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소개//
우동민의 도자세계 : 흙으로 빚은 영혼의 소리_김승호 동아대학교 교수
“거짓 없는 마음으로 순박하게 점토를 대하고, 장식적인 일체의 요소를 배제하게 되면 한국적 내면의 소리, 그 영혼의 울림은 바로 우리의 정신적 특질로 승화될 수 있고, 이것이야말로 초월적이고 신비스러운 우리 민족의 정서와 영혼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라는 신념을 떨쳐 버릴 수 없다.” – 우동민 작가 노트 중에서
우동민은 도자 작가다. 우동민은 한국적 정서와 영혼을 예술적으로 승화하는 것을 작가의 책무로 삼았다. 작가는 우리 = 한국인의 삶 속에 내재된 정서와 영혼, 즉 비가시적인 순박성을 점토(土)와 불(火)로 창작하기 위해선 장식성을 배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야 우리의 삶 속에 존재하고 있으나 도자예술로 승화되지 않았던 영혼의 소리에 천착할 수가 있을 것이다.
보이지 않고 탄생하지도 않았던 영혼의 내적 소리가 미적으로 체현되려면 창작의 태도 그 자체도 꾸밈이 없어야 한다. 영혼의 소리 = 도자가 작가에게는 순박미의 노정으로 설명되겠지만, 현존하는 우리에게는 일상 속으로 스며든 전자-소비 시대를 부정하는 저항성이자 코로나 이후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접촉(촉각)이 사라진 시대에 대한 반작용이다.
영혼의 소리 = 도자세계는 이렇게 우리에게 새로운 창작에 대한 호기심과 현재의 비시대성을 열어젖힌다. 우동민은 이성이나 오성으로 해명되지도 않았던, 그러나 우리 = 한국인의 몸속에 현존하는 영혼의 소리를 흙으로 빚는 것, 그렇기 때문에 존재하지도 탄생하지도 않았던 전혀 다른 예술적 방법을 탐구한 도자작가다.
결코 가볍거나 쉽지 않은 작가의 노정을 선택한 그에게 있어서 전통은 복구나 회상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움을 열어젖히는 저항력이자 도자작가의 본분에 침잠(沈潛)하는 동기(動因)다.
우동민은 11회에 달하는 개인전을 열었다. 그는 다양한 단체전에 작가로도 참여했다. 1987년 대한민국 공예대전에서 수상하면서부터 청주 국제공예비엔날레와 경기 세계도자엑스포에 작가로서 그리고 심사위원으로도 활동했다. 현재 그가 부재한 작가의 작업실은 그야말로 영혼의 소리에 관한 연구와 실험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영혼의 소리에 둘러싸인 실내‧외 작업공간이 우리의 시선을 작가의 도자세계 속으로 유도한다. 작가로서의 전시와 교육자의 활동에도 불구하고 영혼과 소리의 결합과 그것의 비가시적인 창작세계는 오로지 우동민만의 몫으로 모아져야 하고, 또한 도자세계에 온전히 자리매김해야 할 것이다.
우동민에 관한 비평적 관점도 흙이라는 매체에 대한 연구와 창작으로 집약된다. 그는 전통과 현대가 갈림이나 단절 혹은 연속이 아니라 어제-오늘-미래에도 존재한, 존재하나 보이지 않는 세계에 천착했고, 탄생하거나 부상하지도 않았던 도자예술을 탐구했다.
산업화의 기(器)나 장식으로서의 용(用)이 아니라 도예작가 그 본연의 책무가 그러하다. 이에 대해 김복영은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한민족의 가슴에 간직되어 있는 내면의 소리를 형상화”한다는 것은 “그릇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도자를 ‘창조’하는 것”이자 이것은 우리 민족의 오랜 전통에 배여 있는 “영혼을 육화하는 특수한 사건”이다.
김재덕은 여기에 우주 개념으로 응수한다. 들어보자. “우주를 담는 초기 물레 성형 작품과 맥을 같이하는 판 성형 위에 자연스레 유영하는 유약의 흐름은 우주를 형상화”한다고 평가하고, 도자의 우연성 – 유약과 불로 인한 우연성이 더해져 “단순함을 다양한 표정으로 나타내는 작업을 한다.” 그리고 우동민의 연작 ‘cosmos’ 시리즈에서 “질서와 조화, 규칙”을 읽어낸다.
김재덕은 작가의 주 관심사를 미적으로 개념화한 반면에, 김복영은 도자세계의 특수한 사건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들의 상충된 비평적 관점이 작가의 노정을 풍성하게 하겠지만, 우리의 몸속에 내재된 한국적 정서가 예술적으로 승화되어야 한다는 강령, 그렇기 때문에 경건함이 요구되는 작가의 노정은 “형상화-창조-육화”나 “질서, 조화, 규칙”이라는 개념을 이미 넘어선다.
한국적 영혼의 소리는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도자예술에 대한 해석의 조건마저 달라야 할 것이다.//김승호//
장소 : 석당미술관 제1,2전시실
일시 : 2024. 12. 01 – 12. 14
추PD의 아틀리에 / www.artv.kr / charmbit@gmail.com