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영 작가 노트//
륵(泐, indite)이라는 미학적 개념을 성찰해 가는 중에 부산의 레오앤 갤러리에서 전시 초대를 받았다. 레오앤 갤러리는 부산 강서구에 있는 꽤 근사한 전시장이다. 갤러리 대표님의 섬세함과 그 열정에 감사하며, ‘3월, 피어나다’ 기획전시로 부산의 양호정 작가와의 콜라보에도 감사드린다.
자연과 인간, 생성과 소멸은 온 우주의 섭리이다. 반복적인 구상화로 작업하기를 뒤로하고 작가관을 좀 더 흥미롭게 표현할 수 있는 추상화로 전환하면서 나만의 사색과 자아 성찰의 시간은 더욱 깊은 심연 속에 있다.
인간은 139억여 년간 이어져 온 우주 속에서, 지구라는 행성 안에 대자연의 한 부분으로 살아간다. 자연의 일부인 인간은 우주의 역사로 바라볼 때 단 3초간의 생을 살다 가는 극 초인인 셈이다. 지구라는 유기체는 하나의 커다란 돌덩어리이고, 이 돌덩어리는 수없는 시간을 초월한 가운데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륵(泐)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여기에 자연과 인간의 시간도 자연스레 그려지는 륵(泐)의 연장선이다. 이에 작가는 륵(泐)이라는 개념을 담아내는 과정에 있다. 순수 의식에서 비롯된 그 고유함이 예술혼이 깃든 진정성으로 남을 테니, 피어나라.
작가는 첫 작업으로 자연과 생명의 섭리를 탐구하는 여정을 표현하였으며, 자연의 섭리 중 생(生)과 사(死)를 중심 주제로 삼았다. “생(生)과 사(死)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눈을 뜨면 생(生)이고, 눈을 감으면 사(死)이다.”라는 철학적 성찰을 바탕으로, 일상에 숨겨진 생(生)과 사(死)의 순간들을 표현하며 일생명의 에너지를 담아낸다.
찰나의 순간을 포착하여 생(生)과 사(死)의 경계를 넘나드는 인간의 삶을 비리디언의 색채로 표현함으로써, 그 순간들이 우주 속에서 얼마나 소중한지를 강조한다. 작가는 우주 속에서 순간을 살아가는 인간들에게 자유, 화합과 평화를 권면하며,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모색한다. 이후 륵(泐, indite)이라는 주제에 따른 부제로 ‘이 얼마나 소중한 우주적 인연인가’를 발표했고, 차기 전시는 ‘아름다움이란, 고통의 흔적이다’라는 부제로 준비 중이다.
이번 ‘3월, 피어나다’ 초대 기획전은 륵(泐, indite)의 개념을 담아가는 펼침의 장이며 그 중간 어느 지점이 되는 중요한 전시이다.//신지영//

//양호정 작가 노트//
저는 주로 먹을 사용하여 그릇을 그립니다.
그릇을 그리게 된 동기는 중국 유학시절 먹으로 그림을 그리니 ‘중국화’라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때마다 속으로 저는, “아닌데, 나는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의 감성을 가지고 그림을 그리는데 먹을 사용한다는 이유로 중국화로 불린다는 것에서부터 의문을 가지고 ‘정체성’에 대하여 고민하기 시작하였습니다.
하여, 고심하고 찾은 것이 ‘막사발’이었습니다.
‘막사발’이라는 용어는 일제시절에 일본인이 한국의 문화를 비하하기 위해 만든 용어라고 들었습니다. 그러나 제가 생각하기에 한국의 정체성을 대표하기에 무리가 없는 단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왜? 위로는 왕으로부터 아래로는 개밥그릇까지.
모든 것을 포용하고 어느 위치에서나 그 자태와 위엄에 변함이 없다고 봤습니다. 다시 말해, 정승 집에 관상용으로 있어도 당당하고 그릇의 이빨이 빠져 버리기 아까워 개밥그릇으로 쓰기위해 마당에 툭 던져놔도 대자연과의 어우러짐에 손색이 없습니다.
우리 한국인의 성향이 그렇다고 봅니다. 강대국과는 당당한 카리스마로 약한 이에게는 다정한 정으로 대한다고 봅니다. 이렇게 탄생한 정형적이지 않은 이 막사발들은 보는 이에 따라, 때론 그 누구에게도 위로 받지 못한 내 마음 달래주는 술잔이 될 수도 다른 날은 우리네 어머니와 할머니가 가족의 안녕을 위해 빌던 정안수를 담은 그릇으로 또는 꽃꽂이를 하는 화기 등으로 볼 수 있습니다.
태어나 유형적 존재가 된 나
네 발의 관찰 두 발의 생각 그리고 필연적 고독
삶과 예술의 공존 그 경계에 있는 너
태초의 도구, 생명의 도구, 문화의 젖줄
오늘도 나는 너를 연구한다.
인고의 시간 속 피어나는 영혼으로
흙과 불이 아닌 물과 먹으로 종이 위에 너를 탄생 시킨다.
나의 성숙이 너의 여여함으로 표현되기를
나의 고통이 너의 깊이로 나타나기를
내 삶의 마지막 너의 예술 입단을 기도하다.//양호정//
장소 : 레오앤 갤러리
일시 : 2025. 03. 12 – 04. 11
추PD의 아틀리에 / www.artv.kr / charmbit@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