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모레비(木漏れ日)展(갤러리 휴)_20241219

//전시 소개//
h-u-e (갤러리 휴)는 오는 12월 19일을 시작으로 2025년 1월 12일까지 청년 작가를 조명하는 연례기획전 ‘코모레비(木漏れ日)’를 개최합니다. ‘코모레비’는 ‘나뭇잎 사이로 스며드는 햇빛’을 뜻하며 청년 작가들이 자신만의 창조성을 통해 빛을 발하여 예술 세계에 새로운 희망과 가능성을 제시하는 모습을 떠올리게합니다.

부제 ‘Formulators’는 이들이 단순히 창작에 머무르지 않고, 스스로의 예술 세계를 새롭게 ‘형성’하며, 관객에게 새로운 시각과 감각을 제시하는 존재임을 강조합니다. 다섯명의 작가들은 각기 다른 주제와 매체를 통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빛을 틔워내고, 현대 예술 속에서 자신만의 자리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각 작가의 작품 속에서 자연스럽게 교차하는 빛과 그림자의 서사를 탐구하며, 이들이 만들어내는 다양한 예술적 실험과 과정을 선보입니다. 관객들은 ‘Formulators’라는 이름 아래 서로 다른 개성과 이야기가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다채로운 풍경을 경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코모레비(木漏れ日)’는 단순히 빛나는 결과물이 아니라, 과정 속에서 피어나는 가능성의 이야기입니다. 다섯명의 젊은 작가들이 만들어낸 예술의 빛과 그림자 속에서 새로운 발견을 하시길 바랍니다.//갤러리 휴//

//작가 소개//
장건율(b.1992)
일상 속에서 마주하게 되는 꽃과 식물은 친절한 대상이다. 그들 가운데 다수는 자신의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고정되어 있지만 환경에 따른 변화를 수용한, 다채로운 모습으로 나타난다. 본인은 그것들을 고정되거나 완결된 이미지로 인식하지 않고 점, 선, 면, 색, 형태의 조형적 요소로 받아들인다. 자연물이 만들어내는 형태들 가운데 수집하고 싶은 대상을 발견하면 그 자리에서 드로잉을 한다. 본인이 영향을 받고 싶거 나, 이후 작업에 필요한 구성이나 요소를 추출하여 노트에 바인딩하는 것이다. 이때 모든 형태를 그대로 가지고 오는 것이 아니라 디테일을 제거하고 축약된 형태로 수집한다. 이후 바인딩 된 드로잉을 계속 꺼내 보고 그것에서 오는 회화적 감각을 받아들이며 이 과정을 통해 조형성과 색채감각을 익히고자 했다. 캔버스 위에 수집하고 재해석 된 드로잉들을 혼합하거나 정제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조형요소들의 조화 와 질서를 축적해 나감으로써 본인만의 미의식을 발견하고자 했다 . (* 작가 작업노트 중 발췌)

다솔(b.1990)
미성숙한 우리 내면의 모습과 감정을 소년과 소녀의 형상으로 투영하여, 인생의 여정을 시각적으로 표현합니다. 어린 시절의 아픔과 치유를 기반으로 한 이 여정은 단순한 기록에 그치지 않고, 고난을 지 나 발견되는 희망과 성찰의 가능성을 이야기합니다. 제 작품은 상처와 치유, 성장이라는 직간접적 경험들을 탐구합니다. 인간은 관계 속에서 서로의 부족함으로 인해 상처를 주고받지만, 이러한 경험은 단순히 고통으로 끝나지 않고 성장의 기회로 전환될 수 있습니 다. 저는 작품 속 인물과 요소들을 통해 상처의 흔적과 회복의 가능성을 동시에 드러내고자 했습니다. 작품 속 캐릭터들과 배경은 인간의 연약함과 치유 가능성을 상징합니다. 그들의 표정과 자세는 내면의 상처와 미성숙함을 드러내는 동시에, 주변의 자연적 요소들은 상처가 결국 성숙과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음 을 암시합니다. 작품의 차분한 색조와 유기적인 구도로 고난 속에서도 발견되는 희망과 평온함을 시각적으로 표현합니다. 작품 속 배경에 등장하는 둥그스름한 형상들은 제 삶에서 고난을 함께 나누고 위로를 건네준 소중한 존재들을 상징합니다. 이들은 따뜻한 색감과 부드러운 형태로 숲속 요정이나 천사처럼 은유적으로 표현되었으 며, 화면의 다른 요소들과 조화를 이루며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러한 형상은 관람자들에게 관계와 연대의 중요성을 상기시키고, 작품 속에서 치유와 회복의 힘을 상징적으로 드러냅니다. (* 작가 작업노트 중 발췌)

