//
긴 겨울이 저물고, 봄의 여정이 시작되었습니다. ‘봄’은 그 어느 때보다 활기를 더한 것처럼 보입니다. 한동안 얼어 있던 땅은 사방으로 갈라진 마음을 녹이고 붙이기 시작하여 사람의 발자국을 담아낼 수 있는 힘이 생겼습니다. 앙상한 나뭇가지들은 본래의 긴 팔을 끝까지 뻗어 손끝을 초록으로 물들이기 시작합니다. 우리는 자연의 섭리에 발맞추어 무언가를 시작하려 합니다. 아기가 첫발을 내딛듯 우리는 한 걸음, 한 걸음에 무게를 실어 앞으로 나아갑니다. 그렇게 걸음을 시작하고 주위를 둘러보니 이미 거리의 분위기는 봄을 즐기라고 부추깁니다.
한결 가벼워진 옷차림으로 일상을 마주합니다. 겨울 내내 늘 오고 갔던 거리에 제법 볼거리가 많았다는 것을 봄이 되고 나서야 깨닫습니다. 동네 꽃집에 들러 반려식물 하나를 데리고 나오기로 합니다. 꽃집 옆에 있는 서점에 들어가 마음의 언어에 귀를 기울여 봅니다. 조금 더 걸어보니 미술관이 있네요. 걸려 있는 그림들 중 마음에 쏙 든 그림 앞에 동상처럼 서 있기로 합니다. 허기가 질 때쯤 다시 거리로 나와 보니 다행히도 여전히 새들이 지저귀고 있습니다. 살결에 기분 좋은 바람이 닿습니다. 바람에 흩날리는 꽃잎이 거리를 모자이크로 완성합니다.
‘산책하기 좋은 계절, 봄’을 모티브로 하여 일곱 작가가 모였습니다. 물감, 실, 종이, 사진, 오브제 등 다양한 예술적 수단을 통해 작가는 일상의 산책에서 발견하는 대상을 공유해 보고자 합니다. 그 대상을 바라보는 작가들의 시선은 깊고, 길고, 따뜻합니다. 바라보며 사유하며, 대상을 두루 생각하는 일은 쌓이고 축적되어 작가의 작업에 ‘층’과 ‘반복적인 행위’로 나타납니다. 그러한 시간 가운데 일곱 작가는 각자의 감정을 성찰합니다. 겨울에 외로움과 고독이 있다면, 봄에는 희망과 생동감이. 공허와 부재에서 파생되는 감정이 있다면, 편안하고 행복한 감정이. 그리움이 흔적이라면, 때로는 이 감정이 앞으로 살아갈 힘의 동력이 되어 줍니다. 일곱 작가의 감정과 시선은 서로 맞닿아 이번 전시에서 하나의 거리를 만듭니다. 우리는 2025년 봄을 살아가면서 전시장 내 ‘봄 거리’를 찬찬히 걸으며, 작가와 함께 대상을 발견하고 감정을 공유해 보길 제안합니다.

//작가 노트//
강혜린 (b.1995)
수채화의 번짐 효과, 아크릴의 선명한 색감, 색연필의 질감을 활용한 페이퍼 콜라주 기법을 사용합니다. 채색 후 오 려낸 조각들을 배치하며 조화로운 구성을 찾는 과정이 흥미로워 콜라주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완성작을 미리 완벽하게 구상하기보다는, 작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우연한 효과를 통해 작품이 완성되기도 합니다. 산책을 떠올리면 생각나는 꽃, 책, 자전거 등의 요소를 콜라주 기법을 통해 표현하였습니다.
박윤희 (b.1979)
그래픽 용지 위에 무수히 그어진 빨간색 유성 매직의 중첩된 선들은 면을 채우고 비우는 반복 속에서 정지된 시간과 풍경을 묘사합니다. 일상에서 느끼는 공허, 불안, 부재, 기다림을 재료가 가지고 있는 편견과 한계를 넘어 예술로서 의미를 부여하고 표현하고자 합니다. 박준우 (b.1991)
책상 위 꽃들, 밖의 나무들을 눈으로 보고 그리며 실제로 보는 대상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빈 화면에 넣으려 애썼씁 니다. 한 번에 못 하면 두 번, 두 번에 못 하면 세 번, 네 번 반복해서 그렸습니다. 조금씩 달라지는 그림을 보는 것 이 재밌습니다. 혼자 나무, 꽃들과 대화하는 것 같습니다. 오래 자주 보면 정들고 그리워집니다. 그림은 그리움을 그 리는 것일까 생각했습니다. 정든 것들은 없어지거나 여전히 그 자리에 있습니다. 없어진 것이나 그 자리에 있는 것을 생각하면 슬픕니다. 그래서 그린 것은 모두 그리움으로 바뀌는 것일까 생각했습니다.
이인미 (b.1967)
식물원의 유리는 안과 밖을 나누지만, 그 안에서 풍경은 조각나며 새로운 의미를 만듭니다. 유리를 뚫고 나가려는 식 물의 몸짓은 닿을 수 없는 곳을 향한 열망처럼 보입니다. 낡은 창틀 위에 남은 흔적들은 시간과 기억의 층을 쌓아갑 니다.
이용기
제 작업의 주제는 늘 자연이고 나무입니다. 최근에는 다양한 형태의 대나무와 새 그리고 잎을 깎아 아름다운 선을 가 진 오브제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이는 평면적인 수묵화를 입체적으로 표현하는 작업이지만 빛에 따른 그림자로 표현 되는 평면 회화적 이미지도 함께 담아내고 있습니다.
임주원 (b.1985)
인생이라는 편도 여행을 떠나온 우리들. 이번 생이라는 여정 속에 제가 애정하는 것들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혹독한 겨울이 지나고 따스한 봄이 오길 기원하듯, 나의 지난했던 삶 속에 푸른빛과 맑은 기운을 기꺼이 내어주는 나의 반 려 식물 친구들을 소개해 봅니다. 우리는 매 순간 숱한 희로애락(喜怒哀樂)의 감정들을 겪어내야 하지만 그럼에도 불 구하고 다시 또 살아내듯 완벽할 순 없어도 무사히 어디론가 향해가는 우리의 여행을 서로 응원하며. “Bon voyage!”
조재임 (b.1973)
한지에 물들인 나뭇잎을 무수히 오려내어 붙이며 그 사이로 지나가는 바람과 숲, 하늘의 형태를 끈질기게 관찰했습 니다. 이 과정에서 발견한 자연의 질서는 창이라는 매개를 통해 사람들의 경험이나 감정과 공감하는 통로가 됩니다.//솔트 갤러리//
장소 : 솔트 갤러리
일시 : 2025. 03. 26 – 04. 20
추PD의 아틀리에 / www.artv.kr / charmbit@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