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흔적展(갤러리 재희)_20250213

//전시 소식//
이번 전시는 한국 현대미술의 중요한 흐름인 단색화와 조선 시대부터 이어져 온 고가구를 하나의 공간에서 조화롭게 배치하여, 두 예술 형식이 지닌 미학적 공통점과 차이를 탐색하는 자리입니다. 단색화는 반복과 절제 속에서 깊이 있는 색채와 물성을 강조하는 반면, 고가구는 기능적 목적과 함께 자연스러운 시간의 흔적을 담아냅니다. 이 전시는 서로 다른 시대적 맥락을 가진 두 예술 형식이 하나의 미감 속에서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참여 작가//

  • 김환기 (1913-1997) 전라남도 신안 / 일본 니혼대학교 미술학 학사
    직사각형의 화면 위아래로 배치된 삼각형 형태의 도형들과 중앙의 둥글둥글한 노란 원, 그 뒤로 흐르는 듯한 붉은 면은 보름달이 이제 막 산 위로 떠오르는 어스름한 초저녁의 저녁노을 풍경을 떠올리게 한다. 평면적이고 단순한 형태를 지닌 면과 선들은 김환기가 사랑한 해, 달, 산, 하늘 등 우리나라의 자연을 모티브로 삼고 있다. 그의 독창적인 시정과 사색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 박서보 (1931-2023) 경상북도 예천 / 홍익대학교 학사
    박서보는 ‘묘법(Ecriture)’ 시리즈를 통해 수없이 반복되는 긋기가 하나의 예술로 완성되는 과정을 담아내었다. 한지를 사용한 화면에 반복적으로 선을 긋는 행위를 통해 고도로 절제된 세계를 표현하였으며, 작업을 통해 자신을 비워가는 예술을 선보이며 예술가이자 수행자의 모습을 작품을 통해 보여준다. 캔버스에 배경을 칠한 뒤 마르기 전에 반복적으로 드로잉하여 제작하는 방식으로, 반복적인 행위를 통해 물질의 본질을 드러내는 데 중점을 두었다.
  • 이강소 (1943-) 대구 / 서울대학교 회화과 학사
    이강소는 자신의 인식과 지각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를 통해, 단순한 풍경을 넘어 자연과 인간, 과거와 현재가 끊임없이 소통하는 모습을 작품에 담아왔고, 초기 설치 작업에서부터 현실에 대해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실험해왔다. 그는 청명 시리즈에 대해 밝고 맑은 정신 상태를 유지하면서 붓질을 했을 때, 그것을 보는 관객도 청명한 기운을 공유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 윤형근 (1928-2007) 충청북도 청원 / 홍익대학교 학사
    하늘과 땅을 그리는 윤형근은 최대한 적은 수의 색과 단조로운 선, 그리고 면을 그린다. 극도의 단순함을 추구하는 그의 작품에는 한국 특유의 숭고함과 색이 녹아 있다. 하늘을 의미하는 청색(Blue)과 땅을 표현하는 엄버(Umber)를 섞어, 맑으면서도 깊은 검은색을 만든 후, 칠흑 같은 검은색 위에 기름을 부어 마포나 면포에 적셔 문을 그린다. 그는 작업의 과정을 ‘천지문’ 시리즈로 표현하기도 했다.
  • 이우환 (1936-) 경상남도 함안 / 일본 니혼대학교 철학 학사
    이우환의 바람(With Winds)은 선으로부터 비롯되었고 이후 조응, 대화, 응답으로 양식적인 흐름이 긴박하게 전개되었다. 안정적인 전면 배치의 공간, 구도, 중간중간의 여백, 부드럽고 유려한 긴 필선, 바람 시리즈의 초창기 작품인 <동풍>의 형식을 계승한 전형적인 바람 형식 등 그의 역량과 기량이 충분히 발휘된 작품들이다. 일본과 유럽에서는 모노하(Mono-ha) 운동으로도 활동했다.
  • 이배 (1956-) 경상북도 청도 / 홍익대학교 대학원 서양화 석사
    이배는 자연에서 영감을 받아 숯으로 작업한다. 자연이 가진 조형성을 최대한 살리며, 선과 면을 적극 활용하는 동시에 깊이와 입체감을 표현함으로써 자연의 아름다움과 힘, 에너지를 전달하고자 하였다. 숯에 대한 끝없는 연구와 함께 3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이를 이용한 작품을 선보였으며, 숯이 가지고 있는 삶과 죽음, 순환과 나눔 등의 관념적 사고를 통해 본인의 예술 세계를 확장했다.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거대한 자연이 존재하기 때문에 숯을 사용한다.
  • 하종현 (1935-) 경상남도 산청 / 홍익대학교 회화과
    하종현은 물감을 뒤에서 밀어내는 ‘배압법’을 활용해 자신의 독창적인 작품을 완성하였다. 6.25 전쟁으로 캔버스를 구하기 어려웠던 시기, 원조 식량이 담긴 마대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서 고안해낸 방법이었다. 이러한 방법을 이용한 그의 작품에서는 거친 표면과 어우러진 입체적인 표현을 찾아볼 수 있다. 힘의 강약에 따라 앞면에서 흘러내리는 물감의 모양도 다르고, 물감을 덧씌우거나 나무 막대로 긁어내면 또 다른 작품이 되기도 한다. 재료가 가진 물성을 더 돋보이게 하는 그만의 독창적인 표현 방식을 감상할 수 있다.
  • 변시지 (1926-2013) 제주 / 오사카 미술학교
    제주의 자연을 담아내고 인간의 존재를 깊이 탐구하는 데 중점을 두어, 변시지의 작품에서는 풍경의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내면에 담긴 정서와 정신을 엿볼 수 있다. 작품의 풍경은 단순히 자연의 재현을 넘어 삶의 존재와 본질을 탐색하는 매개체로 기능하고, 이는 제주의 자연을 사실적으로 표현하는 동시에 관찰자로 하여금 자신의 내면 세계를 들여다보도록 한다. 제주 풍경을 통해 잃어버린 고향과 실존을 애잔하고 비극적으로 표현했다.

장소 : 갤러리 재희
일시 : 2025. 02. 13 – 05. 18

추PD의 아틀리에 / www.artv.kr / charmbit@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