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서문//
범람하는 현대미술의 다양한 사상 속에서 젊은 시절의 나는 나아갈 화법에 무한한 갈등을 겪으며 고뇌에 빠져 잠시 갈등하였다. 그러나 시대적 시류에 편승하지 않는 고집으로 오직 자연주의와 사실주의 그리고 인상주의에 가까운 화법을 바탕으로 하는 작법에 심취한 구상적 작풍으로 60여 년간 작업에 매진하고, 약 500여 회의 그룹전, 기획전 등의 작품활동을 하며 전국의 작풍과 교류하고 중앙과 지역의 많은 작가들과 조우하면서 여러 감정을 느꼈다.
놀랍게도 그들은 숱한 활동을 하면서도 그들 중 일부는 애향심이 가득한 본인들의 지역색을 감각적으로 잘 표현하는 걸 보며 나는 놀라움을 느꼈다. 전국 각지를 30여 년간 사생을 다니며 작품을 해왔지만 정작 내 고향인 부산을 제대로 다루지 못했다는 생각에 깊은 아쉬움을 느꼈고 나 또한 우리 부산의 구상작가로서 애향심을 갖고 부산을, 우리 고장의 지역색을 구상적 작법으로 표현해 보기로 했다. 그러나 우리 부산의 특징적인 고유색을 찾는 일이 워낙 방대하고 어려운 과제라 쉽지 않은 작업에 많은 어려움을 느꼈다. 일단은 대작을 제작하며 작업량을 늘리고 노력하여 부딪쳐 보기로 하고 20여 년전 작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건강상의 이유로 수년을 중지해오다 일흔이 훌쩍 넘은 나이에 그동안 틈틈이 했던 대작을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해양도시 부산을 둘러싸고 있는 바다와 낙동강 1200리의 종착지인 낙동강하구의 풍광까지 많은 작업을 집중적으로 하면 우리 고장의 특정한 색감을 발견하리라 생각하고 작업에 임했다.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에 따라 그곳에는 여러 모양의 빛이 있다. 화려하게 어우러지는 불빛 속에는 지역민들이 제각기 살아가는 다양한 삶의 모습이 담겨있다. 그에 따라 생성되는 다양한 빛의 모습이 신비롭게 어우러져 화려한 조형감을 표출한다. 이러한 화려한 조형감은 내 작품의 소중한 소재이다. 바다를 근원으로 아름다운 산세를 이루고 있는 화려한 불빛의 항구도시 부산을 점, 선, 면 등 회화의 기본적 표현방식을 사용해 평면인 화면에 공간감까지 표현해 보는 즐거움에 나는 무한한 매력을 느꼈고, 이는 이번 전시회의 주제를 “부산의 빛” 이란 타이틀로 내세운 이유이자 내 작품의 즐거운 표현의 대상이다. 우리 고장 부산에서 다채롭게 살아가는 사람들에 의해 생성되고 만들어지는 여러 형태의 빛들. 나는 그 매력에 빠졌다. 내가 나고 자란 우리의 터전 부산. 해양문화가 살아있는 부산을 표현해 보는 매력이 나에겐 무엇보다 즐거운 작품 소재이다.// 2025년 3월 ‘부산의 빛’ 전을 열며, 박용대//

//작가 노트1//
1999년 밤 초량 산복도로에서 부산항을 바라보다 우리 부산의 밤 항구가 이렇게 아름다웠던가? 형형색색의 불빛들 속에서 희노애락을 감지하고 우리 지역민들이 아름답게 살아가는 현장감을 느꼈다. 이 화려한 부산의 빛들에 크게 감동하여 화가라면 차마 외면하고 지나칠 수 없어 10여 차례 부산의 빛이란 연작을 제작해 보았다. 내가 살아온 터전이기에 구석구석 서민들이 살아가는 모습들을 새롭게 바라보고 나날이 변모되어 가는 해양성 문화의 화려함을 실감했다. 그 속에 남아있을 듯한 부산 지역의 정감이 묻어있는 고유색을 찾아보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작업을 해 보았으나 역시나 아직도 그 표현의 어려움이 많은 것 같아 작업을 마칠 때마다 아쉬움으로 남는다.
어두운 바탕 위에 불빛 사이로 반영되는 건물들의 실루엣을 강한 대비로 구사하고, 빛의 근원인 광원(光源)이 주로 건물 아래에 형성되어 위로 소멸되는 빛의 흐름을 {외광(外光)과는 거의 반대로 대비되는} 이용하여 야경의 특성을 살려 보고자 하였다. 또한 도로를 중심으로 화면에 밝은 빛의 흐름 효과를 강조해 나름대로 동세를 구성하였다.
낮 풍경이 주는 일방적 흐름인 태양광에 비해 야경을 작업한다는 것은 특성상 작가의 의도대로 광원을 설정하니 광원이 너무나 다양하고, 작가의 조형적 의도대로 광원을 설정할 수 있는 표현의 자유가 있어 양광(陽光)이 주는 일방적 광선에 구속력이 느껴질 정도로 야경의 표현방식이 자유로웠다. 이는 양광에 익숙해져 있는 풍경화가로서는 산만한 느낌마저 드는 부담이 있으나 이것이야말로 야경을 작업하는 또 다른 매력이고, 색다른 작업 의욕을 느낀다.
//작가 노트2//
부산의 밤. 불빛들을 획으로 표현해 보는 작업들은 내게 아주 흥미로운 언어이고 그들과 주고받는 대화이다. 우리 부산의 갯내음 속에서 기억되는 아련한 추억의 삶들이 고스란히 불빛으로 다가온다. 시대의 급격한 변화와 삶의 다양한 방식에 따라 인공조명의 다채롭고 화려하게 생성되는 불빛. 나날이 발전하고 있는 밤의 화려함과 더불어 공존하고 있는 삶의 현장은 내게 너무나 좋은 조형적 소재로 다가온다. 또한, 내가 살아오면서 바라본 바다와 강 그리고 지역민들이 잘 어울려 살아가는 정겨운 모습에 우리 고장에 대한 강한 애향심이 일어나 붓을 잡게 되었고, 삶의 현장들을 나의 방식으로 “부산의 빛“ 이라는 주제 아래 어두운 바탕을 칠하고 그 위에 각양각색의 불빛들을 심어가며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표현해 보는 작업이 나에게는 매우 흥미롭고 재미있는 일이다.//박용대//
장소 : 한새 갤러리
일시 : 2025. 03. 05 – 03. 11
추PD의 아틀리에 / www.artv.kr / charmbit@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