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소개//
오는 2025년 2월 19일부터 3월 5일까지 부산 스페이스 이신(Space LeeSeen)에서 개최되는 이번 전시는, 권일, 김정대, 손은영, 안중열, 장영진 작가가 참여해 다채로운 사진전을 펼친다. 그들은 각기 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그들의 시선은 단순한 사진 이미지의 나레이션을 넘어 내면적 시선으로 유도한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안중열 사진작가는 “전시 제목의 ‘5C’는 다섯명의 작가(5 Creators)를 의미함과 동시에 전시의 방향성과 전시의 정체성을 함축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전시의 부제 ‘Five Windows’는 다섯개의 서로 다른 시선이 열어주는 통찰의 장으로써,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사진이라는 매체를 활용하여 독창적인 형식과 실험적 접근을 통해 ‘이미지’가 가진 개념을 확장해 나간다”라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다섯개의 창, 다섯개의 시선은 1. 창의성(Creative) : 익숙한 것을 새롭게 보고 해석하는 감각. 2.도전(Challenge) : 기존의 사진적 틀을 넘어서는 탐구적 실험. 3. 변화(Change) : 정적인 이미지에서 동적인 사고로의 확장. 4. 색채(Color) : 동양의 오방색을 표방한 각자의 개성이 담긴 독창적 표현. 5. 공존(Coexistence) : 서로 다른 시각들이 하나의 공간에서 조화를 이루는 과정을 담아내려고 노력하였다”고 한다. 이처럼 이번 전시는 단순히 다섯명의 작품을 한자리에 단순 나열한 것이 아니라, 각기 다른 개성과 철학이 공존하며, 새로운 해석의 장을 여는데 의의를 두고 있다.

//작가별 작가노트//
//안중열//
나의 작업은 소통에 대한 철학적 탐구에서 출발한다.
다리는 서로 떨어진 공간을 연결하는 문명의 산물이지만, 동시에 서로를 향해 가려는 인간의 본능적 욕구를 상징한다.
나의 작업은 다리의 교각을 오브제로 하여 상대방의 심연으로 들어가고자 하는 심리를 병치시켜 음각으로 작업하였다. 이는 소위 Photo Cubism의 기호학적 정의이다. 다리의 교각을 소통의 기표(시니피앙)로 삼고, 음각을 통해 상대의 심연으로 들어가고자 하는 기의(시니피에)로 드러낸다. 포토큐비즘 작업은 소통을 통해 깊은 신뢰를 형성하고자 하는 기호로 삼는다.
나의 작업은 원근을 고려한 사진 절단과 재조합을 통해, 원래의 이미지를 해체하고 새로운 시각적 경험을 창출한다. 이 과정에서 원래 이미지가 가지고 있는 메시지는 해체되고, 다의적이고 다각적인 새로운 메시지가 드러난다.
작품과 관객의 소통으로 작품이 완성되길 기대해 본다.//안중열//
//권일//
자연은 그 자체로 하나의 언어다.
나는 이번 작업을 통해 바람에 흔들리는 풀잎, 그림자 속의 몸짓과 같은 사소한 움직임을 통해 존재의 본질을 탐구한다.
이번 작업에서 반투명 가림막을 이용해 자연을 직접적으로 드러내기보다 그림자와 투영된 이미지를 통해, 보다 깊이 있는 추상적 시각을 시도했다.
푸른색(Blue)은 내면의 감성과 통찰을, 흰색(White)은 자연의 순수성을 상징한다.
나의 작품은 자연과의 깊은 교감을 바탕으로 감각적이고도 사색적인 경험을 선사한다.
작업 과정은 자연과의 깊은 교감을 위해 현장에서 직접 촬영하는 방식으로 진행 하였다. 잡초들의 몸짓을 순수하게 느끼기 위해 동일한 환경에서 호흡하며, 그들의 움직임을 관찰했고, 이러한 과정에서 의도적인 왜곡이나 후 보정은 배제하였다. 이는 자연의 본래 모습을 인간의 시각에 맞춰 식물이 성장하는 공간이 아닌데서 임의로 다듬고 재구성하기보다, 그 자체로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다.
