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소개//
박영환(b.1998) 작가의 개인전 ‘흔적, 반향’은 존재가 지나간 자리, 기억이 남긴 흔적, 그리고 그 흔적이 만들어내는 파동을 탐구합니다. 그의 작품 속에서 우리는 시간의 층위 속에서 점차 희미해지는 것들을 마주하게 됩니다.구체의 형태로 압축된 기억, 희어져가는 설경, 그 속에 자리한 ‘검은 구’와 ‘흰 구’들은 단순한 기하학적 형태를 넘어선 존재의 증거이자, 지나간 것들이 우리 안에서 여전히 울리고 있음을 상기시키는 흔적입니다.
박영환 작가는 삶 속에서 마주한 인물과 환경이 그의 작업에 남긴 영향을 ‘구(球, Sphere)’라는 형태로 조형합니다. 짙은 검정의 구체는 현재를, 강렬한 경험과 선명한 기억의 중심을 의미합니다. 반대로, 점차 희어지는 구체는 흐려지는 기억과 지나온 시간 속에서 점점 잊혀지는 것들을 상징하며, 흰 구체는 소멸과 부재를 암시합니다.

그의 작업 속에서 우리는 망각하는 것들과 기억하는 것들, 그리고 그 사이에서 반향하며 되돌아오는 감각들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가 구축하는 화면 속 ‘창(Window)’은 단순한 배경이 아닙니다. 그것은 현재와 과거를 잇는 경계이자, 안과 밖을 나누는 틀이며, 개인과 세계를 연결하는 매개입니다. 우리는 창 너머의 풍경을 응시하며, 점차 사라지는 것들과 여전히 남겨진 것들을 바라봅니다. 흐려져 가는 설경 속에서 떠오르는 구체들은 기억의 조각이며,
그것들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다른 형태로, 다른 감각으로 우리에게 반향합니다.
작가는 한지를 뜯어 눈(雪)을 표현하는 독창적인 기법을 사용하며, 시간의 흐름 속에서 점차 지워지고 희미해지는 기억과 흔적을 형상화합니다. 한지라는 재료의 물성과 그것을 뜯어내는 반복적인 행위는 삶의 궤적을 기록하면서도 동시에 지워내는 행위와 닮아 있습니다. 시간은 모든 것을 덮지만, 그 아래에서 존재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습니다.
박영환 작가의 ‘흔적, 반향’은 사라짐 속에서도 여전히 남아 있는 것들, 기억의 파편들이 우리 안에서 어떻게 울리고 반응하는지를 탐구하는 전시입니다. 그의 작품은 단순히 과거를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그 기록이 시간이 지나며 어떻게 변형되고, 다시 우리에게 어떤 방식으로 되돌아오는지를 시각적으로 보여줍니다.
흔적은 지워지지 않습니다.
그것은 언젠가, 누군가에게, 또 다른 울림으로 다가옵니다.//갤러리 휴//
장소 : 갤러리 휴
일시 : 2025. 02. 27 – 03. 27
추PD의 아틀리에 / www.artv.kr / charmbit@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