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소개//
뒤집어진 고래의 배위에서 분주하게 자신들의 성을 만들어 가는 새우들이 주를 이루는 신원준의 작업들은 한편의 우화(寓話)를 읽는 것과 같은 느낌을 준다. 우화는 인간의 행위와 삶의 이야기를 동식물의 의인화를 통해 드러낸다. 신원준의 작업들을 우화로 읽어낼 수 있다면, 그렇다면 그러한 작업들이 담지하고 있는 이야기는 무엇인가. 지구상에서 현존하는 포유류 가운데 가장 큰 몸집을 소유한 흰수염 고래와 그 주 먹이가 되는 크릴새우, 작가는 그것 각각에서 자신에게 열등감을 유발시키는 사회기득권층의 권력과 그에 종속되고 따라서 수동적일 수밖에 없는 비기득권층인 자신과의 유사성을 발견해 냈다.
작업의 중심이 되는 문제인 ‘열등감’에서 드러나듯이 신원준 작업의 출발점은 작가 스스로가 느끼는 감정에 있으며 이 감정은 몸집이 큰 고래와 먹이인 작은 새우의 관계에서처럼 우월한 존재와 열등한 존재의 ‘관계’로부터 발생한다. 즉, 작업의 출발점이 되는 감정은 ‘현실’이라 불리우는, 작가 자신이 점유하고 있으며 또한 위치 지어진 삶의 장(場)에 대한 성찰로부터 온다. 열등한 위치에 놓여 진 존재, 그것은 외부에서 주어진 이름이기도 했고 스스로도 승인한 이름이기도 한 것이었다. 그러나 작가는 반추(反芻)의 과정, 전복시킨 고래 위에서 자신들의 세계를 형성해 나가는 작은 새우들의 움직임을 통해서 열등한 존재라는 부정성의 의미를 넘어서고자 한다. 이것은 스스로에 새로운 이름을 부여하려는 시도인 동시에 주체적 삶의 실천이며 신원준의 우화가 제약된 자신을 극복하고자 하는데 있기 때문에 공격성을 품고 있는 조소와 냉소로 읽혀지는 것인 아닌 미소(微笑)로 다가오는 이유이다.//박은지//
//기획 의도//
나의 작업의 출발점은 ‘열등감’에 있다. 내가 가지지 못한 것과 부족한 것들, 나의 환경적인 요소와 개인적인 요소들이 나의 작품의 주된 이야기다. 작가는 자신의 궁금증, 즉 예술에 대한 탐구와 그 본질을 찾되 누구나 가까이 다가올 수 있는 요소들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내용적인 측면에서 내 삶의 이야기들을 담으면서도 그것이 시각적으로 드러나는 측면에서 사람들과 공감하는 요소들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했다.
포유류 가운데 가장 큰 흰 수염 고래는 나의 열등감을 유발하는 많은 요소들의 은유이고 그것의 먹이가 되는 크릴 새우는 나의 존재 그 차제를 대변한다. 나의 첫 작업은 2008년 열등감을 유발하는 대상인 흰 수염 고래의 단일 제작이었다. 그러다가 이후 나의 작업은 그 고래에 대항하는 새우와 고래의 이야기를, 또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 나가는 새우들의 이야기로 점차 발전해 나갔다. 어린 시절부터 그림을 그려왔고 특히 학창시절에는 친구들 캐리커처와 만화를 그리는 것이 나의 소소한 즐거움 중에 하나였기 때문에 사람들이 읽어낼 수 있는 여러 가지 이야기를 담아내는 작업을 만드는 것이 내겐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대학을 나와 2013년 작가로서 공식적인 첫 단체전을 시작하고 10년이 더 넘는 시간이 흘렀다. 그 기간 동안 나는 2번의 개인전만을 치뤘다. 이야기를 담아내는 작업이기 때문에 하나의 작업을 구상하는 데에만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기도 하고 작가로서 내 작업에 대해 스스로 갖는 의문과 질문들에 답을 내리는 시간 역시 많이 소요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번 개인전은 온전히 나의 이야기를 담는다. 오디세이는 장편 서사시이다. 크릴 새우로 대변되는 나의 삶의 이야기, 지금까지의 한 인간으로서의 나의 삶과 작가로서의 나의 삶, 그리고 내가 스스로 가졌던 질문들에 답을 하는 전시다. 초창기 작업의 내용의 연장선상에 있으면서도 그것을 확장하고 ‘나’를 중심에 두는 진정한 나의 이야기, 내 작업의 이야기를 이번 개인전에서 보여주고자 한다.
//전시 세부내용//
이번 전시는 대표작 ‘열등감’을 전면에 두고 조금은 설명적인 전시를 하려한다. 대표작 ‘열등감’을 ‘크릴은 왜 고래 등 위로 올라갔을까?’란 제목으로 바꾸고 나머지 작품들이 물음에 대한 답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설치 하려한다. 이야기의 문장들을 작품 하나하나의 제목으로 하고 동선에 따라 순차적인 이야기를 전달하고자 한다. 이번 전시 다음 이야기인 작품들을 3층에 전시하고 동구와 관련된 작품도 이와 함께 전시하려한다.
//작업 노트//
나는 ’크릴’이다.
나는 작은 새싹을 가지고 바다에서 태어났다.
남루한 뗏목 하나는 그냥 내게 주어진 것 이었다.
나는 그 뗏목을 타고 계획도 없이 흘러만 갔다.
처음으로 두려운 존재를 만났다.
나의 생명을 위협하고 열등감을 일으키는 존재는 바로 흰긴수염고래 였다.
고래를 이기거나 죽여야만 내가 살것만 같았다
고래의 등 위엔 작은 따개비가 있었다.
따개비속에 새싹을 옮겨 심고 거기에서 계획을 세우기로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가면서 그곳에서 그만 나태해져 버렸다.
씨앗은 어느새 나무가되어 생활을 더욱 안정감있게 해주었다.
그러다보니 어느순간 고래를 이겨야겠다는 생각은 사라졌다.
두려움도 계획도 사라진 나는 그냥 그곳에서 그렇게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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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있어 크릴은 나를 대신하는 그 자체이고 바다는 모든 질문에 시작점이다.
남루한 뗏목은 주어진 환경이고, 고래는 내가 겪어온 사회와 사람들이다.
고래 위 따개비는 나의 이상향이며 새싹과 나무는 자아실현의 욕구 정도이다.
고래 위 따개비와 나무 사이에 상황들까지 이것은 모두 나의 이야기이다.//신원준//
장소 : 아트웨이 갤러리
일시 : 2024. 12. 03 – 12. 20
추PD의 아틀리에 / www.artv.kr / charmbit@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