작품에 내재된 존재의 차등없는 바라보기를 통해 자연의 아름다움과 그 언어를 새롭게 바라볼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권일//
//김정대//
그의 죽음이 다가왔다.
이성은 죽음을 받아들여야 했고, 감정은 저항하며 부정해야 했다.
선지자에게 돌아오는 대답은 운명이라 했다.
그렇게 자신의 운명대로 그는 죽음을 맞이했다.
살아있는 모든 것은 나름의 경로가 있고,
그 과정 속에서 소멸하며 흔적을 남긴다.
소멸의 마지막 단계는 통증이고, 통증은 정지된 사물로 남는다.
그것은 태초부터 억겁(億劫)의 세월 동안 끝없이 반복되어 왔고,
우리는 그 무수한 반복 속 찰나(刹那)의 순간을 살고 있을 뿐이다.
소멸(消滅)의 의식이 무의식으로 받아들일 때 비로소 삶은 풍요로워지지만, 아는 것이 아는 것인지, 모르는 것이 모르는 것인지 알지 못한 채, 갈피를 잡을 수 없는 부나비처럼 살고 있다.
“당신의 운명에 당신을 떠나보냅니다.”//김정대//
//손은영//
‘집’이라는 장소를 통해 삶의 기억과 정체성을 모색한다.
집은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라, 기억을 담고 있는 그릇이며, 한 사람의 삶이 스며든 정서적 공간이다. 집은 가족 구성원과 끊을 수 없는 유대감과 공동 운명체라는 정서가 녹아 있고, 추억을 공유하고 미래의 꿈을 꾸는 삶의 중요한 장소이다.
시대가 변화함에 따라 집의 의미도 점차 변화하지만, 여전히 집에는 개인의 지난시절의 추억과 경험, 그리고 자신의 모습이 담겨있다.
나는 서울과 지방을 오가며 촬영한 다양한 형태의 집을 마치 도색하듯 색을 입히고, 헌 물건을 고치듯 재구성했다. 어린 시절의 기억과 가족에 대한 애틋함, 그리고 돌아갈 수 없는 시절의 노스탤지어를 작품 속에 스며들게 하고자 했다
집의 진정한 의미를 찾아가는 여정을 통해 이 시대를 살아가는데 필요한 진정한 위안과, 집이라는 장소에 깃든 삶의 아름다움과 특별함을 표현하고자 한다.//손은영//
//장영진//
숲은 하나의 생명이 끝나는 곳에서 새로운 생명이 시작되는 곳이다.
숲에 들면 그동안 놓치고 지나왔던 수많은 이야기가 보인다. 시들고 썩는 일, 다시 싹 트고 꽃 피우는 일, 함께 얽혀 있지만 끈질긴 생명력으로 버텨내는 일… 공존하며 조화를 이루는 숲의 서사를 마주하게 된다. 시든 잎들과 풀, 떨어진 열매, 부러진 나뭇가지들 조차도 숲에서는 조화와 공존의 소중한 선물들이다.
숲의 선물들과 인간이 만들어 낸 인공의 꽃들을 함께 꽂았다.시들지 않는 조화와 시들고 마른 자연의 잎들을 본다. 시들어도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은 이미 꽃 피워 보았고, 썩어 다시 생명을 품는 시간들을 기다리기 때문이다. 언젠가는 그 꽃에 날아서 닿을 수 있기를 꿈꾸는 작업 속 플라스틱 나비의 꿈과 함께 그 꿈은 유정하다.
인간과 자연 문명의 산물들이 가장 자연스럽게 어울리며 공존할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장영진//
장소 : 스페이스 이신
일시 : 2025. 02. 19 – 03. 05
추PD의 아틀리에 / www.artv.kr / charmbit@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