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의 말씀//
일월이 머문 자리에 청산은 푸르구나.
몇 해 전 ‘원인 묵언, 달빛에 새긴 묵의 언어’라는 주제로 전시를 가졌습니다. 그때는 10년 뒤에나 다음 전시를 기약하노라 말씀드렸는데, 이른 때에 다시 뵙게 되었습니다.
목에 너무 힘을 주면 이마에 혹이 생긴다는 고사가 있습니다. 함부로 언행하면 결국 내 허물이
된다는 가르침입니다. 부득이 주지 소임을 내려놓고 이런저런 일로 마음을 다스리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저 더도 덜도 말고 무엇을 더 가지고, 무엇을 버려야 하는가에 대한 번뇌가 머물렀습니다. 잠시 스친 자리였으나 깊은 아픔이 산고의 고통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것 역시 정진이 부족한 스스로의 과오라 여기며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리며 세월을 보냈습니다. 탁마하는 2년간 쓰고, 그린 것의 양이 제법 되어 원래의 생각보다 조금 이른 때에 전시를 하게 되었습니다.

운문선사께서 제자들을 불러 모아 “15일 이전은 묻지 않겠다. 15일 이후는 어떠한가” 하고 물음을 던졌습니다. 제자들이 답이 없자 자답하기를, “일일시호일日日是好日이라”고 하셨습니다. 날마다 좋은 날은 나의 몫인 것입니다. 일신의 호흡을 가다듬는 시간동안 다 알며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며 알아간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불사선 불사악이라, 선함도 악함도 생각지 말라하였습니다. ‘일월이 머문 자리에 청산은 푸르구나’ 수없이 해와 달이 지나가기를 반복해도 청산은 그대로이니, 살아가며 그처럼 알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에 전시를 준비했습니다. 오직 마하반야바라밀의 회향으로 기도 드리며 귀한 시간 내 주신분께 감사드립니다. 불기 2569(2025)년 2월 25일 사자암 경선//
장소 : 금샘미술관 제3전시실
일시 : 2025. 02. 25 – 03. 02
추PD의 아틀리에 / www.artv.kr / charmbit@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