박준우(b.1991)
나의 작업은 한 대상을 오래 바라보고 그리는 것으로 한다. 꽃, 나무, 바다, 놀이터 등 나는 가까이에 있거나 오래, 자주, 곁에 두고 볼 수 있는 대상들로 그려왔다. 그림 그리는 일은 관찰하는 것이 반절은 된다. 보는 거 반 그리는 거 반이다. 실제로 바라보고 그린다. 한 대상을 아주 오랜 시간 바라보고 그리면 그 대상의 본성을 알 수 있다는 고흐의 말대로 그림을 그린다. 알렉스 카츠처럼 밖에서 보는 풍경을 작은 종이에 그림을 그린다. 호크니처럼 숲에 앉아 나무를 관찰하며 그린다. 유근택처럼 모필로 사생한다. 나는 닮고 싶은 선배 작가들의 그림에 대한 태도, 방식을 배워 그린다.로 책상 위 꽃들, 밖의 나무들을 눈으로 보고 그리며 내가 실제로 보는 대상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빈 화면에 넣으려 애썼다. 한 번에 못 하면 두 번, 두 번에 못 하면 세 번, 네 번 반복해서 그렸다. 조금씩 달라지는 내 그림들을 보는 게 재밌다. 혼자 나무와 꽃들과 대화하는 것 같다. 오래 자주 보면 정든다. 그리워서 그리면 곱절로 정든다. 내가 그려온 많은것들이 생각난다. 그림은 그리움을 그리는것일까 생각했다. 정든 것들은 없어지거나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 없어진 것들을 생각하면 슬프고 그 자리에 있는 것들을 생각해도 슬프다. 그린 것들은 모두 그리움으로 바뀐다. 호크니는 그림 안에 움직임과 공간이 담긴다고 했다. 내 그림에는 어떤 움직임과 공간이 담겼는지 보았다. 그릴 때 순간순간 했던 선택들이 생각났다. 그날의 날씨가 생각났다. 붓질이 생각이 났다. 그리던 곳이 생각이 났다. 내 그림에도 호크니의 말대로 움직임과 공간이 있는것 같았다. (* 작가 작업노트 중 발췌)

방상환(b.1991)
구체적 형태가 있으면 그리는 행위에 방해가 되기 때문에 가장 기본적인 도형을 가지고 작업한다. 그려지는 모습은 제각각이지만 그려지는 방 식은 동일하다. 먼저 기준이 되는 선을 긋는다. 그렇다고 지켜야 할 절대적 규칙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림을 시작할 당시 상태에 따라 기준은 달 라진다. 틀이 완성되면 그 위로 모형자를 이용해 도형을 배치해 나간다. 도형을 더하고 빼고 겹치면서 여러 조합의 형태를 만든다. 완성된 조합 의 형태는 그려지기까지 존재하지 않는다. 도착점이 있는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하나의 선택이 다음 선택으로 이어진다. 자동기술 적으로 그려지는 도형은 틀로 인해, 일정하게 나열되고 반복되면서 기계적인 리듬을 가지게 된다. 작업의 소재는 멀리서 찾는 것이 아니라 주변에서 찾는다. 내부나 외부 환경에 맞춰 기하학 도형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을 해나간다. 흐릿하나마 도착점을 설정하고 가는 것이 아닌 주어진 환경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 표현한다. 이처럼 나의 작업은 기하학 도형을 바탕으로, 선택한 도구, 작업방식을 가지고 지속가능한 화면을 찾는다. 이러한 과정은 나에 대해 알아가며, 가장 나다운 그림을 찾아간다 믿는다. (* 작가 작업노트 중 발췌)

상환(b.1991)
흙을 빗어 형태를 만들고 그것을 다시 날카로운 칼로 깍아내 뜨거운 불로 구워내는 조각들 과 사진과 글로 수집된 기록들을 바탕으로 철저히 계산되어 자로 잰 듯 정확히 그려진 그 림들은 다른 장르이나 고독하고 수행적인 방식을 통해 탄생한다는 점에서 나의 일상에서 가치있는 존재들을 보존하기 위한 진정성과 더불어 그 과정에서 내가 느끼는 불안과 위태로움을 함께 품고 있다. 그리고 그 총체적인 행위를 통해서 궁극적으로 이 시대의 나는 어 떤 존재인가 라는 질문을 스스로 던지고 그 해답 역시 미술이라는 행위를 통해서 찾고 있 다. 미술은 나에게 ‘나’ 같은 것이다. 미술 앞에서만이 오롯이 나일 수 있다. 그렇기 때문 에 나의 일상을 기록하고, 그것을 다시 어떠한 염원을 위한 모뉴먼트로 담아내기 위한 방식도 미술일 수 밖에 없다. 나아가 그러한 행위 끝에 나의 존재성에 대한 탐구 역시 미술만이 그 의도에 순수할 수 있는 것이다. 나의 조각과 회화, 그리고 모든 미적인 창작물들은 고요한 일상에서 마주하는 여러 장 면들과 누군가의 모습들, 그 안에서 느끼게 될 감정들을 기록하고 형상화 하는 과정이 담긴다. 평화로운 일상에 혼재 되어있는 삶에 대한 불안과 위태로움, 나의 존재에 대 한 의심과 호기심을 흔들림 없이 확고한 창작의 영역 속에서 끝없이 풀어내는 행위. 내면과 외면에서 벌어지는 고요한 침묵의 사투. 나의 창작물들은 그러한 과정을 담고 있다.(* 작가 작업노트 중 발췌)

장소 : 갤러리 휴
일시 : 2024. 12. 19 – 2025. 0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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