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소개//
겨울의 끝자락, 아직 찬 기운이 남아 있지만, 어디선가 봄의 속삭임이 들려오는 경칩. 멈춰 있던 것들이 서서히 깨어나듯, 우리의 일상도 새로운 빛을 맞이한다. 갤러리 서린 스페이스의 2025년 첫 번째 기획전시는 스쳐 지나가는 나날 속에서 문득 마주치는 조각들을 담는다. 손끝에 스며드는 햇살, 창가에 머물다 사라지는 바람, 무심코 내디딘 발걸음에 깃든 기억들. 사소하지만 결코 사소하지 않은 순간들. 익숙한 풍경 속에서 다시금 발견하는 감각들. 이 모든 편린들이 한데 모여, 봄을 기다리는 우리의 마음속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킨다.
또다시 찾아온 평범한 주말의 아침, 우리는 마치 바다 위에 떠 있는 한적한 섬에 홀로 남겨진 듯한 느낌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은은한 오간자 커튼이 창문을 감싸며 바람과 햇살을 은밀히 흘려보낸다. 진공관 스피커를 통해 울려퍼지는 시티 재즈, 무형의 손길이 되어 우리를 부드럽게 흔들어 깨운다. 청소를 시작하며, 집안 곳곳에 쌓인 먼지를 털어내고, 다시금 새로움을 맞이한다. 청소는 단순한 일상이 아닌, 우리 내면의 질서를 다시 세우는 의식과도 같다.

목이 말라가는 식물들에게 물을 주는 일은 마치 메마른 대지에 생명의 물을 불어넣는 것과도 같다. 홍콩야자, 마지나타, 올리브나무는 물을 머금으며 다시 생기를 찾는다. 그들은 햇살 아래에서 우리의 손길을 통해 다시 피어오르는 작은 생명체들이다. 산미 가득한 게이샤 원두로 내린 아이스커피, 진한 향과 얼음의 시원함이 입안 가득 퍼지며 우리의 감각을 깨운다.
베란다에 나가 하늘을 바라보면, 하늘하늘 내려오는 햇빛은 마치 눈부신 실크 커튼처럼 우리를 감싼다. 그 빛 속에서 우리는 무한한 평온함을 느끼며, 일상의 한 조각을 소중히 간직한다. 지금 이 순간, 우리는 작은 행복의 조각들을 모아 커다란 삶의 그림을 완성해 나간다. 이렇게 평범한 주말의 오전은 우리의 삶 속에서 작은 기쁨과 평온함을 찾아내는 여정이다. 그 안에서 우리는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고, 작은 순간들을 소중히 여기며, 새로운 하루를 맞이한다. 이 순간, 베란다에서.//갤러리 서린 스페이스//
장소 : 갤러리 서린 스페이스
일시 : 2025. 03. 04 – 04. 05
추PD의 아틀리에 / www.artv.kr / charmbit@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