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주展(PH 갤러리)_20241221

//작가 노트//
어둠은 신비롭다. 칠흑 같은 어둠이 깊어지고 주변이 적막해질수록 밤은 더 고요해지고 평화로워진다.
한밤의 암흑은 막연한 두려움을 느끼게 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고요한 안정감과 포근함이 공존한다.
어두운 밤이 오면 많은 생명체들은 서서히 쉬기 위해 몸을 숨긴다.
거대한 자연의 흐름 속에서 모든 것들이 생존의 고됨을 내려놓는 시간이다.

나의 작품에서 어두운 밤이 서린 숲은 한 치 앞을 보기 어려운 칠흑의 공간이다.
작품 속 생명체들은 자신만의 보금자리를 찾아 각자의 쉼으로 스며든다.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숨어든 공간은 나무가 드리워져 지붕이 되어주고, 풀이 돋아난 곳은 푹신한 잠자리가 되어준다.

나의 작품은 다정한 밤이 되어 생명체들을 쉼으로 이끈다.
자연의 모든 것들이 도달하는 생존의 고됨을 덜어주는 쉼의 모습을 표현한다.
어두운 밤이 서린 숲은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불안의 공간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숲은 공평하게 공간을 내어준다.
숲이 내어주는 다양한 형태의 공간에서 생명체들은 각자 추구하는 쉼의 형태에 맞춰 자리를 선택한다.
튼튼한 나무의 가지, 부드러운 풀이 깔린 들판, 밤하늘이 비치는 개울, 빽빽이 드리워진 풀숲 등에서 생명체들은 자신만의 쉼을 누린다.

나는 이 다정한 밤을 지키는 요정을 상상해본다.
칠흑 같은 어둠이 깊어지고 주변이 적막해질수록 요정들은 더욱 깊은 잠을 주어 고요한 평화로 이끈다.
차가운 바람조차 느낄 틈 없이 생명체들을 따뜻하게 지켜보는 요정들.
나의 작품에서 이 요정이라는 대상은 내가 염원하는 인간의 모습이다.
인간이 자연을 지켜내는 수호자로 존재하길 바라는 나의 염원이 담긴 상상 속 생명체이다.

고요한 쉼을 지키는 요정들은 빛나는 별 하나하나로, 그것들이 모이고 확장되어 다정한 밤이 있는 숲이 된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한승주//

장소 : PH 갤러리
일시 : 2024. 12. 21 – 2025. 01.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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